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된 지 3년이다. 지난 1월 초에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1년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할 수 있는 금액을 기존 7억에서 15억 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펀딩 경험이 2년간 5회 이상, 1,500만 원이 넘는 일반인을 적격투자자로 인정해 연간 투자 한도도 확대했다. 그 뿐 아니라 금융이나 보험업, 부동산업, 사행성을 뺀 모든 업종에 대한 크라우드펀딩 자금 모집을 허용했다. 더 많은 초기 기업에게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 기회가 열린 것.
물론 막상 길이 열려도 첫 시도라면 어렵게 생각되기 십상이다. 박진성 팀장은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와디즈에서 3년간 32개 기업, 150억 원 자금 조달을 도와왔다. 박 팀장은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한 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하면 무조건 3가지는 얻을 수 있단다.
첫째는 온라인에서 대중에게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하는 한편 IR 자료를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담당 심사역과 함께 펀딩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대표가 놓친 부분도 정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뿐 아니라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설득할 논리도 탄탄해진다. 박 팀장은 “크라우드펀딩 후 거래처를 만나거나 새로운 투자처를 만나면 이전보다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권한다.
둘째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원하는 시점에 결론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투자자를 만나기 어렵다. 검토를 받기 시작해도 언제 투자가 된다는 걸 확정하기는 어렵다. 길고 긴 인내의 과정이 필요한 것.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다르다. 투자 성패는 심사역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청약개시일과 종료일을 사전에 아예 정해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기업 사정에 맞게 라운드를 끝맺을 수 있다. 적어도 2∼3개월 안에 결과가 반드시 나온다. 박 팀장은 쿼럼바이오 심재현 대표를 예로 들었다. “심 대표는 처음부터 빨리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2개월 만에 10억 원 펀딩을 받았어요. 이어서 와디즈 주주 배정으로 14억 원을 한 번 더 유치했는데 24억 원이면 시리즈A치고 나쁘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셋째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 조건에 불합리한 독소조항이 없다고 말한다. 박 팀장은 “사실 금융 전문가가 아닌 초보 대표에게 투자의 세계는 실로 위험하다”고 말한다. 눈 감으면 정말 코 베어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안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대표이사 지분이 너무 낮거나 후속 투자가 막혀 버리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몇 천만 원 투자하고 지분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블랙엔젤 투자자도 있다. 박 팀장은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크라우드펀딩으로 공개적인 곳에서 다수에게 투자를 받으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박 팀장은 크라우드펀딩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보니 응원하는 팬이나 고객이 생기고 플랫폼을 눈여겨보던 투자자에게 후속 투자를 받을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박 팀장은 와디즈 입사 전에는 창투사 심사역으로 근무했다. 기업을 발굴하는 일이야 다를 게 없겠지만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만 투자하는 게 아쉬웠다고 말한다. “좀더 초기 단계 기업 그러니까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아무도 투자하지 않은 곳에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박 팀장은 와디즈에서 3년간 32개 초기 기업에 150억 원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러시아에서 발레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젊은 나이에 예술 유치원을 시작한 발레앤모델부터 이젠 청와대 맥주로 알려져 더 이상 초기기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제맥주기업 세븐브로이 역시 모두 그의 작품이다.
물론 박 팀장은 “크라우드펀딩을 투자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기업을 처음으로 알리는 자리, 쇼케이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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