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것은 타 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 1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네트워크가 점점 빨라지고 비용도 낮아져야하는 데 국내는 오히려 비싸지고 있다는 점이 넌센스”라며”한번 시행된 법을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는 2016년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 따라 트래픽 사용량 기반으로 접속통신료를 정산하고 있다. 망사용료 정산 기준을 용량에서 트래픽으로 변경하면서 통신 3사간 이뤄진 무정산 방식도 통신사 간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통신사에게 지불해야하는 사용료도 늘어난 것. 한국판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왓챠 같은 콘텐츠 제공 업체는(CP)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트래픽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신사에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구조다. 이런 제도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도 손꼽히며 5G 시대가 본격화 되면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 CP에게 망 이용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 대표는 “망사용료에 따라 유저 사용비도 결정이 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통신사가 콘텐츠 제공자 역할을 하기시작하면서 생겨날 문제점도 지적했다. 통신사가 CP 역할을 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것. 박 대표는 “통신사가 OTT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우리와도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됐는데 이들이 얼마만큼의 망사용료를 낼지는 의문”이라며”망사용료를 공개해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통신사인 SK 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 서비스를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과 통합할 계획을 밝힌 데 따른 우려다. 왓챠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통신사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망사용료는 더 많이 지불하는 불공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인 것.
그는 국내 스타트업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넷플릭스 망사용비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스타트업 하려면 미국 서버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셜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는 “망사용료가 회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국내 망사용료가 과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시지온 서비스는 국내 미디어 400여 곳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미디어 기사를 한 건씩만 읽어도 시지온 쪽에서는 많은 트래픽이 발생해 이에 따른 비용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10년 차 스타트업임에도 이 같은 환경이 어려운데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이나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망중립성 원칙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현재의 상호접속 제도와 망중립성 원칙 완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는 영업이익의 5분의 1, 6분의 1을 망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며”큰기업도 부담인데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우리나라의 경우 콘텐츠를 접속하는 대가로 사용자도 돈을 지불하고 CP도 돈을 지불하는 불공정한 문제가 있어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통신사에 대한 강한 비판도 이어졌다. 존 밀번 하나세 코퍼레이션 CTO는 “네트워크 피어링을 통해 접속 대상이 수천개에 이르는 글로벌 통신사에 비해 국내 이통사의 소극적인 피어링 정책은 결국 지난 10년간의 혁신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통신사가 무정산 피어링 방식을 피하고 유료 피어링은 고수하는 방식은 망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자신의 고객들을 볼모삼는 일”이라며”이는 한국 혁신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빌 우드콕 PCH 사무총장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피어링(Peering)의 99% 이상이 무정산 방식이며 협정 당사자들이 서로 동일한 조건을 주고받는” 것을 지적하며,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업자들의 경우 유료 피어링(paid peering)이 보편적인 개념인 것 처럼 전파하는 경향이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치이며, 이마저도 급감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곽진희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작년 1기 인터넷상생협의회에 이어 2기 구성 준비 중으로, 5G 서비스에 따른 사후규제 정책을 재정비하고 이용자보호 체계를 새롭게 수립하는데 대해 정책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상생협의체 등 관련 정책 논의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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