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경영을 잘할 수 있나?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대학 1학년 때 일이었다. 교수님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론에 능한 교수님도 경영을 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사업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사실 없었다. 경영학도로 경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종잣돈을 모아 첫 경영에 나섰다. 학교 앞 호떡 장사였다. 모든 비즈니스 사이클을 겪어 보고 싶어 시작한 실험은 매 학기 이어졌다. 한 학기가 끝나면 다른 한 학기는 곧장 현장에 적용했다. 4년의 정규 과정과 휴학기간 4년이 더해졌다.
“실패한 실험이 수도 없이 많다.” 정주영 청년창업경진대회 설명회에 모인 청년들에게 김 대표는 “실패가 익숙하다”고 털어놨다. 호떡 장사 이후 블라인드 대선후보 추천 앱부터 웹페이지 버전 뱅크샐러드, 문자인식 기반 가계부 서비스로 운영되던 뱅크샐러드 2.0, 그리고 현재 뱅크샐러드앱까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하루에 2~3만 다운로드가 발생하는 뱅크샐러드 앱도 한 때는 여섯 달 다운로드 수를 합쳐야 2만 다운로드가 발생하는 앱이었다. 앱 다운로드 수 350만, 매일 27만이 사용하는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지금도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을 개발하면서 세운 200개 가설 중 성장을 이끈 건 4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례로 소비패턴을 두고 이른바 ‘뼈 때리는’ 조언을 건네는 금융비서는 뱅크샐러드 앱 성장을 견인한 요인 중 하나지만,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개인 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상품을 권유했지만 되레 이용자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데이터를 활용한 ‘영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했다. 금융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서다. 카드, 통장, 개인 데이터를 해석해 말을 건넨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는 밀레니얼 성향을 반영했다. ‘술술술술’이후 ‘식사’ 카드 내역서가 찍히면 금주했다는 칭찬을 건네는 식이다. 강권이 아닌 공감으로 접근으로 관점을 바꾼 순간은 뱅크샐러드 성장을 견인한 요인 중 하나로 남아있다.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 김 대표는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뱅크샐러드 또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염두에 ‘담대한 협업’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는 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며 “고객을 위한 협업과 팀원 간 상시 공유, 자발적 피드백, 빠른 실행과 실패 비용을 줄인 학습, 집단적 창의성 발현으로 이어지도록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진짜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설명회에 모인 청년들에게 말했다. 사업은 스스로를 속이거나 스스로에게 속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세상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중요한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정이나 책임감이 진짜냐 가짜냐를 떠나 가지고 있는 이상과 포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할 만큼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다. 김 대표는 “사업에 대한 열망이나 진정성은 크지만 역량이 부족하다면 사업가로서 증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서 열심히 할 수도 있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고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린 것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실패도 있지만 경험들이 모여 사회를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고 이런 것들이 쌓여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걸 경험할 것”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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