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타트업,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다’ 어느날 유튜브 채널에 이름도 생소한 오피스 다큐 영상이 올라왔다. 오피스 타큐라는 단어에서 추정컨대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임이 분명했다. 쉽사리 재생이 눌러지지 않던 찰나 이들이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졌다. 스타트업을 떠올리면 꼬리말처럼 붙어 다니는 수평적 문화,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가 실제 존재하는지, 글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궁금증이 ‘노잼’ 의혹을 이겨낸 순간 손가락은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10분 남짓 영상에는 말 그대로 여행스타트업 트립비토즈 일상이 담겨있다. 누군가는 회의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신입사원을 맞이하기 위해 웰컴키트를 정돈하고 이제 막 트립비토즈에 발을 들인 신입 구성원은 자신의 속내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말 그대로 스타트업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다. 쉽사리 화면을 끄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어떤 장면은 우리 내 일상과 비슷해 눈길이 가고 또 다른 장면은 그동안 보지 못한 스타트업의 민낯을 볼 수 있어 시선이 갔다.
영상 제작을 맡은 전형준 트립비토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회사를 홍보하는 단발성 영상이 아니라 우리의 성장과정을 긴 호흡으로 남기기 위해 시작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트립비토즈 일상을 기록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김지민 사업기획팀 매니저가 ‘오피스다큐’에 담아보자고 제안했다. 기획, 연출, 시나리오 없는 오피스다큐가 태동하던 순간이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디에 내놔도 어느 누구에게 소개시켜 줄 때도 자신 있었다” 김 매니저는 수영 선수 출신 개발자, 걸그룹 연습생 출신 마케터. 공공기관 철밥통을 끊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마케터까지 평범해 보이는 이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캐릭터가 확실했다. 김 매니저는 “툭 찔러보면 저마다의 스토리가 펼쳐진다”며 “개성강한 이들이 모여 협업하고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은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누구나 촬영해서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에 계산된 문법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가장 많은 소스를 투척한다는 김 매니저는 틈나는 대로 구성원 일상을 기록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관찰카메라로 회사 내부를 촬영하고 여기에 팀원 개개인이 촬영한 본이 도착하면 편집 작업이 시작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장면, 외부 미팅, 회의, 설원 위에 펼쳐진 워크샵, 홍콩 여행 등이 뒤섞인다.
그러다보니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편집이 끝날 때까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 디렉터는 “편집자 입장에서는 정해놓은 스토리 없이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데 진정성을 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습은 역시 일하는 모습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분명 업무 중 대화를 나누는데 영상 속에는 직함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평소 이들이 부르는 호칭처럼 OO님으로 표시 될 뿐이다. 영상만 보자면 누가 대표인지, 개발자인지 마케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되 프로젝트 별로 협업하는 모습을 담을 뿐이다. 전 디렉터는 “직함은 10회까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성원 간 갈등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4회에서는 출장을 떠난 구성원이 충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황 디렉터는 위기 상황을 오히려 반겼다고 한다. 어디에나 갈등은 있고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지만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은 ‘건강한 갈등’이기에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전 디렉터의 답이다. 나아가 “단순 갈등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충돌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한 갈등을 다큐에 녹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지점은 화를 내거나 웃고 떠드는 영상 속 일부 모습을 구성원 전부로 오인할 수도 있다는 것. 전 디렉터는 “영상에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제작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외부 시선에 대한 노파심도 있다. 누군가는 ‘ 일 안하고 놀기만 하는거 아니야?’라고 물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의 공통된 답은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것. 즐겁게 일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구성원 반응은 어떨까. 호기심 반 긴장 반, 모두 재밌게 보고 있다는 평이다. 동기부여가 되는 측면도 있다. 익숙함 때문에 회사가 일하는 방식, 문화가 좋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영상을 보고 비로소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소통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 전 디렉터는 “오피스다큐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며 “우리 안에도 분명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글로 적은 공고보다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니 이전보다 채용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 김 매니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나 우리랑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온다“며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고 어떤 꿈을 꾸는지 아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다’ 트립비토즈의 미션이다. 전 디렉터는 “오피스 다큐 또한 트립비토즈 미션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오피스 다큐 또한 트리비토즈인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스스로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찾고 이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서비스가 바로 여행의 본질을 찾는 서비스, 트립비토즈라는 의견이다.
오피스다큐 시즌 1은 10화를 기점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시즌 2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 시즌 1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회사가 오피스다큐를 시작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전 디렉터는 “스타트업이든 기업이든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길 막연히 생각한 회사 이미지, 글자로 표시된 처우가 아니라 진짜 그 회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오피스다큐 트립비토즈가 만드는 오피스다큐가 그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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