[인벤트업 칼럼] 때론 특허권보다 디자인권이 강력할 때도 있다. 2018년 5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둥근모서리 디자인권 침해에 대해 5억 3,900만달러(한화 5,816억 원대)를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 이 가운데 디자인권 침해에 부과된 배상금은 5억 3,900만 달러 중 3억 8,000만 달러(4,090억원대)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침해가 인정된 애플의 디자인권은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D677), 액정화면의 테두리(D087), 애플리케이션 배열(D305)에 대한 3건이다.
2011년 시작된 양사간 스마트폰 특허분쟁은 9시 뉴스 메인기사를 장식할 만큼 큰 이슈였다. 의례 특허 분쟁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에 대한 기술 분쟁이라고 이해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기술보다는 아이폰의 외관형상이나 화면배열에 관한 디자인권 침해 여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는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용어체계도 한몫 했다. 미국에선 특허(Patent)를 기술특허(Utility Patent)와 디자인특허(Design Patent)로 구분하며 양자를 모두 넓은 의미에서 특허라고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은 기술에 대한 특허, 브랜드에 대한 상표와 함께 디자인권을 하나의 권리로 포함하고 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 보호법에 따라 특허청에 출원과 심사를 거쳐 등록되며 창작 완성 시점에 발생하는 저작권과는 구별되는 권리다.
디자인권을 등록한 권리자는 등록한 디자인에 대해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디자인권은 어떻게 출원하느냐에 따라 그 전략과 권리범위가 달라진다.
◇ 디자인 출원은 왜 해야 할까?=디자인권은 물품의 외관에 부여되는 독점권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외관, 노트 외관, 가방 외관처럼 디자인적, 심미적 요소에 부여되는 권리다. 물품의 ‘외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물품이 기능적으로 좋거나 나쁘거나를 불문한다.
디자인권 권리범위는 디자인출원 명세서에 도시된 도면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위까지 규정된다. 디자인권은 눈에 보이는 ‘도면’을 기준으로 동일, 유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특허보다 침해판단이 용이하고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디자인권은 모조품, 복제품 침해를 배제하는 데에 상당히 유용하다.
따라서 요즘처럼 순식간에 복제품이 제작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제3자가 쉽게 모방하거나 모조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제품, 예를 들면 생활용품, 액세서리, 제품 케이스, 의류, 신발 등은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
◇ 어떤 대상을 디자인 출원해야 할까?=물건이나 제품 등과 같이 외형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디자인 출원 대상이 된다. 또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앱이나 소프트웨어의 UI/UX도 전자기기 화면(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PC 모니터) 상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규정할 경우 화상 디자인으로 구분해 디자인 출원 대상이 된다.
디자인 존속기간은 등록시점부터 시작해 출원 후 20년이 되는 날 만료된다. 출원 후 등록되기 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 내외의 시간이 걸리므로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물품이거나 20년이나 권리를 보유하기에는 그 가치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분야라면 핵심적인 제품 디자인만 출원하는 전략적인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디자인출원 전략?-부분디자인제도의 활용=디자인 출원은 기본적으로 물품의 전체 디자인에 대해서 보호받기 위해 전체 외형에 대한 도면을 작성해 출원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품 일부분에 특징이 있고 해당 부분만 따로 보호받고 싶은 경우에는 부분디자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부분디자인은 물품의 전체 외형 중 일부분에 대해서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위 그림처럼 아이폰의 외곽 부분, 홈버튼 부분 등 각 부분에 대해 개별적으로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예를 들어 제3자가 스마트폰의 전체 외형을 아이폰과 전혀 다르게 하더라도 홈버튼이 아이폰과 동일하다면 침해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더 넓은 권리보호가 가능하다.
◇ 빠른 디자인등록이 필요하다면 디자인 일부심사 등록제도 활용=디자인 일부심사 등록제도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제품군의 경우 디자인심사요건 중 최소 요건만 심사해 빠르게 등록을 부여하는 제도다. 만일 제조하거나 사업하고 있는 대상 품목이 의류, 가방, 지갑, 신발, 침구, 커튼, 사무용품 등과 같이 일부심사 디자인제도의 물품류에 해당한다면 이 제도를 활용해 신속하게 디자인을 등록을 받을 수 있다.
디자인 도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디자인을 창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만큼 디자인이 모방과 도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디자인 일부심사 등록제도를 이용할 경우, 출원 후 등록까지 평균 3개월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으므로 빠른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요건 심사만을 거쳐 등록되기 때문에 디자인 일부심사 등록제도로 등록된 디자인권 중에는 실체적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디자인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제3자의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등록이 취소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 디자인권, 우습게 보지 말자=사업의 계획에 따라 디자인출원 시점을 정하고 권리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디자인권은 도면에 의해 권리범위가 특정되는 만큼 권리범위가 다소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권은 빠르게 등록될 수 있고, 비용도 특허보다 덜 소요되며, 침해 입증도 용이하다. 매력적인 권리임에 분명하다. 애플과 삼성전자 예에서 보듯 디자인권은 권리행사에 있어 오히려 특허권보다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특허보다 강력한 디자인권, 큰 비용이 드는 부분이 아닌 만큼 혼자 출원을 진행하는 것보다 전문가인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전략으로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