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태블릿 컴퓨팅 제품들이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패드 이전에도 태블릿 장치들이 있었지만, 딱히 시장을 주도했던 제품이 없던 터여서 그런지 아이패드가 더욱 주목받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아이패드로 인해 태블릿 컴퓨팅에 관심이 높아질 수록 이 같은 태블릿형 장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그 런데 태블릿 장치에서 절대 양보나 타협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화면이지요. 태블릿 장치를 만들다 보면 모든 요소에서 양보도, 타협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화면 만큼은 절대 양보가 없어야 합니다. 바닥에 두고 쓰는 노트북과 달리 들고 써야 하는 장치의 특성 때문입니다. 바닥에 놓고 쓰는 것과 들고 쓰는 것은 분명 여러 가지로 차이가 많습니다.
아이패드나 곧 나올 아이슬레이트처럼 들고 쓰는 태블릿 장치들은 어느 한쪽만을 보면서 쓰는 장치가 아닙니다. 때로는 세워서 볼 때도 있고, 때로는 옆으로 눕혀서 쓸 때도 있지요. 또한 응용 프로그램을 다루다보면 화면을 여러 각도로 기울여서 볼 때도 많습니다.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볼 때 화면에 떠 있는 이미지나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짜증 나기 마련입니다. 또렷한 색의 화면이 아니라 색이 반전되어 나타나면 제대로 보이는 화면 위치를 잡느라 애를 먹습니다.
이런 반전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 것은 LCD 패널의 차이입니다. 노트북이나 모니터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TN 패널을 넣었다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러한 반전이 일어나고, IPS 패널을 쓰면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TN 패널을 쓴 S10-3T의 색상 반전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기울기에 따라 화면에 무엇이 표시되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레노버 S10-3T의 시야각 : http://www.youtube.com/watch?v=Hw4Q9SA4DUY
HP TC1100 시야각 : http://www.youtube.com/my_videos?feature=mhw5
아이패드나 그 이전에 나왔던 HP TC1100은 IPS 패널을 썼습니다. 어떤 각도에서도 색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패널이지요. 하지만 레노버 S10-3T 같은 컨버터블 노트북은 대개 TN 패널을 씁니다. 애초에 태블릿으로 만들 장치가 아니라 화면을 접어 쓰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생각한 터에, 제조 단가를 고려하다보니 이러한 패널을 넣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사실 TN 패널와 IPS 패널의 가격차는 제법 납니다. 주문 수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25.4cm(10인치) 크기의 TN 패널이 45달러 안팎입니다. 이에 비해 아이패드의 IPS 패널 가격은 85달러 정도로 밝혀졌는데, 이는 260달러의 아이패드 제조 원가 중 1/3이 넘는 값입니다. 그나마도 대량 주문에 따라 값을 낮춘 게 이 정도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패널 원가는 훨씬 비쌌겠지요. 두 제품의 판매가는 499달러. 하지만 아이패드보다는 레노버 S10-3T가 부품 원가는 더 들었을 것인데, 이로 인해 레노버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 지만 비싼 부품이라고 해도 그 패널을 썼을 때와 안썼을 때의 느껴지는 완성도는 다릅니다. 아이패드에 앞서 7년 전에 나왔던 TC1100이 지금도 쓸만한 장치로 여겨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시야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화면의 힘입니다. 그나마 태블릿 PC가 아닌 태블릿 장치로서 아이패드가 나왔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화면을 가진 태블릿 PC는 여전히 없습니다. 오늘날 강력한 성능을 가진 값비싼 컨버터블 PC가 쏟아져 나온다 해도 화면이 주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부품을 쓰지 않는 한 7년 전의 TC1100이나 오늘날의 아이패드 같은 제품처럼 품위있는 장치로 인식되진 못할 겁니다.
태블릿 PC 또는 태블릿 장치는 만드는 업체라면 이제 화면이 가진 힘을 절대 무시해선 안됩니다. 멋진 UI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쏟아진다고 해도 기본이 안된 하드웨어에서는 소용 없습니다. 시야각 문제 만큼은 결코 양보나 타협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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