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성공할 것으로 보나? 성공적으로 시도한다면 결과도 좋겠는가? 그렇다면 스타트업과 경쟁이 되지는 않겠나?” SK그룹을 비롯해 대기업 임원이 참가하는 한 포럼에서 박태훈 왓챠플레이 대표가 받은 질문이다.
박 대표의 대답은 이렇다. “대기업을 비롯한 통신회사를 만나봤지만 성격만 다를 뿐 똑같다. 어차피 안한다. 듣기만 할뿐. 왜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아무리 좋은 답을 가르쳐줘도 무섭지 않다. 대기업이 오라고 해도 오지 않겠지만 설사 왔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다. 여기는 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타트업 입장에서 볼 때도 대기업이 절대 무섭지도 부럽지도 않다”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액셀레이터 스파크랩이 주최한 제 13회 데모데이에서 밝힌 일화다. 당시 박 대표의 답변을 듣고 내부에서는 모두 박장대소 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26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깜짝 등장해 대기업이 스타트업 이노베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후배 기업가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최 회장은 박 대표의 말에 일부 동의한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규모와 레거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업모델을 유지하는 일, 나아가 내부의 KPI가 대기업의 발목을 꽉 잡고 있어 속도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반면 “스타트업은 스피드를 항상 이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스피드를 이용하는 전략에 집중할 것 같다”며 “내가 스타트업이라면 솔루션을 만들 때 누가 살지를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최 회장은 “타겟을 만들고 그 타겟에 우리를 맞춰나가면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IPO나 엑싯을 하든 스타트업을 빨리 많이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성공한 기업가”라고 전했다. 또 “무언가를 만들 때 내가 좋아하는 것, 나 정도면, 내가 잘할 수 있다를 생각하기 보다는 누가 내가 만든 기술이나 관계를 살지를 정의내리면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 굴뚝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적용이 최대 관심사라는 최 회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이노베이션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먼저 최 회장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가로짓는 두 가지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시대에 측정할 수 없었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과 디지털 경제에서 물건을 사고 팔 주체를 서로가 특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가치를 만든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가려면 측정 비용을 줄이거나 관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한국 스타트업이 다른 나라 스타트업을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SK 그룹과 스타트업이 협업을 도모할 수 있다. 최 회장은 “SK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와 관계를 축적해왔다”며 “SK가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좀 더 플랫폼화 시키는 방안으로 스타트업과 이노베이션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방적으로 줄 수는 없고 기업도 스타트업에서 무언가를 얻어야 추진 동력이 생길 것”이라며 “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상생 협업 관계를 위해 최 회장은 스타트업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현재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지분의 20%를 넘게 보유하면 스타트업도 대기업 자회사로 분류돼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떠안는다. 최 회장은 “생태계를 활발하게 만들고 투자자와 협력 문제를 만드려면 규제 문제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가진 문제를 모두 풀어내는 것”이라며 “부디 성공하시라”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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