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슬칼럼] 스타트업들에게 멘토링을 한 인연으로 이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번이 마지막 칼럼이다. 필자는 그동안 본 칼럼을 통해 스타트업들에 필요한 기업가정신과 스타트업 정책의 문제점, 자금유치 등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 나름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 과정에서 너무 어두운 면만을 강조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스타트업들에 뭔가 도움을 주기위해 시작했지만 많은 한계를 느낀 게 사실이다. 스타트업에 현장의 문제점을 안다는 것과 해결 방법을 도출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을 통해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산업구조나 경제 환경을 볼 때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너무나 중차대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에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 스타트업에도 강점이 있다=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경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멘탈이다. 특히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하는 기록경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번 아시안게임에서 사격, 펜싱, 체조 부분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 선수들의 뒤에는 멘탈 코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여기에 참여했던 한 멘탈 코치는 멘탈 훈련이 개인의 일상생활에도 유익하다면서 무슨 일을 하던지 자신의 약점을 밀쳐두고, 강점을 더 생각하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만 멘탈이 중요하겠는가? 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며 꿈을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에게도 멘탈이 중요하다. 스타트업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흔히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스타트업에도 강점이 있다. 스타트업에는 대기업이나 기존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의사결정, 추진력,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 또한 몸집이 가볍기 때문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고, 아니다 생각되면 방향전환이 쉽다. 이것은 대기업이 가질 수 없는 큰 장점이다. AI, IoT로 대표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 연결사회이다. 과거에는 중후장대산업이 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초 연결사회는 몸집이 작고 스피디한 기업들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스타트업을 멘토링 하다보면 자신감이 넘쳐 자기 기술이 최고인양 자랑만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보유기술의 사업화가 어려운 환경적 요인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화가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에 더 골몰하다보니 일이 진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전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를 인터뷰한 유트브 제작자(「유튜브 크리에이터」 ‘김태용’)는 성공한 창업가는 ‘상처투성이’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이 0.5%라면 그것을 위해 99.5%의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갑자기 멘탈 얘기를 꺼낸 것은 성공한 창업가도 이런 시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창업에는 이겨내야 할 온갖 어려움과 실패가 따를 수 있고, 또 실패의 쓰라림을 이겨내려면 굳건한 멘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패전하고 돌아온 장수는 목을 벴다. 일본은 장수가 알아서 할복을 했고, 그런데 로마에선 패전하고 돌아온 장수를 다음전쟁에 다시 내보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란 이유 즉 그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로마가 당시 유럽의 대부분을 평정하고 1,000년 대제국을 이끈 비결이 보이는 대목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사회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입사 면접에선 가장 짧은 시간동안 가장 높은 성취를 이뤄낸 이야기를 높이 샀으나 최근에는 완벽한 사람보다 실패의 경험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낸 삶의 이야기를 더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현대 경영학의 구루로 평가 받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1996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가장 왕성한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것은 이렇다 할 자원과 자본도 없이 전쟁의 폐허에서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저력을 인정한 말일 것이다. 한때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2000년대 들어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암웨이가 금년 3월 발간한 글로벌 기업가정신보고서(AGER)에 따르면 한국의 ‘암웨이 기업가정신 지수 (AESI)’는 39점으로 44개국 조사대상국 중 33위에 그쳤다. 이제 우리 스타트업들이 과거 무에서 유로 일궈온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등 창업1세대의 빛나는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때다. 이들은 자본력, 기술력도 빈약한데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까지 여겼던 영역에 과감히 도전하여 성공을 일궈냈다. 오늘에 기업가 정신을 되살릴 때다. 과거 중후장대산업을 대기업들이 이끌었다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스타트업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도전한다면 성공의 문은 열릴 것이다.
◇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흔히 기존의 시장은 레드오션이고, 기존 기업이 저마다 우위를 점하고 있어 핵심역량이나 기술이 없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스타트업의 자격이 없다. 스타트업들은 이런 고정 관념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기술 기반형 창업이든 아이디어 기반 형 창업이든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활력을 잃은 사양 산업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사례는 많다.
음반 제작 스타트업 ‘뮤즈라이브’는 올해 소녀시대 등 인기 아이돌그룹의 음반 30여종을 발매해 전 앨범을 완판 했다. 10여곡이 들어 있는 앨범가격은 2만원 정도다. 이 회사가 내놓는 음반은 평균 1만장 찍는 한정판인데 25만장이 팔렸다. 이 스타트업이 판매한 앨범은 명함절반 정도의 크기의 ‘키트’다. CD 등 물리적인 음반시장이 끝났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레드오션분야나 틈새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고를 업로드하고 원하는 수량만 입력하면 책을 펴낼 수 있는 주문형 출판사 ‘브크크’, 태양광 압축쓰레기통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이큐브랩’이 그 좋은 예이다. 이 스타트업들은 기존 대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가고 있다. 이러한 레드오션에서 히트친 스타트업들의 특징은 틈새시장의 공략에 있다.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을 버리고 다품종 개인맞춤형 생산체제로 도전해서 성공했다. 아무리 레드오션 산업이고, 사양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제조나 유통방식, 또는 기존 제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혁신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한 스타트업은 우주쓰레기 처리위성(‘아스트로스케일’)을 내년부터 가동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것은 두 나라의 스타트업들의 역동성과 혁신 역량, 그리고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담대한 야망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스타트업들도 자신감을 갖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새롭게 도전한다면 과거 창업 세대들이 이룩했던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리라 확신한다. 멘탈 갑으로 무장한 우리 스타트업들을 통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기대해본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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