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 학력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공식 프로필과 실제 이력 차이가 큰 것. 그는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 딜로이트 본사에서 2년간 근무했으며 콜롬비아대학 MBA에도 재학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 프로필과 다른 학력, MBA·딜로이트 근무도 사실무근=하지만 취재 결과 유 대표가 밝힌 학력과 이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는 공식 프로필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려대 중퇴 후 2002년 장학금을 받고 콜롬비아 대학에 입학했고 2005년 졸업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학위 검증 기관 NSC를 통해 확인한 유 대표의 대학 졸업 연도는 2014년이다. 2013년 메쉬코리아 설립 이후인 것. 콜롬비아 입학 연도도 공식 프로필에 적힌 연도와는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실제로는 중앙대 중퇴 후 루이지애나컬리지, 에모리대학을 거쳐 콜롬비아 대학에 입학했다. 콜롬비아 대학 내에서도 특수 입학 조건이 필요한 단과대에 편입해 실제 수업을 들은 기간은 1년 남짓. 전공도 금융공학과 수학을 전공했다고 했지만 실제는 금융 경제학만을 전공했다. 취재가 시작된 후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유대표의 학력은 금융경제학, 수학에서 현재는 Financial Economics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유 대표가 인터뷰 등에서 밝혀왔던 뉴욕 딜로이트 본사에서의 근무 이력도 사실이 아니며 콜롬비아 MBA에 입학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특례 역시 공식 프로필에 전문연구원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정보처리기사자격증 취득 후 학사 병특 그러니까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메쉬코리아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뒤 받은 자료는 학력 사항을 기재한 콜롬비아대학 성적표였다. 하지만 이는 위조된 성적표였다. 여러 차례 의혹을 제기하자 메쉬코리아 측은 “성적표는 내부 직원용으로 썼을 뿐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유 대표는 결국 공식 답변을 통해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등으로 옳지 않은 판단을 했었다”며 “어떤 악의를 갖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결과적으로 이력을 적극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 첫 투자, 대표 학력 차지 비중 높지만 검증 미비=메쉬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현대자동차와 네이버, 미래에셋, 산은캐피탈, SBI인베스트먼트 등 10여 개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9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정한 예비 유니콘 대열에 오르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10여 곳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표 이력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는 것이다. 투자사의 레퍼런스 체크 신뢰도에 의문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대표의 학력 허위 기재가 문제가 제3자에게 피해로 이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는 사람과 팀을 보고 이뤄진다. 첫 투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태인 만큼 대표 개인 역량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표의 인성 뿐 아니라 학력, 경력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행 레퍼런스 체크가 대부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확인이어서 검증 과정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VC 관계자는 “채용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약력은 확인하지만 학위까지 요구하기는 어렵고 박사의 경우 논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주변을 통해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첫 투자에 성공한 이후에는 대부분 VC 추천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레퍼런스 체크 자체를 꼼꼼하게 하지 않기도 한다.
◇ 학벌사회 단면, 기업가정신 필요하다=또 다른 문제는 학력사회의 단면이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제2, 제3의 학력 부풀리기나 위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확실히 과거보다 학력이 덜 중요해지긴 했지만 투자 네트워크 진입 등 투자 유치에 있어선 학력과 경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두 번째 투자는 성과로 말해주지만 첫 투자에선 학력과 경력이 중요한 게 사실”이라며 “처음 투자 유치 진입 과정에서 이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학력위조 사건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이승행 미트레이트 대표가 허위 학력 논란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 금융감독원 민원사이트에는 이 대표가 거짓 학력으로 수백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이 대표가 허위 학력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국기업가정신연구소 이춘우 교수는 “창업자에게 신뢰, 신용, 신망은 가장 기본적인 본분”이라며 “처음에 자신과 남을 속이는 것은 쉽지만 결국 거짓은 들통나게 되어있고 신뢰를 잃으면 재기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나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기업의 미션과 사명감에 집중하고 정도경영을 실천할 때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대표의 경우 자신의 학력이나 이력 부풀리기에 대해 “길고 긴 학업기간을 가졌던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사실을 확대하고 왜곡해왔다”며 “어떤 변명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 사이 스타트업계에도 성추문이나 학력 위조 같은 소위 CEO 리스크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자나 CEO가 정도 경영에 집중하고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삼아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의 실수나 거짓이 발전하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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