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인회사로 시작해서 한 달 100억 원 매출을 올리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든 영업 전략을 기승전‘아마존’으로 바꿔야 했다.”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를 찾아 슈피겐을 창업할 때부터 현재 2,600억 원 매출 규모 회사로 이를 키우기까지의 얘기를 전했다.
이날 김대영 대표가 시종일관 강조한 전략은 모든 트래픽을 아마존으로 집중하는 것. “원래는 액정보호 필름 유통사로 창업했다가 2008년 아이폰 3G가 출시된 뒤로 휴대폰 케이스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당시 구글에서 휴대폰 케이스를 검색하면 2억 4천 개의 결과가 나왔고 상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 매출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다.” 현재도 흔히 쓰이는 현장 이벤트 부스, 브랜드 마케팅이나 SEO 마케팅을 동원해봤지만 여전히 하루에 잘 팔려봐야 20개 정도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2012년 무렵 아마존이 막 떠오르기 시작할 때 앞으로는 사람들이 쇼핑할 때는 구글 검색 대신 아마존 검색을 더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아마존에서 휴대폰 케이스를 검색하면 슈피겐의 제품이 최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매출을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봤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휴대폰 케이스를 판매하려면 통신사 대리점이나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판로를 뚫는 게 우선이었던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더 나아가 김대영 대표는 슈피겐 내 마케팅과 영업팀을 해체시키고 꽤나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던 거래선과 거래처도 모두 끊었다. “그야말로 모든 예산을 아마존으로 집중시켰다. 미국에서는 주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웹페이지 링크를 달면서 슈피겐의 웹사이트 대신 무조건 아마존 판매 페이지로 연결시켰다.” 거의 모든 트래픽을 아마존으로 이은 결과 2년 뒤엔 2014년 드디어 한 달 매출이 100억 원 규모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사실 김대영 대표가 전한 아마존 검색 상위 노출방법은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줄곧 강조했듯 아마존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판매량을 올리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기 때문. “자금이 많지 않아서 내린 선택이었지만 매출을 전부 아마존으로 돌리고 판매량을 높이는 전략이 통했다고 본다”며 “다만 아마존 검색 역시 구글 검색처럼 키워드 선택이 중요하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국내나 미국이나 유효한 키워드지만 처음 슈피겐이 내걸었던 ‘슬림’이라는 키워드는 처음엔 얇으면 무조건 좋아할 줄 알았지만 휴대폰 케이스는 ‘얇으면 싸구려 같다’는 인식이 있어 이를 제외시켰다”고 전했다.
한편 슈피겐코리아는 이러한 비즈니스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창고세이버’라는 물류 대행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창고세이버는 해외 판매 셀러 특히 소규모 셀러를 대상으로 포장·배송·반품, 재고 관리를 비롯 물류에 관한 업무 전반을 대행한다. 현재 확보한 고객사로는 대표적으로 ‘라엘’이 있다. 라엘 역시 아마존에 진출, 생리대 판매량 1위를 달성한 바 있는 국내 기업이다. “초기 리세일 단계에서는 통관 이슈가 있을 가능성이 낮지만 점차 판매 규모가 커지고 잦아지면 미국 관세청의 주목을 끌기 마련이고 감사가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수출 절차를 밟거나 오해가 없게끔 인보이스를 작성하는 것을 비롯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 많아진다”며 “방금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셀러가 물류 업무만은 신경 쓰지 않고 본래 비즈니스에 집중하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창고세이버 마련의 배경이다.
비슷한 흐름으로 슈피겐코리아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국내 VC와 협력하며 해외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투자나 인수를 진행한다는 것. 김대영 대표는 “자체적으로 투자 플랫폼을 따로 마련하거나 공식적으로 모집하지는 않지만 프라이머측과 서로 딜 소싱을 이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대영 대표는 “사실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다. 영어를 잘 했다면 회사를 훨씬 빠르게 큰 규모로 키웠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아마존 비즈니스는 바이어를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따로 필요가 없다. ‘키보드 워리어’만 되면 누구나 별다른 장벽 없이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이라며 겁내지 말고 도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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