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비스가 유럽에서 안 통한다면 할 필요가 없다. 유럽에 가서 도전해보자.” 강현욱 비프로 일레븐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바라봤다.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미련 없이 돌아오기로 하고 9명의 팀원과 축구 명가 독일로 떠났다. 그렇게 유럽에 진출한 지 1년 반, 크레이지 코리안이란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뛰다 보니 어느새 유럽 메이저 리그 팀 15여 곳을 포함해 전 세계 213개 축구팀을 고객으로 둔 서비스로 성장하게 됐다.
AI 축구 영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프로일레븐은 독일 1부 리그 분데스리가 진출을 시작으로 라리가, 프리미어리그, 세리에 A, 리그앙 등 유럽 5대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팀의 영상 분석을 맡고 있다. 국내 토종 서비스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
비프로의 시작은 축구를 좋아했던 강 대표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추어 축구 선수 데이터 분석 앱을 만든 것이 계기가 돼 여기까지 왔다. 문과를 졸업했지만 학부 시절 개발 동아리에서 개발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강 대표는 전 세계 모든 선수의 프로필을 구축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이 꿈은 지금도 강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다.
비프로의 서비스는 크게 영상 촬영, 데이터 분석, 영상 편집 세 가지다. 세 개의 카메라로 경기 전체 영상을 찍고 선수들의 데이터 분석을 4K영상에 붙여 제공한다. 핵심 기술은 AI. 선수 인식과 슈팅, 패스 등 사건 분석을 자동화해 빠르게 처리한다. 여기에 검증된 분석관 80명이 24시간 안에 분석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기술이 채우지 못한 영역을 메꿔준다. 영상 편집 툴은 필요한 영상만 직접 편집해 보거나 영상 위에 전술을 기록할 수 있어 코치들의 사용도가 높다.
있을법한 서비스 같지만 비프로 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비용까지 저렴한 서비스는 없다. 강 대표는 “독일에 오기 전 갖고 있던 생각들은 현지에 와서 모두 깨졌다”고 말했다. 현지 분석 서비스 수준이 매우 낮았던 것. 사실상 이 분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비프로의 서비스는 강 대표가 직접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고 분석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내주는 정도였지만 하부리그의 관심은 남달랐다. 재정적인 문제로 1부리그가 아닌 하부리그나 유소년 리그 단계에서는 영상 분석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비프로를 통해 소수만 누리던 영상분석 서비스를 하부 리그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프로는 따로 제공됐던 세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타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강 대표는 “독일에만 700만 명이 축구팀에 등록되어 있고 16만 개 팀이 존재하는데 이 중 200~300팀 정도만 우리 고객이 돼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비프로는 독일 하부리그부터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일 축구 시장의 인싸이더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상 유럽 팀 중 미팅하기 어려운 팀이 없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현재 유럽 시장 외에도 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축구팀에서도 비프로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비프로의 목표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전 세계 경기장에 비프로의 영상 카메라를 다는 것. 이를 위해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0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자금도 확보했다.
비프로는 영상 분석 서비스와 더불어 선수 매니징을 위한 프로필 구축, 나아가 중계 시장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강 대표는 “향후 스포츠 중계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며”1, 2부 리그 영상만이 아닌 모든 축구 영상을 비프로tv를 통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자기 플레이 영상을 갖고 싶어 한다”며” 자신의 영상을 가지고 그때 이렇게 플레이 했었어햐 했는데 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 영상의 민주화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점점 사용층을 늘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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