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를 훌쩍 넘긴 강남역. 집에 돌아갈 길은 먼데 택시는 안 잡히고 경쟁자는 어디선가 계속 나타난다. 할증요금까지 붙는 탓에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걷는 거리에 집이 있지 않는 이상 서울 번화가 어디에서든 이런 경험을 다들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심야에 택시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갈 때 4만 원 가량을 내던 장거리 고객이 있다고 치자. 이 고객이 반반택시를 이용한다면 요금을 17,000원 가량 할인 받을 수 있다.” 코나투스가 이번 8월 정식 출시한 자발적 택시 동승 플랫폼 ‘반반택시’에 대한 소개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기사가 나서서 승객을 또 태우거나 운임을 추가로 요구하면 합승이다. 반면 동승은 승객이 자발적으로 다른 승객과 함께 탑승하는 것”이라며 “반반택시는 이용자가 택시를 부르면 최대 5분 거리(약 1km)에 있되 목적지가 같은 방향인 동승 메이트를 매칭한다. 여기에 기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설명한다.
매칭이 성사되고 실제 택시에 탑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혼자 바로 탑승할 때에 비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의문에는 “상황에 따른 이용자의 니즈 변화에 달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급히 택시를 타야 한다면 굳이 비용을 아끼지 않겠지만 ‘급한 게 아니라면, 이왕이면 저렴하게 반반택시 타고 이동해야지’라는 인식을 심겠단 구상이다.
물론 택시 호출료는 붙는다. 올 초 서울시로부터 주간에는 1,000원, 야간(밤 12~4시)에는 2,000원을 호출료로 받는 내용을 승인 받기도 했다. 다만 택시 기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코나투스의 수익과 승객의 요금 할인 혜택 모두 균형을 이루는 지점은 아직 최적화하는 과정에 있다.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시간대거나 단거리 승객, 혹은 택시기사가 기피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기사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를 높여야 하겠지만 그 외 경우라면 호출료를 높게 책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
다행히 지난 7월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한 덕에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며 요금 최적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밤 10~12시에는 탑승객당 2,000원, 12시~새벽 4시 사이에는 인당 3,000원으로 호출료를 높이는 방안이 서울시 택시, 6개 권역(강남·서초, 종로·중구,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구)에 한해 허용됐기 때문. 김 대표는 “한정적이지만 자유로운 실험장이 열린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는 특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 생각하기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괜히 규제를 풀어 위험을 낳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진행 과정을 꾸준히 관계부서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요금 책정뿐 아니라 핵심 기술인 동승 메이트 매칭을 위한 알고리즘과 라우팅 알고리즘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메이트의 출발지와 목적지 거리를 기준 삼기보다는 동승구간이 전체 주행 거리의 70%는 넘도록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거쳐 중복이동구간을 계산, 이를 통해 개인분담금액이 기존 요금보다 적어도 30%는 낮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 또 승객 한 명만 이동했을 때보다 동승했을 때 15분 가량이 더 걸리는 경우에는 아예 매칭 대상으로 제외해 탑승 만족도도 높이고자 했다. 이미 이와 관련해 개발한 기술 3건은 특허 출원을 마치기도 했다.
택시기사를 섭외하는 것 역시 꽤 오랜 시간 수고를 들여야 할 부분이다. “택시 법인 256곳 중 150여 곳은 직접 찾아가 일일이 기사들에게 반반택시 앱과 호출 서비스 이용 방법을 설명했다. 이러한 작업을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도 이어왔다”며 개인택시 사업자에 대해서는 충전소, 미터기 수리소와 제휴를 거쳐 포섭하거나 추천인 제도처럼 다른 기사에 연이어 소개하면 혜택을 주는 전략을 시도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도 어딜가든 크게 환영 받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현재 국내 환경에서는 모빌리티 탑승 경험을 개선하는 데 택시 산업 바깥보다는 안쪽에서의 혁신이 실제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하루 택시 운송량이 400만인데 1, 2%만 혁신을 이뤄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큰 고민거리 하나. 바로 안전성 확보다. 이는 어쩌면 동승이라는 개념을 내걸 때부터 예견된 바였다. 현재 마련한 방안으로는 휴대폰 번호나 신용카드를 통한 본인인증과 매칭 시 동성 승객으로 제한, 동승 전용 보험이 있다. 또 “매칭 시 동승 메이트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저격해 동승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김기동 대표는 “동승 경험을 반복하며 쌓아가고 신뢰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특례 지정 기간동안 안전장치 추가 확보에도 힘쓰려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기동 대표는 얼마 전 있었던 택시업계, 모빌리티 스타트업간 충돌과 국토부의 상생안에 관한 의견도 밝혔다. 코나투스는 당시 상생안에 대해 곧장 긍정적인 반응을 밝힌 바 있다. 김기동 대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높이 샀다. 국토부가 상생안을 내놓기까지 많은 노력을 들였을 거라 생각했고 전체적인 방향성에도 공감했다”며 “기존 모빌리티 사업자는 ‘우리 사업이 불법이면 어쩌나’, ‘정책이 바뀌면 어쩌나’하며 사업적 판단을 내릴 때마다 불안을 느껴야 했고 투자자도 불확실성이 컸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선을 그어준 것이기에 구체적인 안은 협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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