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등록됐다는 알람이 왔다. 차를 갓길에 세웠다. 펜과 노트를 꺼내고 문제를 풀었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펜과 노트는 꼭 챙겼다. 밤낮 주말 할 것 없었다. 팀원이 돌아가며 문제를 풀었다.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딥러닝 기반 교육 플랫폼 콴다의 초창기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르는 문제 찍어서 올리면 해설이..=Q and A라는 뜻의 콴다는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사진 찍어서 업로드하면 콴다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선생님이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었다. 관건은 시간이었다. 초창기 콴다는 문제 풀이까지 약 15분이 소요됐다. 학생 한 명당 평균 수학 공부 시간은 한 시간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다리다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를 검색할 수 있으면 어떨까” 이 대표는 “풀이를 확인하고 관련 개념이나 유사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방향이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콴다에 광학문자판독 기술을 기반으로 복잡한 수식이나 도형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결론적으로 검색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콴다를 찾는 이들은 더 많아졌다. 현재까지 누적 문제 수는 2,500만개, 학생증 인증을 거친 대학생 선생님 1만 명이다. 평균 답변시간은 6분, 이미 해설이 있는 문제는 5초 이내로 확인할 수 있다. 전 과목 문제 검색 서비스는 무료다. 문제 풀이는 수학 과목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
◇교육의 불평등과 비효율 해결하는 플랫폼=매스프레소의 목표는 질문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질문이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질문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용기 있는 학생이 질문을 한다 해도 사실은 모르는 문제가 더 많을 것” 더구나 모르는 문제는 쌓이는데 진도는 계속 나간다. 문제를 풀 수 있는 도구가 없다. 이 대표는 “혹자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하루 종일 고민하라고 하지만 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안 모르는 문제는 열 문제 더 쌓인다”고 덧붙였다. 공부를 잘 하거나 못하는지에 상관없이 생기는 문제다. 누구나 모르는 문제를 사진 찍어서 올리고 질문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육의 불평등과 비효율을 해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를 풀다보면 틀리는 문제는 계속 틀린다. 어느 순간에는 답을 외워서 쓴다. 자신이 문제를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 다른 문제집을 산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 모르는 지점을 파악하고 반복해서 학습하면 약점은 어떻게든 메꿔진다. 단, 시간과 돈이 있다면 말이다.
더구나 교육 현장은 IT 도입속도가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났다. 보관되지 않은 교육 정보는 버려진다. 이 대표는 “학습 과정에 필수 예제가 있다. 학교든 학원이든 누군가는 문제를 예술의 경지로 풀어낸다.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 수기로 작성된 풀이, 개념 정리 등 정성스럽게 작성된 것들이 사라지면 아쉽지 않나”고 토로했다.
콴다의 다음 버전도 이와 맞닿아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학생 수준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취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문제를 추천하고 이와 연계된 개념도 선보인다. 향후에는 학생이 틀린 문제를 통해 수능 점수와 틀리는 유형을 예측하는 서비스로 진화한다. 이 대표는 “교육의 디지털화로 교육이 더 투명하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매스프레소가 꿈꾸는 상생의 생태계=일각에서는 문제검색 서비스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학생이 소유한 문제집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방식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스프레소의 본질은 콘텐츠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이라고 못 박는다. 플랫폼 내 이용자를 모으고 결과적으로 문제를 비롯한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나아가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에도 일조한다. 지면 문제의 경우 복제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플랫폼에서 문제를 검색하면 번거롭지 않게 복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은 콘테츠 생산자를 보호, 확산하는 통로로 창작자의 권리를 투명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또 “우리나라의 질 좋은 콘텐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분명 통할 것”이라며 “생태계 플레이어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매스프레소는 올해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한다. 콴다의 검색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리고 개념, 관련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일본과 동남아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베타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고 좋은 콘텐츠와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며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교육 콘텐츠도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스프레소는 교육 콘텐츠 세계화의 선봉에 선다. 이 대표는 “한국 교육콘텐츠가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 교육 플랫폼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교육의 디지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