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는 페이스북의 주커버그와 같은 초고속 성장기업이 나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한국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2004년 창업한 페이스북은 불과 7년 만에 전세계 6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여, 기업 가치 500억 달러가 넘었고, 28세의 창업자 주커버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이집트, 튀니지의 민중혁명도 페이스북이 촉발했다.
그런데, 페이스북보다 무려(!) 5년 앞선 1999년 한국에서 창업한 싸이월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창업자 이동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싸이월드 창업자의 사례
“미니 홈피 서비스를 시작해 인기를 끌었지만, 가입자가 늘면서 운영비도 늘어 빚이 17억 원이나(?) 됐다. 인터넷 데이터센터에서 밀린 3개월 치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라며 30분간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리더군요.”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기업을 찾아 다니며 싸이월드를 사달라고 사정했고,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했다. 그는 “딸 같은 싸이월드를 팔고 싶었겠는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려면 별 도리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대기업 인수 후 이동형을 비롯한 청년 창업그룹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한국의 척박한 벤처투자 환경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다음, 엔에치앤, 인터파크, 옥션 등은 어떻게 엄청난 초기 투자자금을 조달하여 현재의 성공을 이룩했을까. 그게 알고 싶지 않은가. 한국의 벤처 환경은 2002년 이전에는 그다지 척박하지 않았던 것일까.
1995년 시작된 한국 벤처의 질풍노도 운동은 2000년 미국의 IT 버블의 붕괴와 함께 동반 하향 길을 걷게 된다. 이 때 정책당국은 소위 벤처 버블을 없애기 위하여 벤처협회가 주도했던 4가지 정책을 개선(?)하게 되고, 그 결과는 싸이월드와 같은 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초래한 4가지 정책을 살펴보자.
첫 번째 정책 개선(?)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적자 기업의 상장 금지 정책” 이었다. 한국이 IT 분야에서 일본을 뛰어 넘는 데는 1996년 벤처 협회 주도로 설립된 코스닥의 적자기업 상장 허용의 효과가 지대하였다. 청년 창업가들의 꿈을 이룩할 초기자본 조달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앤에치앤 다음 옥션과 같은 스타 벤처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을 제 때 소화하지 못한 일본에서는 스타 벤처가 나타나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적자 상태로 상장할 수 있었다면 한국의 주커버그는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엔젤 투자가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였다. 초기 벤처투자는 미국에서도 벤처 캐피탈의 영역이 아니고 엔젤의 영역이다. 이들의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초기 벤처정책에서는 세제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묻지마 투자’를 없앤다는 목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인 결과 한국에서 초기 엔젤 투자가는 거의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세 번째는 ‘주식 옵션제의 효과’를 없앤 것이다. 벤처의 성장은 유능한 인재의 조달에 달려 있다. 이들을 동참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주식 옵션제임은 미국에서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 1조 매출이 넘는 선도 벤처 기업조차도 우수 인재들이 외면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책 개선이 초래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벤처 르네상스 촉진을
네 번째는’벤처 인증제 변경’이다. 벤처 인증은 지원 수단이므로 이미 시장이 작동하는 벤처 캐피탈 투자 이전 단계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창업 보육 단계의 초기 벤처들은 오히려 벤처 인증을 받기 어렵게 변경된 제도 하에서 창업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모든 정책은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일부분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벤처 르네상스를 촉진하기 위한 화두들을 제시해 본다.
글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