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씨를 찾습니다” 지난해 12월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와 동명이자 영어 스펠링까지 같은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김 작가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후쿠오카 항공편을 끊었지만 아이의 수술 스케쥴과 겹쳐 갈 수 없게 된 것. 예매처에 환불을 의뢰하자 1만 8,000원 가량을 돌려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항공권 가격은 10만 8,300원.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예매가의 10%에 불과했다.
김 작가는 환불 대신 양도를 택했다. 예매처 측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남성이자 ‘김민섭’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것, 그리고 둘의 여권상 영문 스펠링이 일치할 것. 김 작가가 조건에 딱 맞는 김민섭 씨를 찾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찾는다고 해도 그가 후쿠오카로 2박 3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은?
김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사연을 올리고 김민섭 씨를 찾았다. 김 작가가 운영하는 <나는 지빙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 페이지에는 3만 여명의 팔로워가 있었다. 사연은 좋아요와 공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전국의 김민섭이 댓글로 소환됐다. 3일 째 되던 날,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김민섭 씨가 나타났다. 그는 휴학을 하고 대학 졸업 전시 비용을 준비 중인 93년생 청년이었다.
김민섭 씨가 나타나자 그의 여행을 지원하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누군가는 숙박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어떤 이는 후쿠오카 교통 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을, 다른 이는 자신이 본 후쿠오카 야경을 볼 수 있는 타워 관람권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와이파이 기기를 제공하겠다는 업체는 홍보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 회사 로고를 지우고 물건을 전달했다.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는 소셜펀딩으로도 이어졌다. 사연을 접한 카카오 측에서 청년의 여행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청년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졸업전시 비용을 마련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카카오의 제안에 김 작가가 펜을 들었다. 김 작가가 사연을 글로 전했고 김민섭 씨는 그가 그린 캐리커처로 후원자에게 보답하기로 했다. ’93년생 김민섭 씨 후쿠오카 보내기’ 펀딩에 참여한 이들은 278명, 약 254만원의 펀딩 금액이 모였다.
“왜 저를 도와주시나요? 그리고 왜 수백 명의 사람이 저를 도와줄까요?” 인천공항에서 조우한 김민섭 씨는 김 작가에게 물었다. 김 작가는 답했다. “그냥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씨도 그 뜻을 이해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공항으로 오는 동안 평소라면 지나쳤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김민섭 씨는 생각했다. ‘혹시 오늘 나를 도와준 사람이 저 사람은 아닐까, 저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공모전을 끝내고 오느라 피곤해 보였다는 김민섭씨, 그를 바라보던 김 작가는 그가 너무도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은 수많은 사람들이 김민섭 씨를 응원하는 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평범한 한 청년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혹은 아들, 친구, 가족을 본 것이다. 김 작가는 “결국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 느슨하고 가느다란해서 잘 보이지는 않을 뿐이다. 누군가가 줄을 잡아당기면 비로소 내 옆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콘텐츠를 만들 때도 이같은 접근이 유효하다고 전한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하거나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대상을 발견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와 연결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김 작가는 “이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 이 사람의 잘됨이 나의 잘됨이자 사회의 잘됨이라는 감각을 모두에게 전해주는 것이 소셜 크라우드 펀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넥스트 콘텐츠 컨퍼런스 2018이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미래,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문화와 기술, 융합과 연결, 4차 산업혁명시대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기 마련됐다. 컨퍼런스는 국내외 저명 연사의 강연과 콘텐츠 전시 및 제험 등 미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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