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술이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로 민간 영역이 자연적으로 개발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국민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에 투자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는 정부 R&D지원금, 즉 세금이 투입된 기술이기에 그 혜택이 공공에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내포한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가 2017년 내놓은 통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술창업 중 본인 아이디어로 창업한 경우가 84%를 차지하며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은 10.1%에 그쳤는데 기술이전 주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공공연구기관 혹은 대학인 경우는 각각 3% 내외에 불과했다.
“공공 자금이 투입된 기술을 사회로 환원하려면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공개 특허 정보를 오픈하는 플랫폼이 대표적일 것.” 김유신 한국피씨피 대표가 28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서울시산학연협력포럼에서 말했다. “고인물이 생기지 않으려면 플랫폼은 다양할수록 좋다. 기업의 기술 수요를 분석하고 상용화 모델을 공유하는 플랫폼, 공개 혹은 미공개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은 기본이고 프로젝트 수행 과정이나 성과, 역량을 나누는 플랫폼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그러면서 함께 소개한 사례는 기술 수요기업의 이해와 접근을 돕는 SNS 기반 기술소개 영상 플랫폼 ‘테크 비디오’. 이는 영상을 통해 관심을 유도할 정도로 기술의 핵심과 적용 예를 전하는 한편 추가 정보는 링크를 통해 컨택을 유도한다는 소개다.
다만 공공기술 사업화에 있어 여전한 한계로 지적한 것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손익 문제, 기업과의 신뢰 문제였다. 지난 몇년간 특허 출원과 등록, 기술료 수입 모두 늘었지만 출원비를 비롯 특허취득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커 연구자 보상과 기술이전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기술료 수취액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사업화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최종적으로 기업의 역할이다. 대학의 본질적 역할이 사회적 책임과 기여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 대학 산학협력단은 과제 관리와 회계처리가 아닌 산학협력 매개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공공기술 이전을 통한 사업화는 수요-공급자간 신뢰가 필요하다. 기술료 조건이나 공동사업화에 대해 상호 이해를 확보하는 한편 공공기술 공급자는 기술적 검증을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언급이 이어졌다.
그밖에도 김유신 대표는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서도 IP를 활용한 창업 지원이 확대돼야 함을 역설했다. “기술사업화라고 하면 이공계만 떠올리기 쉽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서도 많은 대학 교수들이 콘텐츠와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도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싶다더라”며 “외부 전문가 연계를 비롯 대학이 나서서 정책적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이들 역시 또다른 미래 성장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발표에 나선 김장길 서울대 공대 SNU공학컨설팅센터 연구부 교수 역시 기술사업화를 위한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6배 면적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탠포드 대학 한 곳만으로도 거대한 산학 협력 시스템과 플랫폼이 마련, 여전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리를 통해 왜 서울은 그렇게 되지 못했냐고 원인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라며 “서울 시내에 대학은 50여 곳, 기업과 창업팀은 그보다도 더 많이 자리한 만큼 실리콘밸리가 가진 인프라, 시스템이 서울에도 충분히 안착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장길 교수가 소개한 것은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전략. 이는 공공기관이 구매조건부로 타당성 검증과 상용화를 단계적 지원하는 형태기 때문에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한 기업 혹은 연구자가 마음 놓고 기술을 개발, 사업화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꼭 SBIR만이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 풀을 모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협력 관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수요를 각계 전문가와 연구자가 분석, 사회에 정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포럼을 빌어 실효성 있는 산학연 협력이 이뤄지고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서울밸리가 조성, 세계를 선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술 사업화 관련 지원사업도 소개됐다. 배정회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은 “기술 창업 이후 성공까지 긴 시간 소요되지만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협력 체계도 부족하고 대학이나 연구소는 기술 아이템을 넘겨준 뒤로 사후관리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에 진흥원은 공공연구성과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구축, 일자리 창출까지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흥원이 마련한 사업화 지원 프로세스는 크게 기술이전, 신기술 창업, 연구산업 육성으로 나뉜다. 배 원장은 “이를 위해 공통적인 기반으로 온라인 기술거래 플랫폼 ‘미래기술마당’을 구축, 운영에 나서고 있다”며 “플랫폼을 통해 수익모델과 우수기술 발굴, 창업자와 투자자 매칭, 연구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뿐 아니라 예비창업자 대상 창업육성 프로그램도 마련, 4단계에 걸쳐 발굴과 육성, BM 발굴 멘토링, 실전역량강화, 고도화를 지원하고 IR 코칭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소개다. 배 원장은 “올해는 중장기 계획 수립을 통해 실험실 창업과 연구개발서비스업 활성화, 비즈니스 모델 기반 기술사업화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학연 협력을 통한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 삼아 개최된 이날 포럼에서는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 윤준선 메가존 상무,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훈 한국이스라엘산업연구개발재단 사무총장이 참석해 각각 ‘산학연계 교육과 연구 방향’, ‘클라우드 시대 ICT 기술 창업’, ‘지역의 기술사업화’, ‘이스라엘의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현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기도 했다.
이 중 손수정 연구위원은 국내서 활발한 기술사업화를 제한하는 요소로 특히 ‘문화적인 갭’을 꼽으며 “기술사업화를 위한 팁은 다양성 인정과 정책 융합 2가지”라며 “국내 모든 지역이 바이오, 로봇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것 아니다. 지역마다 차별화된 역량에 기반해 전략산업을 설계하고 육성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는 “부처간, 중앙-지방간, 혁신주체간 칸막이 식으로 사업을 설계하기보다 혁신거점과 주체간 연계, 상호작용을 고려해 통합적인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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