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훈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이 29일 열린 제19회 벤처썸머포럼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실패와 성공 스토리를 공유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 소설을 중심으로 드라마 영상 등을 서비스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포도트리라는 콘텐츠 앱 개발사로 시작해 2015년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카카오 페이지가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초고속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차상훈 부사장은 이날 카카오페이지 전신인 포도트리 사업에서부터 카카오페이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꾸고 웹툰 분야 1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금의 모습을 실패와 성공의 요소를 벤처인을 대상으로 공유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시작은 포토트리라는 앱개발사다. 카카오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에 속해 있던 차 부사장은 당시 스마트폰 시대에서 가장 화두가 될 두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두 축을 관심 깊게 보고 있었고 이중 콘텐츠 쪽으로 관심이 기울면서콘텐츠 분야에 집중할 인원과 2010년 별도로 나와서 포도트리를 설립했다.
차 부사장은 “당시 ‘apps that breathe’라는 비전을 만들고 1달러 앱을 1억 다운로드 만들어 보자라는 단순한 포부 아래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도트리는 영단어앱을 비롯해 어린이 위인전앱 출시 등 출시 하는 것 마다 성공했다. 하지만 킬러앱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차 부사장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정작 킬러앱은 나오지 않았다”며 “킬러앱이 나오지 않으니 서비스 다변화가 시작되고 또 그러다 보니 조직의 러닝 커브는 굉장히 느려졌다”고 말했다. 여러 앱을 만들면서 엔지니어의 기술은 늘어났지만 그것은 사업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때 그가 얻은 교훈은 기업은 예술가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차 부사장은 “서비스사 입장에서 재방문이 없으면 신이 나지 않는다”며 “첫날 10만, 다음날 5만, 천 명씩 사용자가 떨어지는 지표를 보면서 회사 누구도 신나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랭킹에 집착해 마케팅에 돈을 쓰게 되면서 고비용 마케팅 구조가 생기는 등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변화가 심해져 직원이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 의견이 모이지 않고 조직은 번아웃 되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기업의 핵심 역량을 착각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고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하다보니 조직은 썩어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차 부사장은 이 상황을 바꾸기위해 CHANGE라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포도트리 초기에 생각했던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버리고 돈을 버는 기업으로의 전환이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 10명 이상이 떠났다. 그때부터 시작된 고민은 카카오 브랜드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3주에 한 번씩 카카오에 사업 제안을 했다. 그중 카카오를 통한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 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 채택돼 카카오페이지라는 서비스가 탄생한다. 제안에는 성공했지만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차 부사장은 “당시 카카오는 애니팡 게임으로 굉장히 인기를 얻고 있었고 게임이 잘되듯 모바일 콘텐츠도 잘되면 될 것이라는 흐리멍텅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할 것이란 서비스는 보기 좋게 망한다. 서비스를 이용할 콘텐츠 프로바이더(CP)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 유명 작가인 허영만 작가는 카카오페이지를 상대로 공청회까지 열 정도로 CP의 분노는 컸다. 결국 CP를 모아놓고 사죄한 후 3개월의 시간을 요청, 모든 서비스를 뜯어 고치기 시작한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카카오페이지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차 부사장은 “처음 시작할 때 정말 순진했다”며 “카카오면 되겠지, 새로우면 되겠지, 추천하면 무료로 제공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 가지 가설은 모두 틀렸었다”고 회상했다.
문제의 해답은 애니팡에서 찾았다. 사람들이 왜 애니팡에 열광하는지를 분석해 카카오페이지에 접목한 것. 콘텐츠 회차를 초분절하기 시작하고 회차 이용권을 만들었다. 애니팡에서 루비를 사는 것처럼 페이지 캐시를 활용 직접 유저들이 구매를 하게 만들었다. 가장 핵심 전략은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 애니팡이 기다리면 하트가 채워져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기다리면 무료라는 것을 콘텐츠에 적용했다. CP들의 반대로 서비스를 적용하는 데는 1년이 걸렸지만 효과는 컸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매월 5백만 명 이상의 유저가 찾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누적 거래액 100억 이상을 기록한 작품도 2작품이나 나왔다.
차 부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이라고 생각하고 아시아 모든 지역에 진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플랫폼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지만 케이스토리를 내세운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다는 설명이다.
차 부사장은 끝으로 대표를 위한 조언을 전했다. 그는 “대표라면 옳은 길(Path), 옳은 인재(Person), 옳은 열정(passion) 세 가지를 명심하고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시도하라는 설명이다.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단호함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차 부사장은 “비즈니스는 생물이라 변한다”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할 때 그것과 맞는 사람을 찾으라며 코파운더라도 기업과 가는 길이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헤어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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