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에 비해 한국 기업이 저평가 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유연한 규제와 정책 자금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13일 열린 2019 엔젤리더스포럼에서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는 활성화됐지만 기존 국내 스타트업 정책이 성장 동력을 저해한다”고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다. 2017년 기준 상위 100위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린 나라는 미국과 중국, 영국, 독일 순이다. 아산나눔재단이 2017년 발간한 스타트업코리아!정책 제안 발표회 결과리포트에 따르면 상위 100개 기업 중 우리나라에서 사업이 가능한 모델은 30%다. 나머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조건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아예 국내에서 불법으로 간주돼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절반 미만의 기회만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나아가리라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규제혁신을 통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권이 규제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을 정도로 불필요한 규제 격파는 정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규제 개선이 혁신으로 이어지기까지 실효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도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각 부처별 허가 기준도 달라 시간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다.
ICT 규제 샌드박스에서 실증특례 기업으로 선정된 뉴코애드윈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토바이 배달통에 부착하는 IoT 광고판을 선보인 뉴코애드윈드 측은 최소 400대 이상을 시범 운영해야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봤지만 정부 부처 입장은 달랐다. 전례가 없어 안정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10대만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 추후 광주 전남 지역에 한정해 100대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됐지만 사업성 여부를 확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국내 규제에 발목 잡힌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국을 벗어나면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국내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책 자금 또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책자금이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일정 부분 투자 생태계를 키운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한 한계도 명확하다. 유니콘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VC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는 “공공자금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투자 시) 다양한 꼬리표가 붙는다”며 “심지어는 (투자) 업종까지 지정된다”고 전했다.
또 국내 기업에 우선시 투자해야 하는 규정 상 해외 투자 경험은 쌓을 수 없고 펀드 청산 기간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이 되풀이 돼 우물 안 개구리식 투자를 양산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에 참여해 더 큰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정책자금이 일부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해 쓰이는 건 오히려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라며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단계에서 정책 자금 역학을 재고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 투자 및 M&A 규제 완화, 창업자 투자 선순환을 위한 차등의결권 보장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최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스타트업과 대기업·투자자, 정부·공공영역,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타트업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대기업은 투자로 생태계 확대, 정부와 공공영역은 혁신인재 양성과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시민 또한 건전한 시장 참여로 혁신에 참여하길 권했다.
한편 15일 팁스타운에서 개최된 2019 엔젤리더스포럼 5회에는 국내외 엔젤투자 동향과 투자자 투자 사례 경험 공유, 엔젤투자 계약 실무와 사례를 주제로 한 발표, 유망스타트업 IR이 진행됐다. IR에는 식물성 성분을 원료로 한 비건 화장품을 개발하는 뷰티긱스, 브랜드와 모델의 허브를 구축하는 SNS형 서비스 플랫폼 앤마들린, 레이저 기반 기술을 통한 수위 검출 장치 에스엔엘코리아, 디지털마케팅 통합 분석 광고 서비스 위즈페이스, 인사노무 자동화 관리 프로그램 휴렘 총 5개 기업이 참여했다. 엔젤투자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마련된 엔젤리더스포럼은 매월 두 번째 월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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