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빠졌다기보다는 생활에 가까웠다. 어린시절부터 대부분을 게임과 함께 했다” 엄익진 엔플로이드 대표에게 게임은 삶의 일부였다. 일상생활과 업무 중에도 게임은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게임 말고도 엄 대표를 설명하는 중요한 수식은 또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볼 때의 떨림이다. 90년대 압구정동 오락실에서 처음 VR 게임을 봤을 때도 그랬다.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 엄 대표를 움직이게 만드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은 VR 게임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졌다.
올해 엔플로이드가 선보인 게임은 스페이스 슈팅게임 아크파이어다. 아크파이어는 YJM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VR원년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보여주기식 성장을 하기보다 때를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엄 대표는 “VR은 오래 걸리는 시장이다. 성장하려면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시장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 VR은 시장 상황을 봐야하는 시기다. 작은 스타트업에게 항상 위험이 따른다. 급하게 나서가보다 천천히 계속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크파이어 출격을 기다리는 동안 엔플로이드는 블록체인 게임에 눈을 돌렸다. 엄 대표는”블록체인 게임도 초창기 VR 게임과 비슷하다”며 “시장이 없으니 불안하고 성장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봤다. 지난 10월에는 엔플로이드 표 첫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선보였다. VR 게임과 마찬가지로 쉽고 간단한 게임부터 시작했다.
블록체인 게임으로 처음 선보인 게임은 일종의 겜블링 장르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버튼을 눌러야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24시간 동안 상금이 걸려있고 제일 마지막에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아직까지는 상금이 적어 소위 말하는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첫 선을 보였을 당시 게임 플랫폼에서 1위를 달성할만큼 관심을 받았다. 엄 대표는 “유저들의 새로운 게임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고 기술검증 차원에서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 중인 두번째 게임은 24시간 안에 탑을 공격, 먼저 주인이 된 사람이 동전을 모두 가져가는 내용의 게임이다. 승자는 입장료 명목의 코인을 모두 얻는다. 상금이 걸려있는 게임에 사행성 논란은 없을까. 엄 대표는 “사행성 보다는 게임으로의 재미를 배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한다. 그는 “흔히 돈이 걸린 게임이라고 하면 바다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저들이 좋아했다기보다 고통받는 게임에 가까웠다. 분명한 건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고통받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원하지도 않고 그렇게 되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목표는 VR게임이다. 그 전에 웹 기반 블록체인 게임으로 가능성을 시험해본다” 다음 단계는 강화에 초점을 맞춘 판타지 게임이다. 강화 성공 유무에 따라 암호화폐 획득 여부가 결정되는 컨셉이다. 엄 대표는 “실제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고 투자하는 사람들도 시장 유저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음 단계는 블록체인 게임에 VR을 결합한 게임이다. 엄 대표는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았다”며 “블록체인은 VR 콘텐츠로 가는 길목에 한번쯤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이른바 시장 반응이 터질 수 있는 VR 콘텐츠를 고민해왔다”며 “VR 게임을 통해 유저들이 게임에 필요한 수익을 올리고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봤다. 블록체인 게임을 검증,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한다. VR게임은 텍스트로 이뤄진 UI를 클릭하면서 펼치는 전략게임으로 구상하고 있다. 엄 대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을 예로 들었다. 인터페이스가 허공에 펼쳐지고 가상터치로 조작하는 증강현실 대신 VR 기기를 쓰고 전략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다.
“블록체인 게임 역시 금방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엄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도 VR게임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계속,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전략으로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엄 대표의 말마따나 국내에서는 초기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업계를 한바탕 휩쓸고 갔다. 암호화폐 등락폭도 변수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엄 대표는 “여전히 새로운 것만 보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떨린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 선점 가능성이 큰 분야로 봤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1등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열려있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게임이 자리 잡을 떄까지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2019년 두 번째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선보일 예정인 엔플로이드는 RPG 게임 개발과 블록체인과 VR이 결합한 게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출격 준비를 마친 아크파이어도 오프라인 매장 출시를 엿본다. 엄 대표는”VR과 블록체인 모두 시장이 정체기인 건 맞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임을 업으로 하고 있어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엔플로이드에도 그런 사람들이 모였다. 기분 좋게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 우린 또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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