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급결제 확대 양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회 변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의한 방법으로 지급결제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혁신성장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국회 토론회 ‘지급결제 수단의 혁신성장’ 발제에 나선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지급결제 시장.. 유연한 법제도 필요=안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자금 이체 관련 시장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현금을 사용하던 사회에서 점점 현금을 쓰지 않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현금이 빈 자리에 기존 신용카드, 체크카드와 더불어 간편결제, 간편송금과 같은 신종 전자지급서비스가 들어서고 있다. 간편결제는 2017년 2분기 기준 566.6억을 돌파하며 카드사 모바일 결제서비스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간편송금의 경우 올 9월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을 돌파한 토스를 주축으로 일상 속 지급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신종 전자지급서비스의 경우 법제도의 미비나 적용될 수 있는 법률규정이 없어 혁신에 가로막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 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간편송금과 관련, 적용되는 법률이 산재돼 있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일부 업체 중 플랫폼 시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부 서비스의 경우 규제의 벽에 막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우리 법률상 보험맞춤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보험모집인으로서의 지위가 필요하다. 금융기관 대출상품중개를 위해서는 대출모집인, P2P 투자중개 서비스를 위해서는 중개업자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부가서비스를 확대하면 할 수록 법적 규제에 따라 시스템을 준비하는 부담도 커진다는 뜻이다.
◇송금한도 200만원… 이체업 등록으로 풀 수 있을까=현재 간편송금을 규율하는 법 제도도 일정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간편송금은 전자금융거래법상 경상 거래 재화와 용역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 위한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규정된다. 금융거래법상 다른 지급수단과는 달리 양도성이 허용되기 때문에 결과상 송금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선불 지급 수단을 발행받은 A가 B에게 양도를 하면 B는 발행업자 C에게 환불 신청을 하고 C가 B에게 대신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송금이라는 효과는 같지만 적용 법규가 달라 일정부분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자금 세탁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송금 한도를 2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규림 비바리퍼블리카 법무이사는 “국제적인 자금세탁방지 협약에 따라 전자금융업도 금융기관에 준하는 의무를 부여받고 실명성과 거래 투명성을 강화한다면 송금 한도에 대한 부분도 조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사업자적 지위를 달리하면 선택지는 늘어난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상 이체업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 법에 의해 등록된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 이체업으로 등록될 경우 송금한도는 이전보다 확대될 여지가 생긴다. 이 법무이사는 “전자지금 이체업에 부수돼야 하는 여러가지 규제가 갖춰지면 다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적 보호,협업…은행은 되고 간편송급업체는 안된다?=전통 금융사와 사업영역이나 내용은 비슷하지만 관련 법규의 미비로 산업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만 보더라도 금융거래로 인한 피해만 보상한다고 규정돼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으면 법이 규정한 금융기업은 법의 보호영역에 들어가지만 간편송금의 경우는 예외다. 법에 의해 자동으로 보호되는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세탁방지 협약이 전자금융업자에게 확대된다고 해도 금융업과의 협업에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고객 확인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전통금융업과 전자금융업자 모두 똑같이 갖추었더라도 금융실명법상 실명 확인 위탁업무는 금융회사간에만 허용하고 있다. 위탁업무가 원활하게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비스 차질도 불가피하다. 이 이사는 “규제가 강화되면 전자금융거래업자 또한 금융회사로 포함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 간의 협업 가능성을 늘려달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발언을 정리하며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IT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들어왔을 때 자금의 투명성 확보와 산업에서 얼마나 자금을 명확하게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며 “핵심적인 부분을 확보하고 그 효과가 크다면 다른 영역에서 칸막이식으로 이뤄졌던 규제가 완화될 여지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규제 당국에서 결정한 사안이지만 규제 총량과 효율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조사금융 팀장은 “전자금융거래법이 만들어진 2008년만해도 간편 송금은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였다”며 “기본적으로 은행법에서 나온 여신업무, 지급결제 업무 등 은행 고유의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업에 열어줘야하는지, 어느선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우리 법 체계 내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을 주최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산업 육성, 혁신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충실히 담아낼 법체계와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핀테크 발전에 실효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등 정부의 지원이 좀 더 속도를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혁신성장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국회 토론회’가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한국핀테크 산업회와 정무위원회 전재수의원실, 제윤경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토론회는 10일과 12일 양일간 8개 핀테크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1일차에는 △블록체인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간편 송금·결제, 2일차에 △로보어드바이저, △인슈어테크 △소액해외송금 △금융데이터를 주제로 산업, 기관 등 관련업계 전문가가 모여 핀테크 발전 방안에 대해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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