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한국 벤처생태계 변화 계기될 것”

“국내 위기 상황은 벤처생태계 변화를 위한 모멘텀 될 것.”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29일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2019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미중 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국내 위기적인 상황이 오히려 벤처생태계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 회장은 “벤처기업 인증 제도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고 그사이 크게 성장한 유니콘기업, 천억 벤처 기업, 스케일업 스타트업이 생겨났지만 더 성장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 구조가 구축됐다면 일본이 이렇게 과감하게 수출규제 카드를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는 2년여 전부터 국내 벤처생태계와 대기업생태계 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을 추창해왔다.

안 회장은 “이번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대·중소벤처기업 간의 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베푸는 방식의 일방적,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대등한 수평적 동반자로서 윈-윈할 수 있는 협력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함께 한다면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며 “5대 대기업과 라운드테이블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 회장은 “한국에 이런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뜸해 아쉬운 상황에서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벤처 생태계를 살리려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은 매우 긍정적”며 “벤처생태계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과감한 지원을 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위기 극복의 핵심 주체로서 벤처가 그 역할을 다하고 우리나라 경제 체질을 바꾸고 산업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규제개혁 및 지역 벤처 자금 지원에 대한 여러 의견도 나왔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국내는 모빌리티 규제가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다”며 “대기업과 택시가 융합된 형태는 규제에서 다소 자유롭지만 타다나 풀러스의 경우 차량 대수 제한 등에 걸려 성장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규제가 지속된다면 향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을 해외에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는 “최근 2~3년간 벤처생태계가 크게 개선됐지만 규제개선 속도는 느린 편”이라며 “아직 규제 이슈는 벤처스타트업위원회에서도 크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이놈들 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투자 펀드 테마 확대를 언급했다. 최 대표는 “정부 지원 투자 자금은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에 다소 편향되어 있다”며 “제조 테마의 펀드들이 많이 생겨 제조 생태계가 살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영만 천풍 대표는 전남 벤처 기업을 대표해 지역 벤처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천풍은 농업용 드론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음 대표는 “시설자금이 필요해서 중진공에 자금을 요청했는데 전남 전체에 지원 예산으로 잡힌 금액은 10억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모든 투자 자금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좋은 인력들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방에는 연구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지방을 오가며 업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2년이 채 안 된 기업인 천풍도 대출을 4억을 받아 유지하고 있다. 예산 지원 부분은 지방에서 절실하다”며 “지방기업으로 이양을 할 것이 아니라 지방기업을 애초부터 지원하는 방향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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