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해외 가릴 것 없이 혁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투자한다” 신형철 삼성넥스트 프로(인수파트장)이 23일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넥스트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내부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2012년 마련된 삼성전자 직속 미국 투자 법인이다. 한국과 미국, 이스라엘, 독일에 거점을 두고 초기부터 시리즈B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 인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 기업은 90여 곳. 이 중 10개 기업을 인수했다. 투자 기업 중 17곳은 삼성전자을 비롯한 기업으로 엑싯에 성공했다.
윤홍열 프로(투자파트장)는 “삼성넥스트는 액셀러레이팅과 인수, 합병이 한 조직에서 융합해 돌아가는 구조”라고 짚었다. 투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조직 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초기 투자에 이어 2015년 인수, 2016년 삼성페이에 적용된 루프페이다. 윤 프로는 “이 같은 선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삼성넥스트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삼성넥스트는 의사결정에 사업부 라인이 없는만큼 삼성의 미래가 될 부분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투자는 초기부터 시리즈B 단계까지 진행한다. 당장 매출이 나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팀을 주로 살핀다. CVC 특성상 삼성전자와 가까운 미래에 전략적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인지도 고려한다. 삼성넥스트가 연간 살피는 스타트업은 3,500여 곳. 그 중 신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는 20 건 정도다. 윤 프로는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자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컨퍼런스 등에서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파 결제 솔루션을 개발하는 모비두는 2016년 윤 프로와 인연을 맺었다. 창업자 네트워크 소개가 아닌 한 박람회 장이었다. 모비두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던 윤 프로가 행사장을 찾았고 이후 약 6개월 간 비즈니스, 기술 교류가 이어졌다. 서로에게 적합한 투자, 피투자 대상인지 합을 살피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삼성넥스트는 모비두가 캡스톤파트너스에 투자를 유치한 이후 후속투자를 결정하며 한 배를 탔다.
투자 결정부터 집행까지 해외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따른다. 영문 계약서는 물론 투자금도 달러를 기준으로 집행된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준비할 건 6쪽짜리 문서(6-paper)다. 이 대표는 “여섯 장짜리 자료를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쉽게 작성할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회사 가치나 서비스 강점, 경쟁 기술과의 차이, 삼성전자에 어떤 임팩트를 줄 것인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이 대표는 “초기 기업 특성상 매출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대신 기술을 깊이 있게 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고찰을 먼저 해볼 것”을 권했다.
투자 시 당장 전략적 협력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사업부와 협업 기회를 마련한다. 모비두 또한 투자 유치 이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와 협업을 진행했다. 당시 진행한 파일럿 프로젝트는 무선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인도와 중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가전제품에 연결성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모비두는 공기청정기에 탑재된 부저 이용해 공기 상태를 휴대폰에 음파로 전송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가전사업부와 협업을 진행할 당시 투자를 받은 이후라 패밀리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기술적, 사업 논의뿐 아니라 기술적 요건이 까다로운 상용화 과정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 대화형 챗봇을 선보인 플루언티는 삼성전자에 피인수 된 사례다. 2017년 삼성전자에 피인수 된 뒤 김강학 전 플루언티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AI 개발 프로로 합류했다. 당시 고려한 피인수 요건은 기술적 특징이었다. 언어 이해 기술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기 위해서는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다. 김 프로는 “당시 플루언티가 인수 제의를 받은 파트너 중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유통사와 다수 파트너 중 삼성전자가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인수 결정 이유를 밝혔다.
기술실사와 더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는 삼성전자와 궁합이었다. 인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논의 후 인수를 진행한다는 것. 김 대표는 “인수 전 기업이 가진 핵심가치를 집중적으로 묻는 편”이라며 “인수가 결정된 후에는 피인수 기업을 대변해 내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이뤄진다”고 답했다.
김 프로가 강조하는 건 ‘타이밍’이다. 인수가 결정되고 4-6주 사이 협상을 마무리 한다고 하면 기간에 맞추는 편이 좋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 프로는 “시간이 늦어지면 내부 분위기가 동요되거나 인수 모멘텀을 잃을 수도 있다.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수도 있고 유동적인 대기업 입장을 고려하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처음 협상에 돌입할 때 이 기간 안에 끝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라”고 권했다. 아울러 “엑싯만 바라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엑싯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기술기반 회사라도 사업화를 고민하고 공을 들이는 방향으로 회사 방어 가치를 확보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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