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 한 명이 발등에 타투를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시부모님이 찾아왔다. 아이를 낳고 힘든 와중에 남편을 붙잡고 말했다 “여보, 양말” 김남숙 인스턴트타투 대표가 풀어 놓은 이야기다.
타투는 한 때 어둠의 세계를 상징했다. 주먹 세계, 날나리처럼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케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타투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힙합 뮤지션, 유명인이 스스럼없이 타투를 드러낸다. 어떤 이에게는 ‘힙’함의 상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타투는 불건전한 것과 개성 그 중간 즈음에 있다. 아직까지 국내법상 타투는 의료인이 시술하지 않는 한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한번쯤 시도하고 싶어도 실행이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오픈서베이와 인스턴트타투가 진행한 설문에서 20대 여성 중 72%가 타투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타투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타투가 있는 사람은 응답자 중 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참거나 바라보거나, 그게 아니면 붙인다.
◇타투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타투 스티커는 조악하다는 인식을 깨고 싶다” 인스턴트타투가 진짜 같은 타투 스티커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투를 하고 싶지만 평생 지울 수 없다는 찜찜함에서 벗어나 부담없이 타투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김남숙 인스턴트타투 대표는 ‘진짜 같은 타투 스티커’에 방점을 찍었다고 소개했다.자여느러움을 위해 붙였을 때 반짝거리는 타투 대신 피부에 붙여놔도 이질감 없도록 무광 코딩을 입혔다. 물을 이용하지 않는 일명 ‘건식타투’로 체온과 압력으로 부착한다. 원하는 타투 이미지를 오린 다음 비닐을 벗기고 손으로 약 30초간 눌러주면 완성이다. 반짝거림이나 들뜸이 없어 스티커라는 느낌이 거의 없다.
“타투의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인스턴트 타투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김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 타투로 무장한 타투 마니아를 상상했다. 편견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타투도 없을뿐더러 평소에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가 새로운 경험 매개체로의 타투를 생각하게 된 건 커먼타운에서다. 커먼타운은 무작위로 하우스메이트가 정해지는 공유 주거공간이다. 김 대표는 공유 주거공간에 산다는 건 그보다 많은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집에 매여 있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사는 걸 각오 했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걸 함축한다. 각자가 살아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그것도 장기적으로 본다. 함께 사는 건 훨씬 친밀한 일이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코파운더 김보라 부대표를 만난 곳도 커먼타운에서다. 김 대표는 “함께 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합이 잘 맞았다”고 전한다. 무엇보다도 타투 스티커는 단순히 타투가 아니라는데 뜻이 같았다. 인스턴트타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만들고 싶은 문화를 만드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들은 뜻을 같이 했다. “새로운 경험을 쉽게 해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생각을 자극한다”고.
함께 살면서 매일 이야기하다보니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P&G에서 10년간 마케터로 근무하고 화장품 스타트업에서 국내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던 김 대표와 신세계뷰티 MD였던 김 부대표 손에서 만듦새 있는 타투가 완성됐다. 지난해 5월, 텀블벅에서 인스턴트타투를 처음 선보인 후 김 대표가 전업으로 인스턴트 타투를 시작했다. 매쉬업엔젤스와 스파크랩 투자 유치 이후 김 부대표가 합류했다. 같은 해 10월의 일이다.
◇경계를 허문다.. 새로운 예술을 만난다=“패션, 뷰티, 예술 세 요소가 함축돼 있고, 경계를 넘나든다. 경계를 허물고 분야를 아우른다” 누군가는 뷰티, 누군가는 예술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타투를 바라보는 관점은 물론 시장 크기도 다르다. 수백 조에 달한 패션시장부터 예술시장까지 어느 시장을 잡아도 큰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인스턴트타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 세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뷰티로, 패션으로, 누군가는 예술로 향유한다.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인스턴트타투를 이용하는 층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처음 주 타겟층은 타투에 관심 있는 2030여성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타투를 한 사람이나 타투를 결심하고 위치와 디자인을 고려하는 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주저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인스턴트 타투를 찾았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진짜 타투와 믹스앤매치를 위해 하거나 타투 전 어울리는 디자인이나 위치를 찾기 위해서, 또 다른 이들은 기분전환 겸 재미로 타투를 접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부담이 없어서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왔다. 마케팅을 하지 않은 뉴욕, 런던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현재 가장 많이 판매가 이뤄지는 곳은 싱가포르, 대만,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등지다. 글로벌 확장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처음부터 글로벌에서 시작한 셈이다. 김 대표는 “타투 시장 자체가 해외 시장이더 크기도 하고 해외로 나갈 수록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한다며 “3월 싱가포르 지사 설립 후 미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가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김 대표는 “인스턴트타투가 새로운 예술을 만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스턴트타투는 타투를 위한 작품이 아닌 작가 작품을 도안으로 제작되고 있다. 민조킹, 서리투, 윤미원 등 국내 디자이너는 물론 뉴욕과 런던 디자이너 작품이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타투로 재탄생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했을 때 예술에 갖게 되는 친밀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아티스트의 새로운 판매 채널로도 활용된다. 김 대표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아티스트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경험의 매개체이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나아가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교집합은 인스턴트타투였다” 더 많은 사람이 인스턴트타투를 경험할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치는 늘어난다.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작은 시도를 타투로 부담 없이 시작한다. 시도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회사는 동반 성장한다. 인스턴트타투를 만드는 이들도 늘어난다. 고용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일어난다. 김 대표가 말하는 비즈니스의 효용이다. 인스턴트타투가 첫번째로 고용한 사람도 50대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앞으로도 인재영입에 장벽을 두진 않을 계획이다. 경력단절 여성, 청년 타투 큐레이터가 함께 일하는 유연한 조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턴트타투가 꿈꾸는 세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세상을 꿈꾼다. 부담없이 도전하고 지울 수 있는 인스턴트타투는 그 시작점이다. 사회적인 위치, 성별, 나이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세상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인스턴트타투는 3월에는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4월에는 지체장애인 작품을 상품 형태로 선보이는 키뮤스튜디오와 협력해 새로운 인스턴트타투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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