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번을 벗은 사내가 힙합 리듬에 맞춰 읊조린다. ‘아자르, 아자르’ 대여섯 명의 사내는 아자르를 외치며 중독성 있는 춤을 선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영상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아자르의 정체는 하이퍼커넥트가 선보인 영상 메신저다. 2014년 세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아자르는 현재 230개 국가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수 3억, 매일 7천 만 건으로 국내 통신사 하루 통화량을 상회한다. 지난해 아자르로 매출액은1,000억 원에 달한다.
“비디오 영상커뮤니케이션 기반 소셜 디스커버리 플랫폼” 김정훈 하이퍼커넥트 CBO는 2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개최된 테헤란로 런치클럽에서 아자르를 이같이 정의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비디오를 중점적으로 활용, 실시간 만남을 지원하는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김 CBO가 사업그룹 관점에서 단계별 글로벌 시장 공략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 생존단계, “내부 데이터에 집중하라“=하이퍼커넥트는 애초부터 ‘해외 시장 진출’이 목표가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시장이 무대였다고 전한다. 아자르도 2014년 첫 출시부터 전 세계에 배포됐다. 유럽, 중동,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김 CBO는 “누가 우리의 이용자인지를 먼저 고려했다”고 전한다. 특정 국가 이용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해당 국가 이용자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에서 답을 찾았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김 CBO는 “이용자 퍼널을 분석하고 서비스 유입부터 구매, 재구매로 이어지는 사용 단계를 연구했다”며 “전체 이용자에서 가입자, 구매 이용자로 세분화 한 후 사용 양상을 세분화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용자의 결정적인 순간을 파악했다. 판단 근거는 철저히 데이터 기반이었다. 김 CBO는 ” 앱 내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지루해하거나 구매를 망설이는 순간이 있다”며 “이용자 패턴을 나누고 각자 성향에 맞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오르기 시작했다.
데이터는 마케팅에도 주효했다. 이미 유입된 이용자 중 반응률이 높은 군을 골라내고 리타켓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충성도를 높였다. 중동 지역의 경우 스와이프 방향을 반대로 하는 방식으로 각 지역에 따라 접근방식도 달리했다. 지역별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당연지사. 데이터는 가격 정책을 짤 때도 주요한 요소였다. 김 CBO는 “빅맥 지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가격대를 설정하고 패키지 별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기, 음성 인식을 통해 언어를 감지하고 상대방 국가 언어로 번역해주는 방안을 고안했다. 마땅한 방법을 찾던 중 당시 구글이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음성인식을 시도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사업그룹 팀은 담당자를 수소문해 콜드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당시 구글도 서비스 초기 단계라 협업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업 그룹은 미국 본사로 향했다. 김 CBO는 “아자르가 구글 음성인식 클라우드 플랫폼을 좋은 예가 될 지에 대해 설득했다”며 “비즈니스의 진정성을 강조했다“고 기억했다. 구글 웹사이트에 음성인식 번역 사용 예로 등록된 아자르는 안정적인 번역 시스템을 탑재하며 전 세계 이용자의 소통을 돕고 있다.
◇현지 시장 데이터를 잡아라=아자르 초창기 내부 데이터에 주목했다면 2015년~16년에 이르는 시기에는 외부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해 현지 시장 분석에 나섰다. 원칙은 변함없었다. 데이터 안에 답이 있다는 것.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김 CBO는 “데이터 활용 단계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을 해결하는데 집중했다”며 “누구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을 때 빠르게 분석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 스킬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 채용도 진행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국내 거주외국인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했지만 두 번째 생존 단계부터는 시장 밀착을 위해 5개 해외 현지 법인에서 직접 채용을 시작했다. 현지 시장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각 시장, 문화를 고려한 마케팅도 시도했다. 트래픽 수가 많은 중동, 인도, 유럽, 동남아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인도 등지에 주 이용 층인 20대 감성에 맞는 영상 광고를 선보였다. 누적 다운로드 3억 건을 돌파한 것도 이 무렵이다.
◇“5년 간 성장 길.. 여전히 생존기“=”여전히 다음 단계 미션이 존재한다. 이제는 매출 2천억을 향해 나아가고 더 많은 이용자와 함께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누군가는 친구가 필요해서, 심심한 누군가는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어떤 이는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아자르를 연다. 전 세계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자르를 경험한다. 김 CBO는 “아자르라는 플랫폼은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조금 더 깊이 있는 마케팅이 필요해진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한다.
시장 브랜딩이 필요해진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터키에서 셀럽과 콜라보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터키 정서에 어울리는 마케팅으로 현지 마케팅 저널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 CBO는 “접근 방식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통용되는 기준은 있다”고 전한다. 신규 이용자와 기존 이용자의 조화다. 김 CBO는 “언어를 넘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기능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미 진입한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기능을 넣기 위해 현지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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