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곳이자 최초로 데카콘 기업이 탄생한 나라, 지난해 4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진 나라, 2억 7천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했으며 1억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를 보유한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지난 4월 데카콘 등극 소식을 알린 공유 모빌리티 기업 고젝(Go-Jek)과 더불어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오른 오픈마켓 토코피디아(Tokopedia), 항공숙박 예약 플랫폼 트래블로카(Traveloka), e-커머스 기업 부카라팍(Bukalapak)을 앞세운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이 두드러진다.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산업은행 넥스트라이즈’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가 세션 연사로 나선 게마 미낭(Gema Minang) 앙인(ANGIN)의 테크 부문 투자리드는 “고젝의 탄생은 특히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도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탄생했고 한해에 인도네시아 경제에 7억 달러(약 8,200억 원) 이상 기여하고 있다. 운전자를 비롯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높인 것은 물론이다.”
그녀가 바라본 인도네시아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은 앞으로도 밝다. 현지 유니콘 기업이 출현한 영역이자 투자 유치 건수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낸 물류, e-커머스, 핀테크 분야서는 각각 27억 달러(약 3조 1천억 원), 11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1억 8천 달러(약 2,100억 원) 규모 투자가 진행됐으며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기관의 진입이 늘면서 투자 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 또 중국은 알리바바를 비롯해 물류와 e-커머스 영역에서 시너지를 바라며 현지 기업과의 협업에 공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밖에 건강, 교육, 농업, 물류, 미디어 영역서는 아직 기술로 해결이 필요하며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 많기에 더 많은 서비스 출현과 비즈니스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었다. 건강 분야 지출이 아직 아세안 국가 평균보다 낮다는 점, 적합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점, 농업 생산성이 세계 평균보다 낮은 점, 1만 7천여 개 섬을 잇는 물류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사회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 많은 곳이지만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다른 점은 우선 규모다. 인구로 보면 지출에 열려있고 스마트폰 사용이 많으며 요령 있는 삶을 선호하는 젊은 인구 비중이 크며 투자 준비성도 좋기 때문에 시장과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모두 높다.”
투자 현황을 자세히 보면 2017년 시드 투자와 시리즈A, B, C 라운드에서 각각 52곳, 29곳, 9곳, 1곳이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각각 21개, 19개, 12개, 2개 기업이 각 라운드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전년에 비해 규모 역시 큰 증가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초기 단계 투자가 줄어든 데 대해서 미낭은 “현지 투자사들도 이제 조금 더 까다롭고 신중한 투자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교적 투자 금액이 소규모인 현지 투자자는 높은 현지 시장 지식을 앞세워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보단 투자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자는 성장 단계 이후의 기업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투자자의 유형도 다양하다. VC, 엔젤 투자자, 임팩트 투자자, 액셀러레이터뿐 아니라 2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나 P2P 렌딩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으며 각종 어워드와 정부와 기업의 보조금도 준비돼있다. 미낭은 “그러나 현지 투자 환경은 아직 성장 단계다. 투자 영역 다양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산업에 쏠려있기도 하고 규모도 여전히 세계적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초기 단계 기업이 겪는 여러가지 격차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시도가 이어지고는 있다. 미낭이 근무하는 앙인(ANGIN)처럼 투자자와 유망 스타트업 연결하고 투자 프로세스 전 단계에 걸쳐 이들을 지원하는 투자 플랫폼도 나타났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미낭이 지적한 부분은 주로 정부가 나서야 할 영역에 해당했다. 세금 정책 정비와 투자 규제 완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인프라 개선이 모두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인적 자원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 추가 탄생을 위한 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몇가지 마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대학과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직 미미한 딥테크에 대한 연구개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어서 미낭은 현지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언도 전했다. 그녀가 강조한 인도네시아 현지의 특성은 무엇보다 “기술보다는 사람 중심 서비스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인구 평균 소득이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첨단 기술보다는 의료, 마이크로 핀테크처럼 현지인 실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서비스와 기술이 이용자 확보나 투자 모두 용이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그녀는 현지 파트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관습과 전통이 다양한 곳인 만큼 타겟으로 삼은 고객의 문화에 맞는 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현지 시장에 밝은 인재가 있어야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기가 비교적 쉬울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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