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신규벤처투자와 벤처펀드 결성, 회수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도 역대 최대인 1조원 출자가 이뤄진다. 지난해에 이어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제 2의 벤처붐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다. 투자 규모가 확대된다고해도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성장의 불쏘시개로 삼을 수 있는 투자는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25일 창업 벤처기업-투자자 만남의 장에서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관 등 생태계 관계자가 참여해 투자 유치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다.
“투자자는 어디에서 만나야 하나요?” 기업은 투자자를 만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투자사는 투자할만한 기업을 만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닿을듯 말듯한 이 둘은 어떻게 마주할까.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는 “제일 빠른 방법은 아이템에 관심있어하는 투자 담당자가 어디에 있고 어떤 투자사가 투자 여력이 많은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분석하고 찾고 두드려라= 현재 국내에는 160여 개 투자사가 있다. 투자사 수가 적었던 이전에는 앉아서 기업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투자사가 직접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다. 그만큼 투자사 역시 투자할 기업에 목말라 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투자사를 만나는 왕도는 없다. 적합한 담당자를 빠르게 찾고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만나는 방법이 투자 유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김학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도 “교과서적인 답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펀드 조성 자금이 확대되고 벤처캐피털이 이전보다 늘어난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자와의 만남을 찾아나서라고 조언했다. 단, 투자자와 만나기 전에는 어느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투자자 성향과 회사마다 색깔이 다른만큼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도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창업자가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단 자신을 믿을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 위해 필요한 건 투자사가 어떤 분야에 투자를 주력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전보다 각 회사마다 데이터가 공개돼 있어 투자자와 만남 전 준비를 충분히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 또한 투자사를 찾아나설 때 투자사의 스타일과 특징을 검토해보라고 조언했다. 배 대표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투자 회사가 이전에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 최근 2년 간 집중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역으로 분석하고 만나되 회사가 보유한 펀드가 얼마나 소진됐는지, 다시 말해 투자 여력이 있는 곳인지를 분석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회사가 추구하는 혁신을 믿어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고 답했다. 리디북스의 경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 혁신과는 결이 다른 혁신을 추구하고 있었다. 전자책 시장이라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면서 없는 시장으로 만들어 낼 혁신을 투자자에게 증명해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할 만한 투자자를 만나지 못하면 투자 유치 확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리디북스 투자를 이끈 김학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는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선입견을 있었지만 리디북스의 매출 퀄리티를 살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리디북스에 대한 고객 충성도와 재방문률이 주효했다. 배기식 대표의 전문성과 책임감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김 대표는 “배기식 대표처럼 열심히 일하고 유연한 조직이라면 전자책 시장이 만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리디북스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2014년 25억 원, 2015년, 2016년 추가 투자로 총 85억 원을 유치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가치로 설득하라=투자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설득의 과정이 남아있다. 현장 참가자는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매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며 “중기부 산하 각종 공적투자프로그램에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이 나야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투자 유치 단계에서 검토하는 ‘수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조윤제 비바리퍼블리카 CFO는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데이터로 잘 정리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토스의 경우 이용자의 성장성과 재방문율, 이용자의 행동 빈도를 데이터로 정리해 왔다. 실제적으로 매출이 나오지 않지만 데이터를 토대로 토스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있고 이들과 함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인점이 주효했다는 의견이다.
조 CFO는 또 “회사가 일하는 방식으로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 CFO에 따르면 결제 서비스를 수익모델로 제시했을 당시도 매출액이 나지 않았고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었다. 2018년까지 토스가 실험한 서비스만 해도 약 40여가지. 어떤 서비스가 수익모델로 적합할지는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있었다. 조 CFO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팀이 성장하고 있고 나중에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는 “스타트업 중 순이익을 내는 회사는 거의 없을 뿐더러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다”며 “투자를 받기 위해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투자를 통해 향후 2-3년 내 어떤 모습이 될 지를 강조한다면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할까.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 실장은 “좋은 기업을 만들고 투자자에게 많은 자금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와 기업이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남의 허브로 삼아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투자자와 창업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아울러 석 실장은 “창업벤처실 산하 한국벤처투자, 기술정보진흥원, 창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정보 교류를 통해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와 창업자 간 양질의 정보 공유를 통해 투자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민간 주도의 투자생태계 형성을 강조했다. 공공은 민간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 대표는 “창업초기, 재기펀드, 지방투자 등 민간이 손 댈 수 없는 부분에 공공이 힘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투자가 편중되는 바이오, ICT 서비스, 유통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할수 있도록 공공이 제역할을 해야한다”며 “중기부와 함께 창업 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는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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