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와 20대는 궁금한 것을 검색할 때 네이버와 유튜브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또 이들이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중 어떤 것을 고를까?
2일 삼성동 코엑스 C페스티벌 360도 서울 세미나. 이재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두 질문 모두 후자가 답”이라며 대학내일이 분석한 밀레니얼과 Z세대에 관한 올해 주요 키워드 5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마이싸이더, 결정은 내가 한다=성동일 맨투맨과 김용건 가디건이 인기검색어로 등극하고 투박하게 생긴 어글리슈즈, 그런지룩이 유행한다. 또 손으로 마구 그린 듯한 피자헛광고가 주목을 받고 ‘누가 뭐라든 대충 살자’ 놀이가 SNS에서 회자된다. 이에 대해 이재흔 연구원은 “남이 보기에 예쁘고 잘 만든 것보다 자신의 마음에 들고 재미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라며 “사소하든 중요하든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 소소하게 노력하고 성공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롤모델도 변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 모델 할아버지 김칠두를 비롯해 노년에도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새로운 멋의 기준으로 등극한 것. 이에 대해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정하는 안전하고 뻔한 선택지보다는 자기 기준대로 선택지를 찾고 결정하길 원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가취관, 관계는 취향 중심으로 가볍게=요즘 캠퍼스에는 연어동아리, 퀴디치동아리, 길냥이동아리를 비롯 기존에 없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동아리가 들어섰다고 한다. 술이나 뒷풀이 강요 없이 가볍게 만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또 아무 대화 없이 사진으로만 소통하는 고독한채팅방이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 가장 인기를 얻는 곳은 칭찬방. 이곳에서는 양치한 것마저 칭찬 받고 아무 말하지 않으며 과묵하다고 칭찬 받는다. 아무 목적 없이 별다른 대화 없이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다. 취향만 공유할뿐 깊은 관계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재흔 연구원은 이를 “가볍게 모이고 쉽게 헤어지는 스티커 관계”라고 하며 “밀레니얼 세대는 집단 결정권이 우선 보장되고 의무적인 성격이 강한 가족, 회사 같은 경제적 공동체보다는 선택적이고 자기 결정권을 우선 보장 받을 수 있는 취향 공동체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으로는 “가족 형태가 변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은 혼자가 익숙하다”는 점을 꼽았다. “여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게 더 좋다는 답변이 50%를 넘는 수준이다.”
◆소피커, 일상에서도 소신 표현=지난해에는 정의로운 예민함을 의미하는 화이트불편러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재흔 연구원은 “올해는 작은 소신이라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소피커가 떠오를 것”이라며 “나의 소신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물건 소비에 있어서 반영구 실리콘 스트로우가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치 6252% 달성률을 보이는가하면 사용과 보관도 불편하지만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러쉬의 친환경 네이키드 제품이 인기를 끈다. 또 외모 코르셋에 반기를 들며 화장품을 부수고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을 SNS에 인증하기도 하며 의미를 담은 뱃지를 가방에 달고 일상을 보낸다.
“이들은 일상에 소신을 녹여내고 싶어한다. 또 언제나 소신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도록 대화법도 공부한다.” 실제로 대화법 관련 도서 지난해 대비 판매율이 62% 올랐다는 것이 대학내일측의 설명이다. 이재흔 연구원은 “대학, 결혼, 출산 3가지에 대해 답변자 60%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또 젠더리스 속옷이 인기를 끌고 성중립 화장품 브랜드가 등장한 것처럼 사회적 고정관념에 밀레니얼 세대는 의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관심과 참여로 사회가 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자존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팔로인, 검색보다는 사람을 믿는다=이재흔 연구원은 “많은 기업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어떻게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지 궁금해한다”며 “인플루언서의 인기와 영향력을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네이버를 비롯한 검색 포털보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채널에서 피드로 구독하듯 정보를 받아본다는 뜻.
대학내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이 쌓은 경험에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 대표적으로 지난 월드컵 당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중계보다 인기를 끈 것은 온라인 중계를 진행했던 BJ 감스트이며 그는 동시 접속자수 35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방송사뿐 아니라 공신력 있는 미디어로 통하던 연예인 역시 영향력을 잃고 있다. 대학내일 설문 결과 연예인보다 유튜버를 신뢰한다는 답이 3배 더 많이 조사되기도 했다.
이재흔 연구원은 이에 대해 “밀레니얼, Z세대에게 신뢰의 기준은 진정성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정보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브이로그 콘텐츠가 유행을 얻은 것도 정보를 전하기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전부기 때문에 보다 진정성 있는 정보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실감세대, 오프라인에서 오감 만족=올 초 천만 관객을 달성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20~30대 관객비율은 55.6%였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싱어롱 상영관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경험이 2차, 3차 관람으로 이어졌다는 것. 이재흔 연구원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현실 같은 감각에 끌리는 경향”이라며 “의류 매장 혹한 부스, 맥주 시음처럼 시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까지 온몸으로 느끼길 즐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낯설렘과 뉴트로라는 키워드도 함께 소개했다. 낯설렘은 낯선 경험이 주는 설렘이라는 뜻으로 여행에 관해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개발되지 않은 지방 소도시로 떠나거나 익숙한 여행지에 가더라도 낯선 경험을 찾는다는 것. 여행객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생활해보도록 쿠킹 클래스를 듣거나 여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트립과 마이리얼트립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다음으로 뉴트로는 새로운 레트로 즉 이미 존재했던 소재이지만 이제는 다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을 가리킨다. 요즘 핫플레이스라고 언급되는 익선동과 을지로에서는 개화기 옷 대여 서비스가 떠오르는가하면 그 밖에 영정 사진 프로젝트, 셀프 사진관처럼 사진 자체보다 사진을 찍고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이도 늘었다.
이재흔 연구원은 “시각적 경험의 질은 이미 온라인에서 최고치를 찍었다. 나머지 후각, 촉각, 미각, 청각을 만족시킬 고차원적 경험을 찾아 오프라인으로 나서는 이들이 느는 이유”라며 “지난해에는 순간적으로 최고 만족을 주는 현재 중심적 가치에 지갑을 열었다면 올해는 전이적이고 공감각적 경험을 주는 소비를 즐길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전세계 인구 30%를 넘었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과 Z세대를 비롯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매체가 온라인 마케팅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는 언급이 이어졌다. “이는 MCN 같은 신흥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밀레니얼과 Z세대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가 대세가 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들의 선호에 따라 산업이 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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