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 프로그램 ‘선정’이 최종목표는 아니다. 그보다 명심해야 할 건..” 지현철 빅뱅엔젤스 투자심사역이 말했다.
팁스 프로그램은 2013년 중기청 시절 마련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민간 주도로 선발하면 엔젤투자와 R&D자금, 사업화자금을 포함해 창업 팀당 10억까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정부 지원 사업의 꽃으로 비유된다. 팁스 선발 기준이 기술창업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팁스프로그램 선정은 그 자체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팁스 도전은 해마다 이어지고 있지만 매 번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지 심사역은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 중 한 곳인 빅뱅엔젤스에서 지원 스타트업의 투자심사와 창업팀 추천을 맡고 있다. 그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지원 스타트업 스스로가 팁스 프로그램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팁스 운영사로부터 투자 및 프로그램에 추천된 창업팀, 창업팀이 전체 지분의 60% 이상, 운영사 지분율은 30%이하 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고문에도 제시되어 있듯 팁스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38개 운영사 중 한 곳의 추천이 필요하다. 지 심사역은 창업팀 접수 시 운영기관별 성향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의외로 투자 회사를 잘 모른 채 투자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투자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O2O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투자가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관련 전문위원이 부재하고 성장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 심사역은 “최소한 투자 받으려고 할 떄 운영사가 투자하는 분야를 봐야한다. 투자포트폴리오를 참고하거나 물어보고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핏을 맞추기도 어렵고 투자 성향을 모르면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운영사는 어떤 팀을 선호할까. 지 심사역은 “지분 구성, 창업일, 기업가치를 골고루 고려하되, 기업가치는 10억 정도로 보고 있다”며 “정량적인 요소 외에도 성장 가능성을 본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3년에서 5년 간 최대 20배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팀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성장 가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도 사람을 보고 투자한 경우도 있다. 지 심사역은 “피칭 시간 동안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모두 꺼내놓은 대표를 봤을 때 객관적인 판단 기준은 부족했지만 투자를 결정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2018년 팁스 운영사는 38개곳, 운영사별 평균 8개 팀을 선발한다. 운영사 선발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팁스 프로그램 선정 평가 준비에 돌입한다. 평가는 서면과 대면 평가로 이뤄지며 1주에서 2주간의 수정 기간이 주어진다. 지 심사역은 “평가를 앞두고 사업계획서를 다듬을 시간이 있는만큼 사업계획서 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누구나 알만한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막상 사업계획서를 보면 거칠게 이어져있거나 납득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장 상황과 상관없는 기술을 쓰거나 해당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 심사역은 “풀고자 하는 문제와 시장, 기술과 성장, 팀에 관한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팁스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지만 준비가 덜 되면 힘들고 어려워진다. 사업계획서를 쓸 때 특히 더 그렇다” 중기부가 요구하는 평가과제 기준 PSST(Problem&Market, Solution, Scale-up, Team)을 참고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시장은 충분히 있고 패인포인트가 확실한지,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기술 개발현황보다는 앞으로 개발할 기술을 구체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스캘업 부분에서는 팁스가 글로벌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해외 파트너, 전략 등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는 편이 좋다. 더불어 그래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지 심사역은 “단순히 얼마만큼 성장하겠다는 것을 그래프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어떻게’를 설득하는 편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것은 바로 팀.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고 기술을 구현하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구성해도 기술과 관련없는 팀원이 있으면 소용없다.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사람과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대면평가의 경우 운영사가 선발 팀을 대신해 팀의 역량과 기술아이템 전문성, 운영사 투자 계획, 지원계획 등을 평가위원에게 발표한다. 지 심사역은 이 과정에서 “스토리라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심사역은 “운영사의 대표나 심사역이 발표를 하는데 사업 전체 맥락을 잡아놔야 빈틈을 파고는 질문에 대처할 수 있고 사업 성장성을 역설하기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팁스는 해마다 분과별로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상대적이지만 대개 상반기는 1.2:1, 하반기 1.5:1 경쟁률을 보인다. 그다지 높지 않은 경쟁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떨어지는 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팁스 선발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에 따라 시장성, 글로벌 성장, 후속 투자 가능성이 높은 팀도 팁스 선발이 불발될 수 있다. 지 심사역은 “매년 달라지는 평가위원 성향에 좌우될 수도 있고 지원 분과에 우수한 팀이 몰릴 경우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어도 세부적인 요인으로 감정을 당해 탈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마다 선발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변수도 존재한다. 때문에 지 심사역은 “팁스 선정에만 목표를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팁스 선정이 불발됐다고 낙담하지 말고 사업을 가다듬는 차원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물론 팁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기에 탈락은 허탈한 일이다. 하지만 팁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만큼 기술적 로드맵 사업 방향, 사업화 전략을 투자 심사역과 재진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 심사역은 “10억 투자 유치만을 목적으로 팁스를 준비하면 실패 이후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당장 팁스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팁스 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지원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장성향에 맞는 투자자에게 직접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R&D 관련 지원을 받으면 6-7억까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나아가 “팁스의 당락으로 인해 사업의 실패와 성공이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달라”며 “팁스 이후에 다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 사업을 재정비하는 관점에서 팁스 프로그램을 접근해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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