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성장할 분야는 B2B 엔터프라이즈 IT 시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6월 21일 여수 엑스포에서 행사 이틀째를 맞은 2019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가장 큰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맞춰 AI가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다며 이 중심에는 클라우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가 이 자리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B2B 엔터프라이즈 IT와 클라우드 두 마디에 방점이 찍힌다. 이 대표는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의 공통점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라면서 “초강력 태풍이 부는 곳은 클라우드”라며 이 분야는 대한민국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설명한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시장이 크다는 것. 엔터프라이즈 IT 대기업은 매년 4,000조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쓴다. 분야별로 보자면 통신이 1,500조, IT 서비스 1,000조, 데이터센터 순이다. JP모건체이스의 1년 IT 예산만 10조가 넘는다. 웬만한 기업 가치가 넘는 돈을 매년 쓰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1년 예산이 1조에 가깝다.
물론 순위를 보자면 클라우드가 안 보인다. 4,000조에 달하는 이 시장에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0조가 안 된다. 이 지점이 바로 클라우드의 성장성을 역으로 증명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매출 성장률은 그야말로 급성장중. 매년 50%씩 성장 곡선을 그린다. 이 대표가 “어디에 투자하겠냐? 지금 큰 시장이냐 아니면 앞으로 클 시장이냐”고 물은 뒤 클라우드 시장이 혁신의 주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결국 “앞으로 클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한국에선 B2B 엔터프라이즈 IT가 열악하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간 무시당하고 천박하게 여겨지던 시장이라는 것.
국내 엔터프라이즈 IT 시장 규모는 22조 정도다. 하지만 절반 가량인 13조를 차지하는 건 IT 서비스다. SI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이다. 물론 이 대표는 “결국 이 비중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52시간이나 최저임금 등 환경을 감안하면 예전처럼 한국에서도 SI 인력을 싸게 구입하는 구조는 점점 줄고 재벌 IT가 망쳐놓은 IT 생태계도 바뀔 것이라는 것. 재벌 SI가 점점 사라지면 IT 서비스 매출은 다른 분야로 넘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 시장이 뜨는 건 미국이나 해외 얘기 아니냐고 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어느 누구도 클라우드를 도입하냐는 얘기는 안 한다면서 클라우드 도입은 당연한 것이고 언제 어떻게 하냐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한다.
클라우드가 뜨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지만 확실하다. 데이터가 돈이라는 건 누구나 이제 안다. 이 대표의 설명을 빌리자면 “데이터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데이터 자체가 이제 돈”인 시대 아닌가. 클라우드의 미래 가치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데이터를 엄청나게 쌓으려면 예전 시스템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필요한 게 바로 클라우드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론 인프라 시장 혹은 구축이 필요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탓에 클라우드 시장 역시 큰 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베스핀글로벌 역시 이 대표는 24개월 매출 곡선 그래프를 보이며 월 매출 100억 이상을 찍기도 했고 매월 10%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투자자에게 명확하게 얘기했던 건 “5년간 적자를 낼 것”이라는 애기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과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엄청난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적자에 대한 우려에 오히려 “삼성전자 반도체가 몇 년 적자를 본 지 아느냐”고 되묻는다. 10년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어디에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도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과거 조선업이나 반도체 같은 산업은 잘 될 것 같아서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엔터프라이즈 IT 시장 규모가 4,000조로 큰데 안 할 이유가 있냐?”는 게 해야 할 이유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이 성장하려면 필요한 걸 묻는 질문에도 국내에선 정부가 가장 큰 B2B 고객이지만 그냥 SI화해버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하는 대로 이것저것 요구해서 특정 프로젝트 하나에만 쓸 수 있게 만들어버리지 말고 레퍼런스를 그냥 써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같은 것이라도 오라클 것은 그대로 쓰면서 국내 기업에는 다 일일이 바꿔오라고 요구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처럼 엔터프라이즈 IT 레퍼런스를 그대로 써주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끝맺음은 시작과 같았다. 물론 자신감 넘치는 어조였다. “여기 계신 분(투자자)들. B2B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여기에서 돈이 나옵니다.” 박수 소리도 컸다. 이 대표 표현처럼 무시당하고 천박하다던 국내 엔터프라이즈IT 시장에서 나올 것 같은 다음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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