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가 죽고 살고의 문제는 아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생존과 연관돼 있다. 탈모 때문에 취업이나 연애, 결혼에서 불이익을 겪는 경우도 있지 않나” 안현진 삼손컴퍼니 대표가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6월 탈모중개플랫폼 우수수를 선보이며 모바일 탈모 관리 시장의 물꼬를 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탈모 인구 1,000만을 돌파했다. 탈모는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것도 옛말. 식습관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탈모를 겪는 연령대는 더 낮아졌다. 2030 탈모 인구는 전체 탈모인의 43.8%에 달한다. 탈모 관련 시장만 4조 원 대로 형성돼 있다. 탈모 인구와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탈모가 놀림감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탈모를 수면 위에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제대로 된 탈모치료 받기까지 7년.. 골든타임을 잡아라= 안현진 삼손컴퍼니 대표 “탈모에 대처하는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4월 출시한 우수수도 탈모 상태를 확인하고 자기 주도적 관리를 위해 만든 서비스다. 우수수 앱에 자신의 탈모 사진을 올리면 평균 3일 내로 8명의 의사가 탈모 진행 상황과 유형, 치료 관리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탈모 전문 병원 외에도 관리샵, 가발 업체 160여 곳이 입점해 있어 자신의 상태에 맞는 관리법을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 검수를 거친 탈모관리 콘텐츠는 풍문으로 돌고 있는 ‘탈모 카더라’를 풀이해준다. 2018년 4월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는 2만 건, 이 들 중 40%가 상담을 진행했다. 7월 기준 탈모 상담 수는 1만 2천 건을 돌파했다.
해외는 탈모를 질환으로 받아들여 3-4년 안에 치료와 개선 활동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까지 7년이 소요된다. ‘나는 아닐거야’라는 낙관적인 생각과 수치심으로 인한 현실도피, 방치와 방관이 복잡하게 얽혀 본격적인 탈모 치료를 받기까지 골든타임을 놓친다. 발모를 뜻하는 단어가 아닌 탈모 어감을 지닌 우수수를 서비스명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골든타임을 잡으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상황을 개선하거나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비용과 심적 부담을 떠안는다”며 “탈모인에게 조금이라도 자극을 주기 위해 정한 서비스 명”이라고 설명했다.
◇탈모상태 확인부터 치료비용 비교까지.. 전문가만 모았다=관리의 시작은 스스로의 상태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탈모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유전성, 원형, 출산 후 여성이 겪는 휴지기성 탈모, 지루성 두피 탈모로 유형별 치료법도 제각각이다. 유전형 탈모가 제아무리 탈모 전용 샴푸를 이용한다고 해서 증상이 완화될 리는 만무하다. 유전형 탈모는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에 작용하는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
그럼에도 초기탈모인의 약 90%가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 대표 설명이다. 탈모가 놀림거리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양질의 정보를 찾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탈모인이 오롯이 져야 하는 무게다. 특히 내과 피부과 비뇨기과 전문의, 일반의 자격도 탈모 치료가 가능하다보니 병원을 찾는 것도 일이다. 우수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입점 요건부터 세웠다. 입점 기준은 탈모를 병과로 하는 대한모발학회 회원으로 탈모 연구를 이어나가는 곳이다. 전국에 있는 탈모 병원 250여 곳 가운데 탈모 진단과 유형에 따른 치료, 모발이식 권위자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버지의 애환에서 시작됐다, 전국 탈모인을 위한 플랫폼=IT 회사에서 일하던 안 대표가 탈모 시장을 바라보게 된 건 친 누나 결혼식을 준비할 때였다. 그의 아버지 역시 탈모를 안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머리가 빠져있는 걸 보고 자랐다. 탈모를 받아들이면서 사신거다. 그러다 친누나가 결혼을 할 때 멋있게 입장을 시키고 싶어 가발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보를 얻기가 너무 힘들더라” 정보 비대칭성 때문이었다. 가발은 최소 3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관여 제품이지만 홈페이지에도 비용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했다.
비단 가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발을 찾는 탈모인, 탈모 고민을 가진 이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이었다. 정보는 부족한데 탈모인이 겪는 고통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소개팅 자리에 왜 대머리를 소개시켜주느냐고 주선자에 따져 묻던 소리를 들은 탈모인부터 탈모인 것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섣불리 물어볼 수 없었던 친구 사연까지, 안 대표는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나서 비로소 서비스를 만들 결심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안 대표는 태광그룹 IT 계열사에서 일하던 중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지스타B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AI 기반 탈모 솔루션.. 맞춤형 관리 선보일 것=탈모중개 플랫폼 퍼스트무버로 이름을 알린 삼손컴퍼니는 탈모 시장을 열 다음 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탈모 시장에서 함께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다. “젊은 연예인도 탈모를 고백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나. 탈모는 숨길 것이 아니다. 쉬쉬하면서 숨기고 치료를 하지 않으니 악화되고 상태가 심해지니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제 때 치료하면 충분히 현 상태로 유지할 만큼 괜찮아질 수 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으로 탈모 부위를 찍으면 모발 굵기와 밀도, 염증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측정기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예정이다. 해당 솔루션은 제휴 미용실을 중심으로 베타테스트에 들어간다. 안 대표는 “데이터가 쌓이면 AI를 통해 개개인의 탈모 유형에 맞는 적절한 관리법을 추천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머리카락이 외모에 차지하는 비율은 60%, 머리카락은 자신감의 원천이다” 안 대표는 “삼손컴퍼니 힘의 원천 역시 머리카락”이라며 “탈모 치료를 원하거나 개선 여지가 있는 탈모인이 효율적인 탈모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자신감의 원천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기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까지 탈모 완치는 없지만 젊은 나이, 역량을 꽃피우는 나이에 탈모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소극적, 위축되거나 벽을 쌓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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