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자금 유치, 왜 어려운가?

[엔슬칼럼] 하루 수억 명이 방문하여 재생되고 있는 유튜브의 출발은 아주보잘 것 없었다. 초기에는 동영상을 이용해 데이트 상대를 찾는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모든 콘텐츠로 확장하여 오늘날의 공유사이트를 만들어 냈다. 당시는 하루 가입자가수가 100명을 넘지 못하고 직원 봉급도 제대로 못주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점 가입자 수가 늘어나자 이번에는 대당 200달러나 하는 서버구입비 충당에 애를 먹었다. 은행대출이 어려워 창업자 스티브 첸의 개인카드 한도를 수차례에 걸쳐 3만 달러까지 늘려서 위기를 모면했다. 훗날 스티브 첸은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금난 이었다고 술회했다. 세계적으로 막강한 미디어 회사로 성장한 유튜브가 초기 이정도 자금조달에 힘들었다는 이야기에 새삼 자금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출처=gettyimages

멘토링 당시 멘티의 제일 많은 관심사는 자금유치였다. 필자도 오랫동안 금융계에 몸 담았던 탓에 스타트업들에 멘토링을 하면서 자금조달이나 투자유치 분야가 제일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결과는 시원찮았다. 스타트업들이 요구하는 자금조달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수준에 까지 도달하기엔 난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자금유치를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도움 될 만한 자금조달에 관한 기본적 접근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➀ 정부기관연계 지원자금 유치 ② 금융기관 차입 ③ 투자자금 유치 등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금융기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데, 일단 자금을 빌리게 되면 매달 이자를 꼬박 꼬박 내야 되며, 일정기간 후에는 상환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이자를 연체하거나 대출금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할 때에는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어 경제활동에 치명적이 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즉 자금을 대출받으면 이자납부와 대출금 상환의무가 따르게 된다. 반면에 투자유치는 정기적인 이자지급이나 상환의무가 없지만 투자자에게 일정 지분을 넘겨야 하고 투자자의 경영간섭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추천할만한 자금 조달방법은 정부기관 지원자금을 받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물론 엄격한 자격요건과 심사절차를 거쳐야하지만 상환의무 없이 무상으로 지원된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비록 지원 자금규모는 크지 않지만 창업초기의 시제품제작, 디자인개발, 마케팅비용에 충당에 더없이 요긴한 자금이다. 취급하는 곳은 정부기관인 창업진흥원, 지자체 창업지원기관, 창업선도대학 등에서 주관한다. 정부기관 연계자금을 지원 받는 경우 멘토가 지정되어 경험 많은 멘토로부터 스타트업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은행 거래는 원칙적으로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만 가능하다. 그만큼 은행거래는 신용요건을 중요시한다. 대신에 2금융권에 비해 이자가 저렴하고 다양한 대출상품들이 많다. 거래은행 선정은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상품이나 정책자금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기업은행(IBK)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은행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창업자나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년 초에 그 해에 지원할 수 있는 정책자금 한도를 발표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면 자금용도에 맞는 대출상품을 선택하여 신청 할 수 있다. 대출을 받을 때 통상 금융기관에서는 담보(물건)를 요구하게 되는데 담보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증기관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물적 담보제공에 갈음할 수 있다. 신용보증서란 대출 받는 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 할 경우에 대신 갚아주겠다는 보증서이다. 타인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것은 대출자가 채무상환이 어려운 경우 대출받은 사람을 대신해서 채무를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보증서를 발급받는 경우도 일종의 대출을 받는 행위이므로 대출심사와 똑같은 절차가 요구된다. 신용보증서를 발급하는 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이 있다. 특히 기술신용보증은 기술평가로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 기술평가를 통해 담보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서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어떻게 사업화에 성공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서 대출 심사할 때 현실성 없는 사업계획, 장밋빛 전망은 다 걸러진다고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사업화 완성도가 높다 면 적정한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따라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크라우딩펀드(Crowd Funding), 엔젤투자(Angel Investment),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VC(Venture Capital), 성장사다리펀드(정부 정책자금+민간투자자금) 등을 이용하여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창업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VC는 단기간에 투자금회수가 목표이기 때문에 투자자금 상환에 대한 가능성과 성장에 대한 비젼을 명확히 제시하여야한다. VC로부터 일단 투자 유치가 이루어진다면 이자지급 부담이 없으므로 재무안정성이 유지되고 대외적으로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수월해 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 절차가 까다로운 금융기관 차입이나 투자유치 보다는 대기업에 의한 M&A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M&A에 대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와 TF를 구성해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M&A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M&A가 활성화 된다면 실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회사를 키워 제값에 팔고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스타트업의 자금숨통을 트여주고. 그야말로 혁신생태계 조성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나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주체들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어야 돈을 빌려주던지 투자를 하던지 한다. 그러나 자금을 구하는 쪽에서는 기술력이나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서로 기대하는 가치의 차이 때문에 자금유치가 힘든 것이다. 스타트업들의 자금유치관련 멘토링을 할 때 마다 필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권고한다. 당신 이라면 이 기업에 투자하겠는가?, 만약 당신 돈이라면 이 회사에 대출해 줄 수 있겠는가? 즉 금융기관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엄격하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수익이 있는 곳에는 돈이 모이지만, 위험이 높고 수익성이 없으면 돈은 모이지 않는다. 옛말에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자기주머니로 가져오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고했다. 자본주의 시장은 태생적으로 냉정한 곳이다. 기술력으로 가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유튜브가 성공 할 수 있었던 것도 간단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과 기술력 덕분이었다. 스타트업의 자금유치,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나 냉혹한 시장에서 기술력이나 시장성의 가치를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트업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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