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캐피털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유니콘 기업 수는 210개에 이른다. 더 놀라운 건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등장한 유니콘 기업 수만 해도 74개에 이른다는 것. 이 중 63%는 10∼30억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12곳은 100억 달러 이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주로 베이징 중관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털 매니징 디렉터는 6월 20일 여수 엑스포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중국 유니콘 현황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중국 내 유니콘 기업 중 레전드캐피털이 초기 투자한 곳 중 유니콘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30개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업인 요다우(Youdao)나 독립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유클라우드(Ucloud), 모바일 전자상거래 기업인 졸리칩(Jollychic),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인 포니에이아이(pony.ai), 바이톤(Byton) 등이 그들이다.
박 디렉터는 200개 이상 유니콘 기업을 분석해보면 창업자 평균 연령은 41세이며 인터넷 기업이 41%를 차지하고 있다. 분야로 따지면 의료나 바이오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블록체인 등 ICT 산업은 하향세다.
박 디렉터는 “중국 시장에서 이 같은 유니콘 기업이 출현한 배경은 시장 환경과 정부 정책, 투자 환경 같은 요인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하나씩 풀어보면 이렇다. 먼저 전통산업의 인프라 낙후. 금융 핀테크 분야를 예로 들면 중국 내 모바일 결제 규모는 41조에 이른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전체 시장 점유율 중 95%를 차지한다. 심지어 제례시장에서도 이들 서비스를 쓰는 건 어렵지 않다. 인프라 낙후가 되려 중간 단계를 뛰어넘고 모바일 결제 시장 진입을 이끈 것이다.
다음은 다양한 소비자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중국 GDP 중 10%를 차지한다. 징둥닷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시장 점유율 중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3선이나 4선, 5선 도시만 타깃으로 해도 충분한 성장을 담보한다. 혹은 해외 시장을 노리기도 하는 등 타깃 시장만으로도 유니콘 기업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부의 주도적인 산업 지원이다. 리옌홍 바이두 창업자의 경우 정책 입안에도 직접 참여한다. 공기관에선 주로 AI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제품을 많이 쓴다. 전기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며 판매액 중 35%는 정부가 지원한다. 앞서 소개한 바이톤의 경우에도 전기차 제조사에 대한 대대적 지원으로 중국 정부와 남경시 당국으로부터 20억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다음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인터넷 대기업의 적극적 투자다. 이들 기업은 전 산업 영역에 투자를 한다. 알리바바는 25곳, 텐센트는 41곳에 이른다. 또 다양한 자본 시장을 통해 유니콘 기업이 상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중국 시장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알리바바나 징둥닷컴 같은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물론 지금은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위험 요인이 있지만 지난 2013∼2018년까지 미국 내에서 100억 달러 이상 조달한 기업 수는 7곳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또 최근에는 상하이에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말하는 커촹반이 개장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이런 복합적인 요인 덕에 유니콘 가치 기업에 투자를 해도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적자기업에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일례로 징둥닷컴은 몇 년간 수익을 못 냈지만 작년에 수익을 냈고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Luckin coffee)는 작년 4억 달러 이상 적자를 내기도 했다. 박 디렉터는 이런 6가지 요인으로 인해 중국 시장은 지속적으로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디렉터는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의 유명한 “태풍 입구에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중국 내 유니콘 기업을 크게 흙수저 루키, 금수저 루키, 날아가는 돼지 3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 흙수저 루키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기업을 말하며 금수저는 스핀오프 유형 기업이다. 흙수저 루키를 예로 들면 DJI나 로욜(royole), 졸리칩 등이며 금수저는 알리바바나 바이두를 예로 들 수 있다. 유니콘 기업 대부분은 날아가는 돼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성공과 실패가 상존한다. 디디추싱처럼 기술 장벽을 구축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포(ofo)처럼 과도한 마케팅으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박 디렉터는 이들 날아가는 돼지가 생존하려면 기술 장벽과 압도적 시장 점유율, 마케팅, 지속적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디렉터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다른 점으로 한중 스타트업 생태계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슈퍼스타(유니콘)가 많이 나타나는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면서 이런 배경에는 공산당 핵심 이슈에 영향을 안 주기 때문에 규제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투자자가 중국 투자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지만 긍정적 측면으로는 자체적으로 국영기업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상하이 자본시장의 경우 바이오나 IT 등 기술 중심적인데 이는 미국에 의존하는 분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중국 스타트업계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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