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고객은 안녕하십니까?”

[엔슬칼럼] 힘들고 긴 창업 준비는 결국 여러분이 준비한 상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고 그 고객들의 호응을 얻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여러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인지(aware)시키고, 고려(consider)의 대상이 되게 하며, 선호(prefer)하게 하여 구매(purchase)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매출이 발생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 어렵게 이 단계까지 온 고객이 만족해서 충성고객(loyal)으로 남아 여러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 알리고 권하는 열정고객 (advocate)이 되게 해야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체험과 의견을 전하고 퍼 나를 수 있는 요즘에는 만족고객 1명이 10명의 신규고객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불만고객 1명은 신규고객 유치와 브랜드 구축에 엄청난 걸림돌이 되고 만다. 과연 여러분은 여러분의 고객을 어느 쪽으로 이끌고 있는가?

출처=gettyimagesbank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많은 벤처기업의 경우 판매이후의 고객 서비스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객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단지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보는 관점과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부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형식적인 고객서비스 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몇몇 기업은 진정성 있는 고객 서비스를 자사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발전시켜 성장의 비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엔슬칼럼 25호, 자포스 사례 참조)

지난여름 우리 가족은 짧게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방이 너무 비좁지 않도록 특별히 골라 예약한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방으로 예약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황급히 예약한 P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하고자 했지만 현지 전화번호는 찾을 수 없었고 오로지 온라인 채팅으로만 상담원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복잡한 상황을 채팅으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후 받은 답변은 그 물건을 올린 계열사인 A사가 해결할 문제니 그쪽으로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어렵게 연결한 A사에서는 그 방을 게시하여 예약을 받은 P사가 해결할 문제니 그쪽으로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양사의 책임회피 속에 결국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우리 가족은 몸도 꼼짝하기 어려운 좁은 호텔방에서 며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돌아온 후 확인했더니 그 사이트의 오류가 그대로 있어서 이를 알리고자 한국 내 고객서비스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나는 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 전화는 P사의 고객서비스 전화가 아니라 미국 내 크루즈 여행상품과 성인전화채팅 서비스를 홍보하는 정체불명의 스팸전화였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온라인 여행서비스 회사의 고객서비스가 이 정도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과연 이 회사의 경영진과 리더들은 고객들이 낯선 여행지에서 겪는 이러한 치명적인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웠고, 아예 고객을 현혹하여 많이 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 것은 그 이전에 예약했던 숙소가 취소되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세계적인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방이었다. 일본 내 법제도가 개정되면서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개인은 반드시 신고하여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방이 여행 임박해서도 그 승인을 받지 못하자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고객보호를 위해 예약을 해지한 것이다. 일방적인 예약해지 메일을 받고 불편했던 나는 그 회사가 고객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진심을 알게 되고, 예약 도우미 서비스와 쿠폰 제공 등 고객의 문제해결을 도우려는 노력을 보면서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에어비앤비에서 적당한 대안을 찾지 못해 P사를 통해 예약한 것에서 이런 극과극의 서비스 체험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 가족은 앞으로 어느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까? 주변 지인들에게 어느 사이트 이용을 권할까?

어떤 문제해결을 원했던 고객으로서 여러분이 경험한 서비스는 과연 어떠했는지 평가해 보라. 간단한 정보 확인이나 일처리를 원했는데, 접속한 콜센터 ARS의 미로에서 헤맨 적은 없는가?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하고 상담원이 원고에 적힌 멘트만 반복하지는 않던가? 길게 문제를 설명했더니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전화를 돌려줬는데, 그쪽 역시 담당이 아니라고 핑퐁 치는 일을 겪은 적은 없는가? 개선을 기대하여 고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면, 상담원이 변명과 방어로 일괄하고, 오히려 무지몽매한 고객으로 내 몰리는 경우는 없었나? 정작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형식적인 만족도 서베이를 받지는 않았는지? 수년 동안 이용한 나보다 신규고객을 더 우대하는 프로모션 정보를 접한 적은 없는가?

반대로 문제해결이나 반품을 위해 연결한 고객센터 전화에서 상담원이 내 마음을 공감해 주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가라앉게 된다. 이때 상담원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적절히 전달받게 되면 고객은 안심하게 되고, 오히려 주변에 그 정보를 전파하는 브랜드의 전령사가 되기도 한다. 조제분유와 같은 민감한 제품이 문제가 되었을 때에도 고객의 관점에서 진정성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 이 원리가 작동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사업 초기의 고객서비스는 수동적인 고객응대가 아니라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수집 확인하는 ‘안테나’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 제품과 서비스를 보완하고, 내 사업모델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접점 응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초기 여러분의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준 고객을 여러분의 적으로 만들거나, 여러분 사업의 가장 열정적인 전도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업의 리더로서 여러분은 아래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명확히 하고 실천해 가길 당부한다.

첫째, 여러분의 고객은 누구인가? 여러분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은 어떤 체험을 하고 있는가?

둘째, 인지-고려-선호-구매-만족-열정고객화의 ‘마케팅 펀넬’ 각 단계별로 여러분의 고객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

셋째, 고객이 불편함이나 제안을 전할 수 있는 적절한 창구를 제공하고 있는가?

넷째, 고객응대 시 고객 입장에서 경청하고 공감하고 있는가? 고객의 문제제기에 진정성을 갖고 그 해결책을 찾아 주고 있는가?

다섯째, 수집된 고객의 소리를 반영하여 여러분의 제품, 서비스,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있는가?

여러분들이 이 질문에 대해 바로 답을 할 수 없다면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더 늦기 전에 데이터를 축적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전 직원들이 공감하는 우선순위와 응대 태도와 원칙이 없다면 만들어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분의 노력이 빠르고 강할수록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여러분의 제품과 서비스조차도 공감하고 사랑해주는 ‘열정적인 전도사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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