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항공사의 물컵 사건, 회항 사건은 ‘갑질 논란’에 얽힌 오너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다. 그런가 하면 SNS를 통해 직원 갑질 행위가 알려져 ‘나쁜 기업’ 이미지로 몇 해째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남은 식품회사도 있다. 기업 매출과 존립이 이처럼 사회적 평판에 좌우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로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측면까지 살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을 찾을 때다. 이에 관한 정의와 기준도 이미 세계적으로 합의돼있다. 환경 보호, 사회 공헌, 건전한 지배 구조로 구성된 ‘ESG 지표’가 그것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가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소의 ‘후스굿’은 각 기업 ESG 성과를 분석, 비재무적 리스크 추이를 실시간 제공한다.” 윤 대표에 따르면 ESG 성과는 크게 투자 시장과 공급망 리스크 분석, 신용 분석에 쓰일 수 있다. 특히 투자시장에 있어 전세계 운용 자산 30%가 ESG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ESG 성과 기반 투자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란 판단이다. “기업 가치는 재무로 판단하는 게 관례지만 재무평가는 1년에 한번 이뤄지므로 문제가 생겨도 바로 반영되기 어렵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는 기업에 윤리성까지 바라기에 위험요인은 보다 다차원적이다.”
◇완전 자동화로 객관성 높여=윤 대표는 미흡한 객관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기관마다 평가 점수가 다른 만큼 평가인 주관개입 여지가 크고 전문성이 부족한 단기비정규 인력이 투입될 때도 많다는 것. 기존 ESG 분석에 대해서도 “기업이 직접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설문지 답안이나 자체 리포트, 온라인 정보가 그 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조작됐다 해도 검증이 어렵고 비표준화 됐기에 분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객관성 확보는 지속가능발전소의 주력점이자 강점이다. “팩트는 데이터에 있다. 검증된 언론 정보와 공공데이터를 토대 삼는 한편 AI를 활용한 100% 자동화를 통해 주관 개입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현재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난해 오픈한 ‘ESG 사건·사고 분석 서비스’와 2016년 출시한 ‘ESG 퍼포먼스 분석 서비스’ 두 가지다.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시장에 있지만 데이터 수집·분석을 완전 자동화해 실시간 제공하는 건 후스굿이 유일하다는 소개다. “게다가 일부 해외 분석사가 ESG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은 100~200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기업에 한정된다. 우리 서비스 역시 모든 국내 기업을 커버하진 못하지만 검증된 뉴스 데이터만 있다면 모든 상장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분석 리포트를 제작, 이를 글로벌 플랫폼과 네이버 증권을 통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수익도 주로 여기에서 나온다. 정보가 필요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에 분석 리포트를 개별 혹은 구독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현재까지 18개국 184개 자산운용사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비재무 데이터로 중소기업 숨통 틔운다=새로운 서비스 하나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 전용 비재무 데이터 기반 신용정보 제공 서비스다. 윤 대표는 “중소기업 대출은 대부분 담보대출이고 그나마 보완책이라는 기술신용평가는 기술기업에 치중돼있다. 게다가 대출심사는 재무 정보, 즉 매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매출이 충분치 않은 기업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 전했다.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경향, 미래 성장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 역시 그가 꼽은 한계점이다. “국내도 이제는 지속가능 여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출심사 과정에 ESG 성과를 포함시켜 기존 심사를 보완하는 방안”이라며 “우리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금융의 일환으로 글로벌 금융 기관이 제시한 것”이라 윤 대표는 말했다.
출시에 보탬이 될 만한 소식도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지속가능발전소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 해당 서비스에 특례를 적용해 자격요건을 갖춘 일부 회사에만 허용하던 신용정보 조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 또 신한은행으로부터 57,000여 개 차주 데이터를 제공받아 지속가능성과 부실여부를 예측하기 위한 신용평가 모델도 개발했으며 이를 은행지점 창구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할 구상이다. “협업 은행을 추가 확보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 한다. 사회 공헌도가 높고 노사관계가 좋은 기업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돕고 싶다.”
◇해외진출보다 국내 인식개선 더 어려워=해외진출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원래부터 국내 시장 테스트를 거쳐 바로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진작 리서처, 애널리스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무에 7개국 출신 팀원들을 채용한 상태. “미국에는 2015년 법인을 설립했고 지금은 일본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술적인 준비는 거의 마쳤지만 신뢰성을 위해 뉴스데이터는 크롤링 대신 구매할 예정이라 비용 확보가 관건이다.” 대신 해외서는 비재무 정보 활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기에 그리 어렵진 않을 거란 판단이다. “해외 고객이 원하는 건 외국 기업에도 국내와 동일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것이 전부”라 윤 대표는 전했다.
오히려 윤 대표가 느끼는 어려움은 ESG 정보에 대한 국내 인식과 활용이 미흡한 점이다. “사업 초반에는 이런 정보를 누가 사겠냐며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특히 출시를 앞둔 중소기업 여신을 위한 신용정보 서비스에 대해 “기존 신용평가 모델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중소기업은 자금이 절실하고 신용평가사는 어떻게 각 기업을 평가해야 할지 헤매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비재무 정보는 좋은 보완책이 될 것”이라 그가 말했다.
이어 윤석찬 대표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NGO가 노력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도 많다. 환경 문제나 노사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업이 나서야 할 문제”라 밝혔다. 그러나 “기업은 저절로 착해지지 않는단 표현이 있다. 기업이 바뀌려면 투자자, 소비자, 직원. 국제 사회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소비자는 좋은 기업의 물건을 사도록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아시아 최초 비재무 특화 로보 어드바이저를 완성,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변화시키고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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