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다. 만질 수도 없다. 드러나지 않기에 들여다보고 살피기도 쉽지 않다. 다친 마음은 방치하면 병이 된다. 사람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돌볼 수 있다면 어떨까. 트로스트는 감정스캐너를 통해 마음을 파악한다. 현재 처한 상황과 고민을 300자 이내로 작성하면 텍스트 속에서 사랑, 행복, 슬픔, 좌절 등 8가지 감정을 찾아낸다. 일종의 텍스트테라피다. 감정 후에는 현재 마음 상태는 어떤지, 마음을 다친 당신을 위로해줄 심리상담사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비대면 상담=트로스트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대면상담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서비스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비대면, 익명으로 진행된다는 점. 감정스캐너는 물론 전문가와의 상담도 비대면, 익명으로 유지된다. 상담 내용은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삭제 할 수 있다.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는“심리상담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서비스”라고 트로스트를 소개했다.
트로스트의 강점은 언제 어디서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얼굴을 마주보는 부담을 줄이고 감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바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비언어적 요소를 상담 시 활용하는 대면효과에 비해 상담 효과가 적다는 시선이 있지만 다수의 논문은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원할 때면 언제든 연결될 수 있어 상담사와의 관계형성에 유리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는 물론 ‘익명성을 보장하는 비대면 상담은 자기 공개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소견이다.
상담내용이 글로 남겨지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성도 높다. 트로스트에서 꾸준히 심리 상담을 받은 기록을 토대로 심리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상담사와 매칭 될 때도 상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일 없이 기존 데이터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상담, 진입장벽 낮춘다=현재 트로스트 이용자는 1,500명, 다운로드 수는 10만을 돌파했다. 사용자는 개인과 기업 사용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EAP에 트로스토를 도입, 오프라인 상담실이 있어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감정노동자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 진행하던 오프라인 상담소보다 트로스트를 통한 비대면 상담을 더 많이 이용하는 걸로 나타난다. 비대면 익명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업무 스트레스나 고충을 상대적으로 더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 심리상담이 무조건적인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트로스트는 대면 상담을 대체한다기보다 심리상담 채널 선택권을 넓혀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심리상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방점을 찍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환자는 64만 명. 우리나라 국민 6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심리, 정신 건강에 관한 치료에 대해 터부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 제 발로 상담소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심리적, 비용 장벽이 아직까진 높다. 김 대표는 진입장벽은 가격이 낮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근육을 키우는 일, 진입 장벽 자체를 낮추는 열쇠는 기술에 있다.
◇한국어 임베딩 기술, 맥락을 읽는다=감정을 다루는 서비스지만 트로스트는 철저히 기술 위에 놓인 서비스다. 감정스캐너는 상담심리 연구가의 임상적 경험에 더해 1,700만 자 이상의 감정 데이터를 학습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 감정스캐너에 적용된 머신러닝 기술은 글의 어휘 앞뒤 상황, 맥락을 파악한다. 실제 감정스캐너를 사용해본 결과 4개월 사이 같은 상황에 대한 감정 진단은 달랐다. 처음 감정스캐너를 이용했을 때 나온 감정은 ‘슬픔’, 다시 7월 같은 상황을 떠올리며 작성한 글을 분석하고 나온 감정은 ‘행복’이었다. 상황은 같지만 받아들이는 자세는 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감정스캐너는 단어와 행간에 녹아든 심리상태를 놓치지 않았다.
감정스캐너는 지금 단계보다 더 진화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보다 정확한 감정 진단을 위해 자연어처리기계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어 어휘의 의미론적, 구문적 특징을 학습하는 기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한국어 어휘를 자모 수준으로 분리해 어휘보다 낮은 수준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 어휘 임베딩과 비교해 보다 높은 수준의 한국어 분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한국어 전용 어휘 임베딩은 7월 호주 ACL 컨퍼런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ACL은 국제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분야 최우수 학술대회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한국어 전용 어휘 임베딩은 글을 분석하는데 정확한 툴이 된다.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지난해까지 트로스트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찾는 서비스를 지향했다면 올해는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한다. 올해 목표는 ‘누구나 한번쯤 하는 심리상담’이다. 김 대표는 “병원도 아파서 가지만 아프지 않기 위해 가지 않나. 심리상담은 건강한 사람도 받을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은 누구나 있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받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의 진보에 따른 트로스트의 역할은 상담사를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상담사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AI’다. 상담사가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알려주고 상담사는 더 유연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상담사가 대면으로 관리하지 못할 때는 AI 상담사가 관리를 맡는다. 이를 통해 휴마트컴퍼니가 꿈꾸는 세상은 뭘까. 김 대표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답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데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그냥 품고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정말 필요한 도움은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다. 더 좋은 전문가를 모시기 위해 휴마트컴퍼니도 노력하겠다. 고민을 꺼낼 용기가 있다면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트로스트는 독일어로 위안이라는 뜻이다. 휴마트컴퍼니는 올해까지 B2B로 트로스트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내담자 심리치료를 돕는 AI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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