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슬칼럼] 요즘 여러 정부기관과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 청년들에게 ‘창업가 정신’을 북돋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창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창업가 정신은 기업가 정신과 다른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역사적, 학문적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창업가 또는 기업가라는 용어는 영어의 Entrepreneur를 번역한 말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혼용하여 쓰는 경우가 많은 반면 유사한 영어 단어인 Businessman은 대개 사업가 또는 기업인으로 번역되어 Entrepreneur와는 구분되어 사용하는 듯하다.
사업가 (Businessperson, Businessman)=사업가는 인적자원을 포함한 경제적 자원을 활용하여 현금흐름, 매출, 수익의 발생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을 지칭하며, 사업의 창립자, 소유주, 대주주 또는 최고 경영진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사업가의 탄생은 인류의 역사만큼 이나 오랜 것으로 고대의 ‘상품교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세의 ‘상인’과 회계/환어음/유한책임 개념의 발명에 따른 ‘은행업’을 거쳐 근대 산업혁명과 더불어 대규모 자본을 동반한 자본가로 진화 발전했다.
기업가 (Entrepreneur)=Entrepreneur라는 단어의 기원은 불어로서 기록상으로 1723년에 처음 불어사전에 나타나는데, 당시 영국에서는 유사한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로 Adventurer(모험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18세기초 경제학자 ‘리처드 캔틸런’은 기업가의 본질적 핵심을 위험감수(Risk-Taking)로 보고, 기업가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수익극대화를 위해 사업기회를 위한 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자로서 단순한 자본가와 구별하였다.
또다른 프랑스 경제학자 Jean-Baptiste Say는 기업가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규정하고 “경제적 자원을 낮은 수준의 영역에서 높은 생산성과 큰 수익의 영역으로 이전”하는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기업가라는 개념이 18세기에 탄생한데 비해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은 193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학문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18세기초 ‘아담 스미스’와 ‘리처드 캔틸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지만 학문적으로 무시되어 오다가 1930년대 ‘조지프 슘페터’와 다른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칼 멩거’,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에 의해 이론적으로 재탄생, 정립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 또다시 주류 (미시)경제학의 이론적 틀 밖에 머무는 수모를 겪다가 1970년대 세계경제의 위기와 더불어 재조명되기 시작하며 연구, 발전되었다고 한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을 정립한 슘페터는 1942년 출간한 그의 유명한 저술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기업가를 “새로운 생각과 발명을 성공적인 혁신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열정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사람” 으로, 기업가 정신을 “시장과 산업에 걸쳐 존재하는 열등한 혁신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새로운 상품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의 바람” 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창조적 파괴가 산업의 역동성과 장기적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설파했다. 18세기초 기업가에 대한 정의와 달리 슘페터는 위험감수의 주체는 기업가가 아니라 자본가일 뿐이며, 기업가는 불완전한 ‘경제적 균형’ 속에서 환경변화가 자원의 최적배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가운데 새로운 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낚아채어 자원을 재결합하는 ‘혁신가’이며 이들로 인해 한 경제가 최대한 생산해낼 수 있는 재화의 조합인 ‘생산가능곡선(Production Possibility Curve)’이 상향된다고 분석하였다.
2000년대 들어 기업가 정신의 개념은 더욱 확대되고 대중화되는 길을 걸으며 파괴적 혁신을 통한 기존 산업의 붕괴로 인한 ‘동태적 불균형’이야말로 건강한 경제의 기준으로 인식되며 스타트업 창업과 보육에 대한 사회, 국가적 관심과 지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목적, 정치적 목적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제까지 읽은 독자분들이 이미 눈치챘듯이 창업가 정신 = 기업가 정신으로서 이는 단순히 1990년대 말 시작한 스타트업의 발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멀게는 18세기부터 학문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여 인류가 1, 2,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거대한 사회, 경제적 변혁을 겪으면서 1940년대에 비로소 이론적으로 정립된 인류의 고귀한 유산인 것이다.
기업가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단순한 사업가와 구분되며 과거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사회, 경제적 변혁의 당당한 주인공인 것이다.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자 하는 청년은 자신이 단순한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창업가가 되려는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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