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하려면 완벽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동영 에너닷 대표가 태양광 발전소 컨설팅을 하던 때였다. 당시 그가 받은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여부였다. 탈원전 재생에너지 기조가 이어지면서 태양광발전소도 매해 10%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에너지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수익처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전국 태양광 발전소는 20만 개, 시장 규모는 4조 원에 달한다.
기존에 활용되던 기후 데이터의 경우 실제 측정 데이터와는 간극이 있었다. 기후 데이터에 따른 일조량이 확보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자재나 입지에 따라 일조량이 달라지기도 했다. 설치 이후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전량도 담보할 수 없었다. 태양광 발전 사기를 당했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조량이나 전력량, 수익이 주먹구구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전국 태양광 발전소만 20만 개. 판단 근거인 태양광 데이터가 부재한 채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 곳곳에 터를 잡아갔다.
이 대표는 건설단에 머물러 있는 신재생 에너지 가치사슬을 다시 그렸다. 태양광 에너지 통합 솔루션 레디로 태양광 발전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년 간 전국 태양광 발전소에서 태양광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데이터 30여 가지를 수집한 후 기후에 따른 발전량, 수익성 분석, 유지 보수에 필요한 발전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15초에 한 번꼴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 기간은 최소 3개월부터 2년이 걸린다. 실제 사용기간은 20년을 웃돈다. 제대로 관리만 하면 30년 이상 쓸 수도 있다. 유지 관리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선진국 유럽에서는 에너지 통합 관리 시장이 열려있었다. 발전량과 추정 수익, 평균 수익 대비 얻은 수익을 확인하고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모델이다.
특히 태양광발전소는 겉으로 봤을 떄 생김새가 비슷해 실제 작동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에너닷은 실시간 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람 기능을 도입했다. 태양광 발전소 오류를 감지하고 즉각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통합 관리도 가능하다. 발전소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일일이 접속할 필요 없이 에너닷 솔루션 하나로 모든 태양광 발전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에너닷 태양광 발전소 통합 모니터링은 현대종합상사 태양광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리뉴어블랩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20-30년 전 부동산 시장과 비슷하다고 봤다. 아직까진 시공과 건설, 제조 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장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효율은 복불복,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관리는 되고 있지 않은 시장이라는 시각이다. 누군가는 예상 수익을 거두지만 그렇지 못한 이도 있다. 태양광 발전소 사업주 문제만은 아니다. 수익을 내는데 실패한 채로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경우 은행 또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동산담보 평가 솔루션은 은행권 호응이 높다. 태양광 발전소 대출 규모는 국내만 4조 원 규모로 담보 대출 시 위험관리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평이다. 지난 4월 NH농협은행 스타트업 육성, 발굴 프로그램인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 1기에 선정된 에너닷은 범농협 계열과 은행 상품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과 손잡고 에너지 관련 상품을 만들고 있는 건 에너닷이 최초다. 이 대표는 “담보 대출과 발전소 매매에 필요한 태양광발전소 가치평가 시스템은 데이터 기반 수익률을 추정할 수 있어 담보 대출 심사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NH농협을 비롯한 은행권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분석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진단 서비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재 앱에서는 발전소 내 자가 진단만 가능하지만 올해 안으로 고장 여부와 부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에 주력한다.
“에너지 4.0 시대가 왔다. 에너지 4.0 시대는 에너지 자체가 똑똑해 지는 시대다. 생산부터 소비, 판매까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에너지 흐름을 하나하나 트래킹 가능한 수준이 열리는 시대다” 이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발전량을 비롯한 기초 데이터를 쌓으면 추후 소비단으로 연결될 때 소비자가 얻는 정보가 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자신이 생산한 에너지양과 발전 효율, 판매 이후의 흐름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그렇게 되면 새어나가는 에너지 손실이나 체감 사용량에 대해서도 스스로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감으로 ‘많이 썼다’가 아니라 누진세 구간에 가까워지면 스스로 사용을 자제하는 식의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관심을 조금만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측정기 등 다른 제반 기기들이 스마트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스마트 미래 에너지. 에너지 4.0 시대의 한 축을 에너닷이 담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에너닷은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NH디지털챌린지 플러스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다. 이 대표는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오르며 “에너지 산업 특성 상 길게 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투자자와 함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