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네트워크 혁신 플랫폼 ‘AI i-CON’ 밋업이 27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행사는 이경전 벤플 대표이자 경희대 교수가 ‘실세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와 전략을 소개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강연을 통해 이경전 대표는 “2016년 알파고 이후로 AI는 심한 부풀림의 대상이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상업화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공상과학영화나 광고를 비롯 너무 먼 미래의 기술을 상상한 콘텐츠가 많은 탓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할 것란 믿음이 생긴 것 같다”며 “인간과 비슷한 AI를 만든다고 하면 실패한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AI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기능하며 비즈니스를 위한 최적화에 도움을 줄 AI가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은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라”며 “AI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했다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제품, 서비스로 변환해 비즈니스로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와 함께 적합한 가치 제안, 확실한 영역 선택이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서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어 이 대표는 “AI를 사람과 비교하는 건 시간낭비다. 그 대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목하라. 세상의 문제를 풀고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와 과학적인 접근이 모인다면 AI기반 비즈니스가 보다 성공적일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진 토크콘서트는 이승훈 영산대학교 교수가 사회자로 나서 ‘인공지능, 미래 산업을 재편하다’를 주제로 4차산업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패널에는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신임철 뤼이드 부사장이 참석했다. 먼저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이승훈 교수의 질문에 대해 “크게 세 축에서 직업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 본다”며 “AI는 인간이 일하는 시간은 줄이는 대신 직업의 다양성을 높일 것이다. 또 직종은 그대로라도 업무와 역할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의사들의 업무가 진단, 처방, 수술일자 잡기라고 하면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분석을 토대로 의사결정만 내리거나 기계는 하기 어려운 영역 즉,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신임철 뤼이드 부사장은 “약인공지능의 경우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구현돼있다. 다만 역할이 한정돼있을 뿐이다”라며 “AI가 업무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여전히 리스크가 작은 쪽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의료계와 법조계를 예로 들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훨씬 업무 효율이 높아지겠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인데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지금처럼 위험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만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신 부사장은 “의사, 판사를 비롯 전문직종의 개인적인 저항도 있겠지만 전적으로 AI에 의존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본다. 완전한 일자리 대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 대체 아닌 인간 보완 AI=다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인간의 지능과 지적 노동을 개선해주는 것에는 패널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인간 지능 강화(Augmented Intelligence), AI-인간 협력(AI-Human Mixed) 시스템으로 불리는 개념에 대해 이경일 대표는 “인간을 도와주는 기계, 지적 노동을 할 수 있는 기계로 인공지능을 포지셔닝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본다. 지난 3차 산업혁명까지 그랬듯 근육노동과 반복노동 자동화, 최적화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향후 30년 사이에는 지적 노동의 향상과 최적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이 경험에 근거해 판단하는 기존 방식 대신 검증된 데이터와 지식에 기반해 더 나은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소개한 사례는 한 콜센터에 도입한 전화상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1천여 명의 발화를 AI가 동시 모니터링해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상담원에 적절한 답변을 추천해주는 기술. 이 대표는 “콜센터는 특히 감정 노동이라 이직이 잦은 직종이다. 이러한 기술은 3개월 경력의 상담원이 3년 경력의 상담원만큼 역할하도록 돕는 동시에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일하도록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BPO 시장에서 자동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래 조직의 성장 역시 인간과 기계가 협력해 지적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철 부사장 역시 AI-인간 공생의 좋은 예로 호텔 예약을 위한 챗봇 시스템을 언급하며 “사람이 지속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챗봇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 개입할 수 있는 형태”라며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더라도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 본질,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다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답하는 AI도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본다”는 뜻을 전했다.
◇기술 경쟁 중에도 윤리 간과 말아야=한편 오염됐거나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의 경우 윤리성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개발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안성원 박사는 “MS에서 만든 챗봇이나 국내의 심심이 역시 학습에 쓰인 데이터의 문제로 편향성을 갖게 된 사례”라며 “게다가 최근 미-중간 완력 다툼으로 인해 AI 리더십에 대해서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AI 산업 관계자를 상대로 중국은 안면인식으로 지하철 요금을 계산하게 할 만큼 개인정보 이용에 있어 국가적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경쟁 우위를 뺏기지 않겠냐는 우려를 표했다는 것. 이에 안 박사는 원천기술 확보를 중요시하는 국내 역시 윤리적인 측면을 간과할 위험이 높기에 지금부터라도 뜨겁게 논의가 이뤄져야함을 강조하며 “우리 연구소에서도 국제 표준에 입각한 윤리 규칙을 정립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서 이경일 대표는 “윤리는 기계에 적용할 개념이 아니다. 당분간은 누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지, 사회적 보험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느냐를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것은 설명가능한 AI(Explainable AI). 설명가능한 AI는 AI가 내린 판단의 이유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함을 말한다. 아직 완전히 실현된 개념은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 책임 소재, 법적 갈등 해결을 비롯 인공지능 실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다소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그밖에 이 대표는 자리를 빌어 인공지능 전문기업으로서 국내 AI 개발환경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개발된 인공지능 앱의 90%는 미국에서 개발된 오픈소스에 기반해 있다”며 의존도, 승자독식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구글, MS의 경우 인공지능 서비스가 연동가능한 스피커가 30종이 넘는다. 플랫폼을 개방하고 그 위에 앱을 구축, 연동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두려워해야 하며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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