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마니아의 영역으로 알려진 차(茶)의 세계. 차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음 노트에 자신이 마신 차를 기록하고 연구할만큼 차의 세계에 빠져있지만 차 밖은 다른 세계다. 일부 차 전문점을 제외하면 차는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옵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인생 차를 만나 차의 세계에 빠져들거나 우연한 계기가 있지 않은한 차의 세계로 입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티&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알디프는 더 많은 이들이 차의 세계로 빠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차를 좀 더 쉽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각각의 차에 스토리를 덧입힌 것. 예컨대 ‘우주는 무슨맛일까’ 궁금증에서 착안한 스페이스 오디티의 경우 은하수 중심에 있는 포름산 에틸이 파인애플 향을 이루는 물질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차와 함께 모티브가 된 삶과 우주를 소재로한 마스다 미리의 <밤하늘아래>와 차를 마시며 분홍색 우주 구름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된다.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 한 잔의 차에는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가 빼곡히 담겨있다.
“브랜딩과 제품 개발이 제일 재밌다” 한 편의 문학작품처럼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는 이은빈 알디프 대표가 직접 구성했다. 알디프를 시작하기 전 대기업 화장품 업계에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일한 노하우를 녹아냈다. 회사 생활 당시 그의 업무는 브랜드 컨셉을 잡는 일부터 타겟, 가격 설정, 디자인, 제품 개발에 이르는 전 영역이었다. 화장품 컨셉 문항과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이 대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5년간 이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제품만 200여 개였다. 그런 그가 5년간 다닌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득 되돌아보니 쉴 틈이 없었다. 일로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경험해봤다. 뭘 하든 못하겠냐 싶더라”
“회사를 그만 둔 후 1년은 좋아하는 것만 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연도 보고 차도 배웠다” 좋아하는 것만 쉴 새 없이 하는 동안 눈에 들어온 건 차의 세계. 차는 아직 커피처럼 대중화되지 않은 영역이었지만 브랜딩으로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 수도 있었다. 2030을 겨냥한 차 브랜드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하는 차,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브랜딩. 확장가능성 높은 시장. 무엇보다도 ‘차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면 좋겠다’는 강한 믿음도 있었다. 알디프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 대표는 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구상하고 2016년 알디프를 선보였다.
알디프가 현재 선보이고 있는 건 블렌딩 차, 블렌딩 차는 차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블렌딩 차의 경우 처음 접할 때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끌리는 요소가 많다”며 “블렌딩 차를 선보이는 건 차에 익숙해지기까지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알디프는 홍차와 녹차,백차, 허브티를 베이스로 한 10가지 티백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알디프 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티 바에서는 계절별 블렌딩 차를 코스로 맛볼 수도 있다.
“경험해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걸 알게 된다” 알디프는 최근 홍대에 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알디프 매장은 2층 규모의 공간은 차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티바, 티백과 향수 등 알디프 제품 전시 공간, 다양한 전시와 문화 강연이 열리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2030 여성을 타겟으로 잡았지만 예약 고객은 다양한 편이다. 차를 처음 접한 1020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오기도 하고 자녀가 어머니를 위해 신청하기도 한다. 티바를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는 ‘새로운 세상에 다녀온 느낌’, ‘2시간 동안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나 자신이 소중히 대해진다는 느낌’ 등 다양하다. 저마다의 경험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소중한 이와 차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 경험은 이들을 다시 차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대표는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지만 막힌 세계에 균열을 내는 행위”라고 말한다. 차를 마시는 동안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며 차를 마시는 행위는 개인의 존엄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 차를 선택해서 마신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무실에서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고 맛을 음미하면서 차를 마신다는 건 집단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무언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커피가 일상에 자리잡은 오늘, 굳이 차를 선택해서 마시는 것 자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야하는 일이기도하다. 이 대표는 “때문에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선택지를 넓혀주고 누군가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알디프 로고를 금이 간 알로 형상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알의 껍질을 깨트리는 작은 행동이 세계의 변화를 이끄는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도 작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누군가가 차를 선택해서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서로가 서로의 존중하면 사회 전체가 다양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나”며 “차를 마시는 것 자체가 알에 조그많게 금이 가는 사소한 행위지만 이런 사소한 행위는 맞물려 큰 변화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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