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만큼 바로 급여를 지급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외식업계 경력만 20년차인 최천욱 엠마우스 대표는 올해 2년 차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최 대표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건 현장의 목소리였다. “직원과 함께 출근하고 밥 먹으면서 7년 정도 생활했다. 필요할 땐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도 했다. 알바생과 테이블을 닦았다. 그동안 본 알바생만 1,000여 명이다. 이들은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임금을 받기까지 한 달은 너무 긴 시간이라는 것. 가불을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여기서 말하는 가불이란 월급 전체를 미리 받는 건 아니다. 일한만큼의 수당을 월급 전에 당겨 받는 것을 말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어차피 줘야하는 돈이니 오늘까지 일한 수당을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는 게 최 대표 설명이다. 그렇다 해도 가불은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가불을 받으면 급여일 손에 쥐는 월급은 적을 수밖에 없다. 다시 가불을 요구하고 가불경제가 반복된다. “가불을 요청하기 미안해 일당제 일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가불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번거로운 일이기도 했다”
“금융서비스로 풀겠다고 생각했다” 최 대표는 일한 시간만큼 급여를 바로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떠올렸다. 시급제 근로자와 고용주를 위한 출퇴근 인증, 급여지급 플랫폼 알바워치, 페이워치다. 앱 내에서 근로시간이 시간당 마일리지로 적립되고 1마일리지는 1만원으로 정산되도록 구성했다. 일한만큼의 임금이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일 한도는 10만원, 월간 한도는 50만 원이다. 지급 시 수수료는 1회 500원이다. 수수료는 앱 내에서 광고 서비스를 보는 식으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최 대표는 ” 무엇보다 시급제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두 서비스 모두 출퇴근 기록이 GPS로 인증된다. 근로자 출퇴근 시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페이워치는 고용주와 함께 쓴다는 점에서 알바워치와 다르다. 페이워치의 경우 근로자 출퇴근을 고용주가 승인해 기록을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실시간으로 근무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알바워치는 고용주가 알바워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근무 기록을 인증, 보관해 실시간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6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됐다. 금융위원회 측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시급제 최저임금 근로자가 급전이 필요한 경우 적립된 마일리지 현금화로 고금리 대출 이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 대표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는데도 유용하다고 봤다.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출퇴근을 앱으로 기록, 근로 시간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앱 내에서는 근로계약서 작성도 지원하고 있다. 협의한 근로 시간과 요일을 정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계약서가 완성된다. 근로자와 고용주가 사인을 하면 계약이 체결되고 모든 계약은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중 43%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한다. 계약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탓이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시 벌금만 200만 원이다” 최 대표는 “구두로 합의할 때도 각자의 계산법이 다르다보니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서로에게 시간 낭비”라며 “페이워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추후 시급제 근로자를 위한 금융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근로자를 위한 소액대출이 대표적인 예다. 금리는 연 0~6%로 예상하고 있다. 일할로 계산하면 체감 이자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금용소외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임금 고금리 이중고를 겪는 시급노동자와 신용등급을 산정할 수 없는 아르바이트생이 주 타겟이다.
“우리나라 하위 30% 저소득 계층의 경우 7~10등급 저신용자다.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다. 첫 금융서비스를 시작할 때 기준등급 6등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임금 고금리 이중고를 겪는 셈” 페이워치에 기록된 근무기록과 임금 지급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정하고 금리 절벽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소액체당금 제도 활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액체당금은 임금체불 기업을 대신해 국가가 먼저 밀린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7월 제도가 간소화되면서 체당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 대표는 “금융 사업이지만 조달금리나 대출금리로 수익구조를 가져갈 생각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최 대표 말대로 핵심 모델은 이자 수익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 구인구직 매칭 서비스가 핵심이다. 추후 선보일 서비스는 알바워치에 기록된 근태와 시간대, 요일 별 직종에 따른 시급 노동자를 매칭할 예정이다.
“이 사회에 대단한 성공을 만들 수 있다. 모든걸 걸고 해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소명의식이 있다” 다시 출발선에 서기까지 최 대표는 열정도 있지만 확신이 크다고 말한다. 현장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그것이다. 엠마우스는 올해 핀테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매경 핀테크 어워즈 최우수상, 은행권과 협업을 통해 가능성을 점쳤다. 최 대표는 “현재 경영 중인 외식기업을 두고 성공했다고 하지만 마음속 성공기준은 아니다. 사회도 바꾸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 기준”이라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엠마우스가 개발한 페이워치와 알바워치 앱은 2020년 1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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