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에서 5월 28일 시작한 IT전시회 컴퓨텍스는 스타트업 전용관 이노벡스를 마련하고 300여개 기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이노벡스로부터 차로 20분 거리인 난강무역센터 전시장에서도 30개 글로벌 스타트업이 모여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대만 비영리 인큐베이터 개러지플러스(Garage+) 특별관. 개러지플러스가 대만 국가발전협의회 후원하에 운영하는 2주 집중 인큐베이팅 ‘스타트업 글로벌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개러지플러스는 2008년 설립된 대만 비영리 인큐베이터로 주로 초기 창업 테크스타트업을 상대로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특별관은 ▲IoT와 스마트디바이스 ▲그린테크 ▲디지털 헬스와 바이오기술 ▲AI와 IC, 빅데이터 4개 분야 30개 스타트업을 선보였으며 그 중 절반이 넘는 17곳이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을 비롯한 8개국 글로벌 스타트업에 해당한다. 현장에 있던 개러지플러스 관계자는 “대만이 주력하고자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참여 희망 기업을 모집, 올해 100여 곳이 참여를 신청했다”며 “선발 기업에는 항공편과 10일간 숙박, 컴퓨텍스 참가 기회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킹, 바이어 미팅 기회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밖에 에이수스, 콴타를 비롯한 회원사와 1:1 미팅을 주선하는 한편 참여 기업이 원할 경우에는 3개월간 업무 공간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스타트업 사이에는 이미 아시아 지역에 지사를 마련했거나 서비스를 출시한 곳이 있는 반면 아예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 진출을 꾀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떠나 아시아 진출에 있어 현지 파트너사 확보를 통한 네트워크와 진출 노하우를 확보하고 지리적 이점을 얻기 위해 개러지플러스 프로그램을 택했다는 답이 공통적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스타트업 컴퓨테이셔널 라이프(Computational Life)의 카를로 리비스 CEO는 “몇해 전 일본으로 먼저 진출을 시도했지만 언어 장벽을 크게 느꼈다”고 말한다. 컴퓨테이셔널 라이프는 인체와 동물체를 모델링해 생리학 혹은 병리학 실험 시나리오에 따라 시뮬레이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수학 용어나 컴퓨팅 용어가 많은 서비스인 만큼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비스 필요성을 호소하는 데 있어 현지 파트너사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개러지플러스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리적인 이점에 주목한 곳으로는 그린테크 구역에 부스를 마련한 버디그리스(Verdigris)가 있다. 버디그리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곳으로 IoT기술을 활용해 건물 에너지 소비와 그에 따른 비용을 절감해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현장에 있던 잭키 우 사업개발 및 영업 매니저는 “이번 프로그램 참여에 앞서 일본과 한국에 서비스 제공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본격 진출에 있어 대만은 지리적으로 동남아, 중국 본토와 모두 가깝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판단, 몇달 전 타이베이에 지점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정보 분야에 자리를 잡은 영국 출신 스타트업 앰플리파이(Amplyfi)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앰플리파이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와 시장 조사 향상을 위한 검색과 데이터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리 에클셰어 전략 애널리스트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파트너사 확보에 있어서는 현지 사무실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대만은 아시아 어느 국가로도 접근이 쉽기 때문에 최적 거점지라고 판단했다”며 “전시 이후에 개러지플러스가 제공하는 3개월 업무공간 지원 프로그램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대만 내 제조 인프라 역시 매력점으로 꼽혔다. 미국에서 온 정보기술 스타트업 나노그라스솔라(Nanograss Solar)는 원격 데이터통신을 위한 광플라스모닉 장비 전문 기업으로 광자집적회로를 위한 240GHz 대역폭 초고속 광검출기를 생산한다. 포야 다이어낫 수석 기술 담당은 이번 프로그램 참여 이유로 “투자자와 유통 파트너 확보”를 꼽은 한편 “대만에는 크고 기술력 좋은 제조공장이 포집한 만큼 제조 파트너 역시 이곳에서 물색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 옆 부스에 있던 줄리안 야그텐버그 솜낙스(Somnox) CMO는 “이번 프로그램에 앞서 미국과 유럽에 상품을 출시할 때 이미 대만 내 제조공장을 통해 생산을 진행했다”며 “기존 생산 시설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 전했다. 솜낙스는 네덜란드 출신 스타트업으로 사용자 호흡 패턴에 맞춰 함께 호흡하듯 움직이는 수면 베개를 선보인 곳이다. 이어 야그텐버그 CMO는 “학생일 당시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한 적도 있고 문화적으로도 안정된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개러지플러스 창립기관이자 이번 특별관 운영을 맡은 에포크 재단은 1991년 설립된 대만 비영리 재단으로 산학 연구 협력, 산업-경제적 정책 개선, 창업 능력 교육에 초점을 맞춰 2003년부터 초기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2008년 개러지플러스를 통해 본격 퍼실리테이팅 사업에 나선 바 있다. 조세핀 차오 에포크 재단이사장은 “이번 특별관은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비즈니스 기회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제 특별관 곳곳에서 자유롭게 미팅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의 아이디어, 아이템이 여느 기업에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걸 알리고 싶다. 참여 기업이 원하는 경우 전시 이후에도 멘토링 프로그램과 코워킹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은 제조 인프라뿐 아니라 디자인, 엔지니어링 분야 훌륭한 인재와 기업을 가진 곳”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글로벌 스타트업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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