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서울숲으로 향하는 목좋은 곳에 자리 잡은 넓은 컨테이너 단지 하나. 겉만 보면 개성 있는 편집샵과 카페, 음식점으로 채워진 형형색색의 컨테이너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3년 넘게 수많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팅과 지원을 받으며 거쳐간 곳이다. 2016년 4월 개관한 이곳은 사단법인 아르콘이 2017년 말부터 신한은행의 후원 하에 운영하는 청년 취창업 지원 공간 ‘신한 두드림 스페이스.’ 단지는 크게 △창업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라이프 스쿨’ 공간 △자영업자 자생력 강화를 위한 ‘성공 두드림 아카데미’ △취업 지원 프로그램 ‘두드림 매치 메이커스’ 공간 △오프라인 매장과 스타트업 오피스로 구성된 ‘인큐베이션 센터’로 이뤄졌다.
◇인큐베이션 센터, 입주 경쟁률 20:1=특히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인큐베이션 센터에는 현재 20개 스타트업이 입주, 사무 공간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는 6개월마다 입주 스타트업을 공모, 크게 사무형과 매장형 지원으로 나눠 선발을 진행한다. 매장형은 서울숲 인근 유동인구가 주로 2030세대 혹은 가족 단위이기 때문에 옷, 신발, 액세서리, 가구 같은 소비재 스타트업이 선발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사무형은 주로 사업화 단계 이후부터 시리즈A 투자 유치 단계 사이에 있는 팀 위주다. 그밖에 신한은행 창업인재 육성 프로그램 ‘디지털 라이프 스쿨’ 우수팀 일부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공간 운영을 맡은 아르콘 관계자는 “올해는 상권 분석 보고서를 비롯해 선발 조건을 강화했는데도 매장 입주 5팀 모집에 100팀이 몰리면서 20:1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초기 창업자를 주로 지원하기 때문에 임대료와 보증금은 전액 무료다. 매장 판매 수수료는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다른 곳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라 전했다.
기본 입주 기간은 6개월이지만 심사를 거쳐 1년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70% 가량의 팀이 연장 혜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기간 동안 각 팀은 공간뿐 아니라 사업 지원금, 멘토링, 입주 기업간 네트워킹도 지원 받는다. 특히 MBR(Monthly Business Review)라 불리는 월별 평가를 통해 성과 평가뿐 아니라 경영, 제품 출시, 고객 응대, 투자 유치에 대해 내부 컨설턴트가 상시 코칭하고 평균 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기면 3,000만 원까지 지원금도 지급한다. 또 세무, 법률을 비롯한 전문 컨설팅 비용도 횟수 제한 없이 회당 40만 원을 지원하며 매장 입점 시에는 내부 VMD와 MD가 공간 디자인도 돕고 있다.
◇”매장 운영 통한 소비자 만남, 큰 도움”=실제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현재 7팀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단독 매장 공간을 찾아가 봤다. 이날 현장서 만난 스타트업은 ‘백지’와 ‘쓰담(Thdam).’ 백지를 운영하는 최연수, 김세희 공동창업자는 고객의 사연에 기반해 조향한 향수와 디퓨저 등을 선보이며 앞서 한 대학창업지원공간에 머물다 6개월 전 이곳으로 왔다. 팀에서 조향사 역할을 담당한다는 김세희 공동창업자는 “이전과 달라진 점은 보다 진중하고 꼼꼼하게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여러 교육과 월간 사업 보고, 평가를 통해 전에 해본 적 없는 소비사 조사도 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말한다.
입주 이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사업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인원이 둘뿐이다 보니 매일 매장을 여는 게 쉽진 않지만 이곳에 온 뒤로 매출도 10배 가량 뛰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최연수 공동창업자는 “다른 팀과의 정기 네트워킹을 통해 백화점 팝업스토어 입점이나 보도자료 작성, 세금 이슈에 관한 조언도 얻었다”며 연장된 입주 기간 동안 신제품 출시와 브랜드 고급화, 개선된 영업이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VMD 도움으로 매장 구성법 배운다”=오프라인 공간 디자인 다음으로 만난 쓰담은 ‘운동화보다 편한 구두’를 디자인,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한참 손님을 맞이하던 백승민 대표는 “원래도 쇼룸은 운영했지만 상시 운영이 아니라 예약제 공간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몇가지 있었다. 꾸준하게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꼽은 이곳의 장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운영사측은 이 길목을 지나는 인구가 연간 15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덧붙이기도 했다.
“요즘 스타트업이 청년에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외진 구석에 있어 찾아오는 손님도 적고 따라서 테스트도 어렵다”며 “아직 이곳에 입주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 매출을 비교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점차 자체 매출도 높이고 홍보도 늘려 하반기에는 투자 유치도 준비하려 한다”는 것이 백승민 대표의 계획. 그밖에도 백 대표는 “온라인 판매에 익숙한 탓에 오프라인 매장 구성이 낯설었지만 운영사 내부 VMD의 도움을 적극 활용해 공간 디자인도 개선, 체계화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밖에도 스타트업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매장 공간이 또 있다. 바로 라이프벤처 플랫폼숍이다. 이는 편집숍 형태로 30여 개 기업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아두고 있으며 입주라기보다 판매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단독 매장을 운영할 만큼 제품 가지수가 많지 않은 곳이 제품을 선보이는 장소이며 현 입주 기업뿐 아니라 판매량이 높은 디지털 라이프 스쿨 1, 2기 졸업 기업 제품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강제라도 지표 점검 유익… 야근 시 단점도”=다음으로는 찾아간 곳은 일반 사무 공간 ‘스타트업 오피스.’ 현재 13곳이 입주했으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지원 대부분이 매장 운영 기업과 동일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은 월경 전 불편함을 개선하는 영양제 ‘베러데이’부터 초경과 갱년기를 비롯 여성 생애주기에 맞는 영양제까지 선보인 ‘브레드앤로즈’였다.
입주 한 달째에 접어든 오경준 브레드앤로즈 대표는 “공용 공간이 처음이라 불편할 줄 알았는데 바로 앞에 숲도 있고 시설도 쾌적해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 매달 평가를 통해 의무적으로라도 사업 지표를 점검, 외부 피드백과 컨설팅을 얻을 수 있어 좋다”며 다만 “밤 10시 이후에도 사무실을 이용하려면 미리 신청해야 하는 게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집에서 밤늦게 일하던 중 컴퓨터에 오류가 생겨 급하게 사무실로 왔는데 예약을 해두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사무실 보안에 있어 보다 철저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운영사측 설명이다.
오경준 대표는 또 “아직 다른 팀과의 만남이 많진 않지만 제품을 파는 커머스 팀들이 있어 마케팅 영역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3개월 주기로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부지런히 반복하는 것을 목표로 여성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관련 소비재도 새로이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숲 입구와 바로 접한 단지 끝자락에는 카페창업 지원공간 ‘오즈카페’와 쿠킹스튜디오도 만나볼 수 있다. 오즈카페는 카페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 파일럿 공간을 무상 제공한다. 쿠킹스튜디오는 식품 창업에 앞서 촬영이나 테스팅, 조리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공간을 소개한 아르콘측 관계자는 “여러 컨테이너 건물이 단지를 구성하기 때문에 분산된 듯 보이지만 전부 하나의 공간”이라며 “매월 플리마켓이나 전시, 공연을 열기도 하고 서울문화재단과 연계해 문화예술 창작자에 대한 지원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종합적 창업 지원 공간은 이곳이 유일무이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내실 있는 운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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