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 산업계에서는 ‘스마트 건설’ 붐이 일어나는 중이다. 스마트 건설은 드론, 로봇,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의 혁신 기술을 도입해 건설 산업을 자동화,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2018년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국내 건설 산업 전체를 자동화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스마트 건설이 국가적 관심이 된 배경에는 건설 산업의 낮은 생산성 문제가 깔려있다. 건설 산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나온 얘기다. 지난 20년간 생산성 증가량이 단 1%에 불과해 전체 산업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고, 디지털화 정도 역시 농업과 사냥 분야 다음으로 최하위라는 것이다.
스마트 건설은 이렇게 낮은 생산성을 높여 사양의 길을 걷는 건설 산업을 재도약시키려는 흐름에서 시작됐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선진국에서는 이미 스마트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기도 하다.
◇ 스마트 건설 중심에 ‘콘테크’ 바람이 분다=스마트 건설이 대두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있다. 바로 콘테크(Con-Tech)다. 콘테크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건설공정을 디지털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각종 혁신 기술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콘테크는 아직 우리에겐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콘테크 관련 미국 스타트업은 2011년에는 2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2,156개로 급증했고, 2011년부터 11조 원이 투자됐다.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pouring money)”라는 표현을 쓰며 벤처 투자가들이 콘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금액은 2016년 3억 5,200만 달러에서 2018년에는 무려 60억 달러 이상으로 늘었고 올해는 이미 6월 말 기준으로 40억 달러를 넘겼다. 국내에서는 콘테크라는 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콘테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 건설 현장 혁신 주도하는 ‘콘테크 스타트업’=콘테크 스타트업은 건설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도입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카테라와 프로코어는 대표적인 글로벌 콘테크 스타트업으로 창업 이후 고속 성장하며 지금은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카테라(Katerra)는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의 선두주자. 카테라는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공법을 기반으로 한 콘테크 기업으로, 2018년 소프트뱅크로부터 8억 6,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이란 건설 자재를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복잡했던 건설 과정을 단순화한다. 보통 건설은 사업 계획부터 설계, 자재구매, 시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고 단계마다 주체와 이해관계가 달라 효율성 저하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는데 카테라는 이 과정을 일원화했다.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고 단순히 과정을 줄인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과정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클라우드 ERP, 자재 추적 관리 시스템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을 도입했다. 거기에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고객 맞춤형 설계 등을 더하면서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다음은 클라우드로 협업을 혁신한 기업인 프로코어(Procore). 카테라가 제조와 유통에 혁신을 가져온 콘테크 기업이라면 프로코어는 건설 관계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프로코어가 주목한 지점은 실제 건설 과정에서 벌어지는 의사 소통 문제였다.
건설 업계의 의사 소통 문제에 관해서는 라스베이거스 호텔 일화가 유명하다. 여러 회사가 설계 도면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철근을 잘못 설치했고, 결국 건설 중간에 사업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다.
사업 중단이라는 극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 흔히 일어난다. 업체마다 시스템이 다를 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설계자, 현장 시공자 간에 사용하는 문서 방식, 도구도 제각각이라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프로코어는 클라우드 기반의 관리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해결했다. 이 플랫폼은 프로젝트 관리와 품질 안전 관리, 자금 관리, 인력 관리 등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4가지 분야를 제공하며 관리자와 현장 사이에 통일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컨스트럭션 OS(Construction OS)라는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서드파티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해 건설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프로코어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대와 함께 급성장하면서 현재는 기업가치 30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으로 그 입지를 굳히고 있다.
◇ 국내 콘테크 스타트업, 가능성 있는 시작=국내에서는 콘테크라는 용어조차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건설 관련 스타트업 역시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가 CEO를 맡고 있는 엔젤스윙은 이렇게 국내 몇 안 되는 콘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다. 드론을 이용해 건설 현장을 가상화하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 카테라와 프로코어가 각각 건설 하드웨어 제조와 협업 솔루션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뒀다면, 엔젤스윙은 ‘현장 가상화(Reality Capture)’를 이용한 디지털 시공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현장 가상화 기술이란 현실의 형태와 정보를 디지털화해 가상의 공간에 재구성함으로써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로,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디지털 트윈 시티 구현 사례가 있다. 엔젤스윙은 이 현장 가상화 기술을 토목 공사가 이루어지는 건설 현장에 도입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대규모 주택 건설 지구 등을 드론으로 촬영해 엔젤스윙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플랫폼은 이를 자동으로 고해상도 항측 데이터로 변환해 현장의 정밀한 영상과 측량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든다. 또 촬영 날짜에 따른 시계열 비교를 통해 시공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모니터 상에서 가상화된 현장에 직접 측량을 할 수 있어 실제 현장 관리와 측량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스마트 건설에 몰려있다. 이 스마트 건설의 핵심은 정보의 디지털화이다. 드론 매핑으로 가상화된 현장이 많아질수록 그 디지털화 정도 역시 높아진다. 엔젤스윙의 콘테크 스타트업으로서의 역할은 이런 맥락 안에 있다. 드론을 건설 현장에 대중화시키며 이 디지털화 흐름을 가속하는 중인 것이다.
◇ 건설 산업의 2라운드, 콘테크 스타트업에 달렸다=맥킨지 보고서는 건설 생산성이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따라잡는다면 산업 부가가치는 연간 1조 6,000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연간 인프라 수요의 절반을 충족시키거나 세계 GDP를 2%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콘테크 스타트업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기존의 설계, 시공, 의사소통, 감리 등 건설의 모든 과정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 건설 시대를 견인하며 건설 산업 제 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국내에도 이런 역할을 할 콘테크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카테라와 프로코어 같은 유니콘 기업이 국내에서도 나와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어느 한 플레이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기술과 제품으로 기존의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콘테크 스타트업이 무수피 피어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힘이 모이면 우리나라 콘테크 스타트업도 국내 건설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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