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대한 짐작은 금물이다. 마케터는 나도 모르는 고객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돌다리도 짚어가듯 A/B테스트를 거듭해야 한다.” 김선영 데이터리셔스 한국 대표가 23일 부산국제광고제 세션 연사로 참석해 한 말이다. A/B테스트란 기존안(통제안)과 한 개 이상의 대체안(실험안)을 서로 비교하며 각 안 효과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상품에 대해 여러 명의 모델을 기용했다면 어떤 인물이 클릭율, 판매율을 더 높였는가를 분석한다는 것.
김 대표는 “디지털 공간은 모두 숫자로 구성되고 설명된다. 클릭, 조회, 구매 행동 모두 숫자로 측정할 수 있다”며 다만 디지털 공간 데이터의 특징은 행동의 결과만 보여준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순히 이용자가 무엇을 클릭했다, 구매했다라는 결과를 보여줄 뿐 왜 그걸 선택했는지 취향이나 동기는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웹사이트에서 방문자가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물렀다고 나타났다면 그 이유가 콘텐츠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복잡한 UI 탓에 헤매는 건지, 아니면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워서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A/B테스트가 힘을 발휘하는 때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어 “광고 분야에서는 직접 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폰트, 색, 경계선 같은 사소한 것마저 돈에 영향을 미친다. 직접 하기 전까지는 사소하다고 무시하지 말라”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특히 과거 웹 시대 고객에 비해 콘텐츠를 볼 때 시선을 넓게 고루 분산하는 대신 좌측 상단에 시선이 쏠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들일수록 과거 웹 환경에 익숙해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A/B테스트의 첫걸음은 어떻게 떼야 좋을까? 김선영 대표는 우선 A안과 B안 즉, 기존안과 대체안을 구분하기 위한 가설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용자의 행동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만한 요인이 무엇일지 찾으라는 것. 이 과정에서는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가설 설립 또한 마케터의 짐작, 직관 대신 데이터와 지표에 기반한 판단이 필수라는 것. 또 가설을 세울 때 기억할 것으로 ‘낮은 데 열린 열매의 법칙’을 꼽기도 했다. “테스트 구현 난이도는 낮지만 테스트를 통한 비즈니스 개선 효과는 높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행동을 촉구하는 ‘콜투액션’ 버튼, 카피 문구, 입력 폼, 레이아웃, 가격 표시 방식, 이미지, 콘텐츠량 이 7가지가 대표적”이라 김 대표는 말했다.
7가지 요소별로 실제 A/B 테스트 사례, 이를 통한 마케팅 전략 수정 사례를 소개하며 김 대표는 이같은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해볼 것도 시작을 위한 팁으로 제안했다. “사례를 갖고 열심히 실험을 거듭해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실험 문화를 자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디지털 마케팅은 수정, 변경이 쉬워 더 자주 빠르게 실험을 돌릴 수 있다. 실수를 통해서라도 실험을 거듭하며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 얻고 빠르게 성공을 거두라”는 조언이다.
이어 김 대표는 “이것이 습관이 되고 나아가 A/B테스트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킬 단계에도 이를 수 있다”며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우리 회사만의 고유 테스트 프로세스를 정립하라는 당부도 전했다. 프로세스 정립을 위해 우선 테스트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테스트 결과를 기록할 양식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 아이디어가 모이면 수익에 미치는 영향, 트래픽, 난이도, 평균을 비롯 기준에 따라 리스트를 만들고 테스트 실행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김선영 대표는 “무조건 테스트만 열심히 돌리고 결과 트래킹이 없어 같은 테스트를 몇년을 주기로 반복하는 경우도 봤다. 간단하게라도 양식을 정해 테스트 결과를 아카이빙하라”고 말했다.
그밖에 A/B테스트를 위한 툴도 소개했다. 이미 다양한 툴이 있지만 특히 첫 도입에 나선 회사들에 추천하는 것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연동이 쉬운 구글 옵티마이즈. 이는 구글 애널리틱스와 마찬가지로 무료 공개되는 툴이며 개발자 도움 없이도 쉽고 빠르게 광고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꼭 특정 툴 하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가격, 지원 기능을 비롯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요소를 기준으로 체크리스트을 만든 다음 툴을 결정하라”는 조언이다.
끝으로 김선영 대표는 “이같은 A/B테스트를 통한 전략 수립은 사람의 심리를 ‘넛지’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이다. 어떻게 하면 넛지를 응용할 수 있는가도 재밌는 A/B테스트 거리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이 테스트 거리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생각 대신 데이터와 실험을 통한 마케팅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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