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몸 담았던 회사가 매각됐다. 사실상 적대적 M&A였다. 일괄적으로 20% 이상 감원이 시작됐다. 신명진 김기사컴퍼니 대표가 당시 회사에서 맡은 임무는 구조조정이었다. 신 대표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사직을 권했다. 그 중에는 입사한지 채 한 달이 된 직원도 있었다. 10년 동안 해왔던 위치기반 사업도 정리에 들어갔다. 그간 퍼부은 모든 노력이 무색해지는 느낌이 든 순간, 김기사컴퍼니가 움텄다. 판교스타트업미팅에서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와 만난 신명진 김기사컴퍼니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창업하게 된 순간”이었다며 국민 내비 김기사 서비스 탄생부터 매각까지 결정적인 순간을 공유했다.
#장면1,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우리만의 믿음으로 시작했다=신 대표는 회사 동료였던 현 박종환, 김원태 김기사컴퍼니 대표와 회사를 차리자고 뜻을 모았다. 스마트폰 전용 내비를 아이템으로 잡았지만 주변 시선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대기업에서 내비게이션을 선보이고 있었다. 구글이 지도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당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모인 인원은 7명, 이들의 의견은 달랐다. 신 대표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김기사컴퍼니는 기존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옮기는 당시 빙식이 아닌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대한 정의도 달리했다. 모르는 길을 갈 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접근방식은 매일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플랫폼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셉트로 잡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도 주효했다. “내비게이션은 연간 200만 개가 팔리는데 차량 이용자는 1천만이었다. 내비를 써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우리만의 사용자경험이 필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던 사람들 중에는 익숙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김기사는 서비스 피드백뿐 아니라 고객 의견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고객 의견에 일일이 반응했다. 신 대표가 당시 깨달은 건 완벽한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서비스가 나오는 원인을 설명해주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신 대표는 “솔직하게 할 수 없는 부분은 설명하고 노력해서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전해지면서 일종의 팬덤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장면2, 유료 서비스에서 다시 무료로..=어느 날 김기사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김기사 서비스 결제가 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는 전화였다. 고객은 결제 방법을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당시 직원은 차를 갓길에 세우도록 유도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열었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던 시절 처음 한 달은 무료, 다음 달부터는 유료 서비스를 진행한 때였다. 비슷한 사례가 접수되면서 김기사는 다시 무료로 서비스로 전환하게 됐다. 신 대표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당시로선 할 수 있는 전부였다”며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해 김기사를 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면3, 맨땅에 헤딩으로 만든 정보=초기 김기사는 서비스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교통 정보를 외부에서 수급했다. 도로교통공사와 업체에서 구입하는 형태였다. 제공 받는 교통정보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데다 매년 가격은 100%씩 인상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보를 사왔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왔던 것. 김 기사는 당시 정보를 받지 않는쪽을 택했다. 품질이 엉망이어도 김기사가 쌓은 데이터를 활용하자는 판단이었다.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택시 경로, 고속도로 위주로 제공되던 정보에서 실 사용자 정보를 토대로 한 국도 정보, 산길, 수집에서 제외됐던 고속도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사용자 정보를 통해 결과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면4, 추석 당일 찾아온 위기=지속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 하던 김기사는 지옥을 맛보게 된다. 추석 당일 4시간 동안 최고 접속수를 기록하며 서비스 장애를 겪은 것.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비상사태에 대비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트래픽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당시 고향에 있던 신 대표는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렸지만 정작 T맵을 켜고 목적지로 향했다. 이용자들에게 대국민사과를 할 만큼 공분을 산 사건이었지만 의도치 않은 홍보효과가 발생했다. 김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사용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뀐 전화위복의 순간이었다.
#장면5, 국민내비에서 스타트업 내비게이션으로..=김기사는 카카오내비에 매각되기 전까지 1,000만 다운로드수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전 국민의 5분의 1이 사용하는 국민내비로 등극했지만 사실 ‘국민 내비’라는 명칭은 김기사가 스스로 붙인 것이었다. 말이 씨가 된 2015년, 공동창업자 세 명의 퇴직금 1억 5천만 원을 종자돈으로 시작한 김기사는 카카오내비에 656억 원 규모로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김기사컴퍼니 멤버는 3년 간 카카오내비에서 머물다 2018년 다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합류했다. 국민내비 김기사 이후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스타트업 내비게이터’다. 현재 김기사컴퍼니는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완료하고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가 겪은 경험이 스타트업에게는 중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김기사와 함께 유니콘을 만들어가자”고 격려했다.
한편 성남산업진흥원이 주최한 판교스타트업미팅 네트워킹이 9일 LH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렸다. 당일 행사에는 선배창업기업의 성공사례 발표와 LH기업성장센터 창업지원 프로그램 안내, 청년 두런두런 지원 사업 안내와 우수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 이후에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의 업종별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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