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는 땀 흘리는 ‘나’ 자신이 있다. 운동할 때 스스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복장이 누추해 보이지 않는지,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곁눈질로 옆 사람 동작을 살펴볼 필요도 없다. 운동 기록을 꿰고 있는 트레이너가 있다. 몸 상태, 운동 기록 데이터에 따라 트레이너가 개인 맞춤 운동을 코칭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운동 공간, ‘짐티’에서 가능한 일이다. 박경훈 짐티 대표는 “거울을 공유하지 않는 컨셉”이라고 짐티를 소개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운동 공간=짐티는 트레이너와 1:1 맞춤 운동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짐티에 방문하면 45분에서 한 시간 가량 트레이너와 1:1 운동이 시작된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나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 짐티 내부도 아늑함과 편의성에 따라 구성됐다. 10평 내외 공간에는 36가지 운동이 가능한 랙, 소도구, 탈의실과 샤워룸이 들어차 있다. 여타 피트니스 센터보다 공간 자체 규모는 작지만 운동 회원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간을 구성할 때 효율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 대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관리 받길 원한다”며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프라이빗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둘러보면 방해받지 않고 공간을 오롯이 쓸 수 있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락커룸과 샤워룸 옷장을 연결해 다음 이용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한 것도 그 중 하나다. 기존 운동을 하는 이용자는 트레이너와 1:1로 운동을 하고 샤워룸으로 이동하고 다음 대기자가 들어서는 시간까지 불필요한 접촉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간이 줄어든 만큼 기존 공급자가 안고 있던 불합리함도 사라졌다. 박 대표는 “피트니스 센터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구 자체가 인테리어화 됐다”며 “굳이 큰 공간이 필요 없지만 기구 자체가 인터레이가 되다보니 동선까지 고려하면 큰 공간을 사용하게 됐다”고 짚었다. 문제는 시설과 인테리어에 드는 비용은 늘어났지만 고객이 내는 비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그러다보니 피트니스 클럽은 폐업률이 높은 산업이라고 인식됐다. 짐티는 몸집을 줄이면서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고객이 원하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짐트럭에서 짐티까지..운동 장벽을 낮춰라=“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마음이 먹어지지 않아서” 박 대표는 피트니스 센터로 발걸음을 옮기기까지, 이용자가 안고 있는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 한다고 봤다. 운동할 시간과 갈 시간을 줄여주고 원할 때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운동할 수 있을 것. 처음에는 운동공간을 트럭에 싣었다. 트레이너가 직접 트럭을 몰고 이용자를 찾았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임대료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이었다. 효율이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구조기도 했다. 짐티 전신인 ‘짐트럭’이다.
매출로 따지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피봇을 결정한다. “결정적으로 가설이 잘못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운동 도중 차를 빼달라는 요청이 오면 운동을 중단하고 자리를 옮겨야 했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없다고 봤다”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 부담을 줄이는 모델, 지금의 짐티가 탄생한 배경이다. 박 대표는 2018년 2월 판교 백현동에 짐티 1호점을 열고 편리한 사용 경험을 더했다. 현재까지 문을 연 짐티는 서울 경기 지역 14호, 포인트제로 운영돼 한 곳에서 결제하면 어느 지점에서나 포인트로 운동할 수 있다. 집 앞, 회사 근처, 생활 반경 근처에 있는 짐티를 찾으면 된다.
◇7세부터 77세까지.. 남녀노소가 잠재고객=1호점 기준 이용고객은 7세부터 77세까지다. 소위 ‘몸짱’ 바디빌더가 아닌 건강해 지고 싶은 모든 이를 타겟으로 잡은 결과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섯 살 딸도, 70대 아버지 세대도 각자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몸짱이 되려는 마음보다 생존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고 있더라” 시설업이 아닌 교육 서비스업으로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업을 재정의 하자 시장은 더 커졌다. 남녀노소 건강하고자 하는 이들이 짐티 잠재 고객인 셈이다.
이용 고객이 다양하게 분포해있는 만큼 앱 대신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가능토록 했다. 동네를 거닐다 짐티에 들른 고객에게 앱 다운로드를 권하기보다 사이트로 안내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데 방점을 찍었다”며 “연세가 있는 고객도 서비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효율 높이고 운영 부담 낮추고.. 데이터의 힘=짐티는 지속가능한 운동을 위해 데이터에 주목했다. 그동안 유의미한 운동데이터가 사람의 감과 기억으로 관리됐다면 기록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대표는 “누구나 운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한다”며 데이터가 답이 될 것으로 봤다. 땀을 흘렸다고 해서 운동이 아니라 실제 꾸준한 운동이 몸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운동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현재 관절 가동범위, 인바디 등 신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에 맞는 운동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맞춤형 운동 관리도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도 데이터는 효율성을 높이는 열쇠였다. 새로운 트레이너가 오거나 오랜만에 방문하는 고객에 있다면 서로의 상태를 몰라 효율적인 운동이 이뤄질 수 없었지만 데이터를 통해 이전보다 관리가 수월해졌다. 운영 부담도 덩달아 줄었다.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통해 예약 상황과 운동 기록을 관리하면서 트레이너는 본업인 코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대표가 함께 일했던 동료를 짐티로 모셔오면서 전한 말이다. 박 대표는 짐티 이전 벨기에 맥주회사를 거쳐 써니로프트 공동창업 후 엑싯, 네이버와 넥슨을 거쳤다. 써니로프트를 공동 창업한 이가 현재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 정주환 대표다. 현재 구성원도 당시 네이버에서 함께 일한 팀원으로 이뤄졌다. 믿을 수 있는 동료가 함께 한 건 박 대표의 엑싯 경험과 그동안의 커리어도 주효했지만 그가 내건 분명한 목표도 한몫했다. 당시 박 대표는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의 토대가 되고 우리가 하는 일이 건강한 삶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 건강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박 대표가 꿈꾸는 세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 대표는 짐티를 통해 ‘건강한 세상’을 이루고 싶다고 답했다. 5살도, 10대부터 70대까지 각자 신체 능력과 운동 상황에 맞춰 꾸준히 운동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어느 순간 반짝 건강이 아닌, 누구나 지속 가능한 건강을 위해 책임지기 위해 짐티는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현재 계약을 완료한 매장은 26여 곳. 올해 안으로 40여 동네 곳곳에 상륙한다. 종목도 추가된다. 지난해 필라테스에 이어 골프, 운동치료 영역으로 확대해 일상생활 속 운동 경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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