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늘 열변을 토하는 김이사는 회사에서 알아주는 얼리어댑터다. 나이는 회사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지만 새내기 직원 못지 않은 패션 감각과 트렌드를 콕 집어 내는 능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회사 내에서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스마트폰 전도사가 됐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활용을 사내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런 김이사가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앞으로 업무환경이 어떻게 변하게 될 지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새로운 것에 항상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젊은 직원들도 많은 부분 공감한 내용이기에 소개한다. 그 날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4세대 이동통신과 모바일오피스,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기업의 업무환경 특히 중소기업의 변화였다.
이미 알겠지만 모바일오피스는 ‘어느 곳에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PC 중심의 업무환경에서는 모든 일이 중심이 개인용 컴퓨터가 놓여 있는 ‘공간’이 되지만, 모바일오피스 시대에서는 사람이 있는 바로 그곳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무실’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모바일 단말기고, 두 번째는 무선통신 인프라다.
모바일 단말기라고 하면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언제 어디를 가든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정보를 찾고 문서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도우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도구들이 없었다면 비즈니스 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오피스는 여전히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상상’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단말기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와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단 시간에 기록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전화에서 출발했지만 주머니 속의 컴퓨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는 자유자재로 정보를 찾고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아직은 이런 도우미들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오피스 환경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는 아직 제한적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3G 이동통신 서비스망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러한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TE(Long Term Evolution)이라는 4세대 통신서비스가 상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체감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예를 한번 들어 보자. 만약 1.4GB 용량의 영화 파일을 롱텀 에볼루션 환경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받는다면 불과 13분 정도면 가능하다고 한다. 2013년 정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정한 4G 서비스인 LTE 어드밴스드 통신환경에서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무려 1Gbps 업로드 속도는 500Mbps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오피스 환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일단 데이터 통신비용이나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문제는 접어두고 생각해 보자. 우선 이동전화가 보급되면서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거나 해지하는 가정이 생긴 것처럼, 휴대전화망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능력이 이렇게 진화하면 네트워크 환경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겨가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이동통신망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유선네트워크나 무선랜에 비해 많이 느리기 때문에, 메일 확인이나 간단한 웹서핑 정도에 머물고 있는 모바일 데이터 사용 환경도 많은 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대용량의 파일을 공유하고 수시로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모바일오피스 환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대용량의 동영상 데모를 즉석에서 다운로드받아 시연할 수도 있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고품질의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으면서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을 무선랜 공유기처럼 활용해 테더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1인창조기업이나 소규모 중소기업들은 사무실 하나를 운영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중무선랜 사용이 가능한 핫스팟 지역에서 약속을 잡거나 업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면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가 4G 시대로 접어들고 현재의 무선 데이터 요금제도와 비슷한 정도로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앉아 있는 바로 그곳이 사무실이 되는 셈이다.
재택 근무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형태의 아웃바인드 비즈니스 족이 탄생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사무용 기기와 책상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적인 개념의 사무실이 네트워크에 연결이 가능한지를 따지게 되는 새로운 개념으로 바뀔 수 있기때문이다. 회의를 해야한다면 현재 있는 곳에서 모바일 컨퍼런스 비디오 콜을 하면 되고, 굳이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한다면 시간 단위로 회의실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1인창조기업이나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비교하면 여러가지면에서 융통성 있는 업무처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스마트폰을 활용해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게다가 올해만 해도 듀얼 프로세서를 채용한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렇게 속도나 성능면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뒤지지 않는 모바일 도우미들이 등장하면, 굳이 업무를 위해 PC를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 4G 네트워크에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와 구글앱스와 같은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앱(app)을 활용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에서 올해 7월부터 LTE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얼마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4G 시대가 국내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상용화 시점에 맞춰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앞으로 6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며칠 전 김이사가 얘기하던 ‘미래’가 ‘현재’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