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해외 시장에서 나고 있지만 수출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해외에서 페이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 금융 시스템 상 달러로 입금을 받지 않으면 수출기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와 정부에 바란다’ 자유 발언대에서 한 디지털 코스메틱 대표가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매출이 나고 있다는 걸 증명해도 수출이 아니라고 못박는다”며 “수출 실적을 입증하는 다른 제도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3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10일 상암 디지털파빌리온에서 열렸다.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1기부터 3기 활동이 담긴 저서 <꿈꾸는 모래상자> 출간을 기념하며 마련된 이 날 행사에는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활동보고와 정부 부처에 의견을 제안하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토크콘서트에서는 행사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자유 발언과 정부 측 답변이 이어졌다. 정부 측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바른미래당 4차 산업혁명위원회 특위 간사를 비롯한 관계자가 참여했다.
스타트업은 관련 제도 정비와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유사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XR 스타트업 대표는 자금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판로처가 정해지고 본격적으로 활로 확장에 나설 때 정부 지원 자금에 기대지만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자금 지원 신청 시 가장 많이 요구받는 서류는 재무재표와 매출.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양산을 준비하고 이를 위해 자금 지원을 신청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출 지표를 제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다. 그는 “확장현실 특허만 15개지만 매출이 있냐고 물어본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정병국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관 체계에서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정 위원장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이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공무원이 잘못을 하면 추궁을 하게 되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를 사례로 들며 민간 중심으로 투자환경이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 환경을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위원장은 “민간 투자중심으로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축 후 1일~4일 내 초신선 정육식품을 배송하는 정육각은 융합산업이 기존 산업영역으로 해석되는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준태 정육각 CTO는 “전체 구성원 중 개발 인력이 30%를 차지하고 있고 공장자동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핵심이 돼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업종 분류상 축산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병역특례로 ICT 인력을 편입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정보처리 기술이 핵심이 되는만큼 병무청에 IT 인력을 요구했지만 ‘분류가 맞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박 CTO는 “병역특례 인원을 확보해도 실제 필요한 자리에 배치할 수 없다”며 “융합서비스 관련 규제 개선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산자원부 관계자는 “관련 규제샌드박스 팀에서 살펴보겠다”고 답했지만 명확한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표준산업분류는 통계청 소관으로 융합 서비스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신용현 바른미래당 4차 산업혁명위원회 특위 간사는 “표준산업분류 체계가 오래 돼 대부분의 선진산업이 기타로 분류된다”며 “산업 분류 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인력 채용과 사회적 합의 도출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 참가자는 “스타트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가 없는 이유는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별정직 공무원 제도를 만들어 양질의 인력을 수급해줄 것”을 제안했다. 정부가 나서 인력 채용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에 정병국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인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어느 정도 매출이 나고 성장 기반을 다졌을 때 인재 채용 지원 방안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또 신기술과 전통산업 간 충돌을 완화하고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건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이익단체 간 합의 도출이 어려워 둘 사이 충돌을 최소화하며 신산업을 연착륙 시키는데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시대 변화를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효율적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상임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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