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에 응하시겠습니까?” 오베이 애플리케이션에 설문이 등록됐다는 푸쉬 알람이 온다. 17만 패널이 설문조사에 참가한다. 전국 2059 대상 표본 1,000명 설문조사에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응답이 완료되면 자동분석을 통한 인사이트가 추출된다. 설문에 응답한 패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해보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모바일 설문조사’= 오픈서베이는 대면, 전화, 서면을 통해 이뤄지던 설문조사를 웹과 모바일로 옮겨왔다. 웹에서는 오픈서베이가, 모바일은 오베이가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오베이는 현재 국내 1위 설문조사 애플리케이션으로 17만 활성패널을 확보하고 있다.
“타이밍이 좋았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가 말했다. 2012년 오픈서베이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는 이제 막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있을 때였다. 설문조사 영역이 모바일로 들어오게 된 것도 이즈음. 황 대표는 “오히려 설문조사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존 설문조사 방식 때 활용하는 설문지는 30장. 최대한 한 번에 많은 것을 물어야 하니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질문도 많고 보기도 어려웠다. 오프라인에서 조사 시 3-4주의 시간이 걸렸다. 시공간 제약이 분명했다.
반면 모바일은 빠르게 응답할 수 있었다. 시공간의 제약에서도 자유로웠다. 직업, 연령, 성별 등 군별 타겟팅이 가능해 정교한 설문이 가능했다. 작은 화면 안에 정말 집중해야할 본질을 담으면 그만이었다. 오픈서베이는 철저히 응답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구상했다. 응답자 입장에서 모바일에서 응답하기 쉬운 방향으로 접근했다. 예컨대 한 화면에 두 개의 문항을 물어보지 않는 방식으로 설문을 구성했다.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설문조사보다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질문과 답이 연속으로 배열된 척도형 설문에서 나타나는 줄 세우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로도 충분히, 아니 그보다 더 응답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긴 문항 조사도 가능했다. 90개 문항을 30문항 셋 세트로 나누고 처음 30문항을 패널에게 보냈다. 90문항을 30문항을 세 개로 쪼개서 응답을 받는 모듈러서베이 방식이다. 오픈서베이는 한 번에 모든 것을 하기 보다 기존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를 진행해 나갔다. 쪼개서 응답할 경우 답변이 제대로 이어질까하는 의구심에 황 대표는 “응답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문항을 비교하고 재응답율을 관리하는 등 검증된 방식으로 설문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큰 메리트는 기획자 입장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에서 모바일 소비자 행태를 조사하던 황 대표는 누구보다 모바일의 강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황 대표는 특히 “기획자 입장에서 적어도 조사를 크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을 수 있다. 처음부터 고심해서 모든걸 다 만들어야 하는 부담대신 이번에 물어본 게 있으면 다음에 물어봐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다”고 전했다. 리타겟팅을 통해 이전 설문에 응한 사람에게 한 번 더 물을 수도 있다. 설문 설계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낮아진다. 응답자 한 명당 3만 원 이하로 불가능했던 설문은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최저 800원부터 진행할 수 있다.
◇데이터가 서말, 잘 꿰어서 보배 만든다=유통, IT 통신사, 게임, 영화, SMB부터 대기업까지. 오픈서베이를 찾는 고객은 산업과 규모를 불문한다. 이들이 오픈서베이를 찾는 이유는 ‘데이터 가치’에 있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은 소비자 행태를 기민하게,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이르는 데이터 또한 이에 따라 바뀌어 갔다. 설문조사를 넘어 소비자 행동과 생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행태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오픈서베이가 선두에 서게 된 이유다. 오픈서베이는 컨슈머, 쇼퍼, 데이터 리포트, DIY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특히 쇼퍼 솔루션의 경우 소비자가 구매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꿰찬다. 사전 동의를 받은 오베이 패널이 특정 매장에 방문하면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때에 맞춰 조사가 진행된다. 일반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론이 최근 3개월 동안 매장에 들른 경험을 토대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소비자 경험과 행태를 정량적으로 파악한다. 데이터 솔루션은 고객의 특별한 요구가 없어도 진행된다. 대한민국 소비자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를 쌓고 변화를 추적한다. 황 대표는 “오픈서베이가 모바일 설문조사를 수행하던 회사였다면 오늘날은 모바일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회사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힘의 균형을 맞추다=대기업이든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든 결국 비즈니스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를 보는 일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고객의 니즈, 행태 변화가 담긴 데이터가 성공의 키를 쥐고 있다. 오픈서베이의 역할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터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황 대표는 “특정 기업만이 데이터를 향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개인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 “오픈서베이가 데이터를 보는 인프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데이터에 대한 문턱 자체를 낮춰야 한다. 데이터를 모으고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데이터를 볼 줄 알고, 보고 싶어 하는 이가 많이 생겨야 한다. 오픈서베이가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한 이유다. 먼저 DIY 솔루션을 통해 누구나 오픈서베이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설문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를 설계하거나 전문 툴을 이용하지 않아도 웹 기반으로 누구나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설문 방식, 모바일 특성에 따른 조사 방식 등 오픈서베이가 축적한 설문 조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실제 교육 과정에서 설문을 통해 피봇을 결정한 스타트업도 있다. 오픈서베이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가 자체 조사한 설문과 상반되게 나왔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감에 의존해 파악했던 것과는 달리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 적용한 대표적인 예다. 오픈서베이는 올해부터는 분기별로 스타트업 데이터 스터디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서비스 외연 확대에도 주력한다. 황 대표가 밝힌 확장 축은 크게 셋. 고객, 응답자, 데이터가 축이다. 황 대표는 “고객 면에서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 고객, 개인 이용자로 이용 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다양성도 확보한다. 기존 패널에 더해 특정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등 비패널 응답자도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데이터는 기존보다 정교해지고 세밀해진다.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마를 소비했다는 사실에서 나아가 품목에 대한 소비 행태를 제공할 방침이다. 나아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이 다변화 되고 이에 따른 상세하고 폭넓은 행태 데이터를 채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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