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발달하면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생겼다.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로 구독자를 형성해왔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이들 자체가 마케팅 채널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유통처로 각광받고 있다. 단순 홍보에서 나아가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고 일정 수익을 거두는 형식이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크리에이터의 영역 확장은 선택이 아닌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레페리는 2013년 문을 연 뷰티 MCN그룹이다. MCN이라는 명칭이 생소할 무렵부터 뷰티 전문 분야 크리에이터를 발굴,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레페리 소속 전문 뷰티 크리에이터는 250여 명에 다랗낟. 9일 크리에터위크 크레이터톡 발표무대에 선 최 대표는 “초반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으로 팬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머스에서 나아갔다면 이제는 제품을 실질적으로 개발하는 프로듀싱 단계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가 영역을 확장한 배경에는 단순 소비자의 개념에서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로 참여하는 ‘프로슈머’의 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할 만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소비자가 상품 개발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는 수요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생산자로 대변된다. 최 대표는 이를 두고 “크리에이터는 구독자들의 대변인이자 프로슈머 시대의 주역”이라고 정의했다.
레페리 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58만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유나는 영상을 통해 자신만의 비법이 담긴 미용 보충제를 소개했다. 초반에는 정보 전달 목적이었지만 실제 유나의 레시피를 따라하는 구독자가 생기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그 중에는 원료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거나 실수로 제대로 된 보충제를 만들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레페리 입장에서는 제조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게 된 계기가 됐다. 원료 선정부터 개발, 출시, 유통을 한 번에 아우르면서 소비자에게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구독자는 예비 소비자가 되고 이들의 목소리는 생산자인 크리에이터에게 즉각 반영된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후기까지 구독자와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다. 레페리는 지난해 11월 뷰티 인플루언서 콜라보레이션 레이블 브랜드 ‘슈레피’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우리는 일반 유튜버가 아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슈레피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크리에이터 유나가 출시한 유나부스터는 40분 만에 1세트를 팔아치웠다. 입소문이 나면서 구독자뿐 아니라 일반인으로도 소비층이 확대됐다. 최 대표는 구독자와 크리에이터 간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유나 부스터 한 제품을 만들면서 제작한 콘텐츠는 시청 수 2만 8천 건을 기록할 만큼 소통은 제품 생애주기 동안 관심과 참여를 이끌었다. 또 다른 뷰티 크리에이터 고밤비는 AHC와 협업을 통해 인샤워팩을 출시했다. 제품 출시부터 고밤비가 디렉터로 참여하며 구독자, 즉 소비자 입장을 대변했다. 이 제품 역시 2시간 만에 초도 물량을 기록했다.
프로슈머 시대, MCN과 크리에이터, 제품 관계자 모두에게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최 대표는 MCN의 역할을 부모에 빗댔다. “크리에이터도 사람인지라 주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선진적인 인프라와 꿈, 비전을 제시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영약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만들어낸 제품은 해외에서도 알아보기 때문이다. 유나부스터의 경우 아마존 입점 일주일 만에 건강 카테고리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에게 전하는 당부는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지금도 충분히 파급력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현재 상태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 “미디어가 새로 생겨난 지 5-6년. 20~30년 후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가 생겨나고 시장이 더 확대될 때를 생각해보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면 미디어로, 이미 미디어가 됐다면 미디어상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나아가 프로슈머 시대 직접 기여하며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대한민국 새로운 산업군으로 올라서는 도전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파트너도 다른 시각으로 크리에이터와 만나야 한다는 시각이다. 크리에이터 개개인을 단순히 광고매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이 밑받침 돼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간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시장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최 대표는 “크리에이터를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창조자로 봐달라”며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스타 크리에이터가 나올 수 있길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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